철학/고대철학 이차문헌

구익희(2017), 「용기와 아름다움」, 『철학사상』 63

현담 2022. 6. 10. 12:05

<목차>

 

. 서론

. 1117b7-15의 문제 분석

. 용감한 사람과 자제력 있는 사람

  1. 아름다움을 위해서(tou kalou heneka)

  2. 아름다움의 애호가(philokalos)

. 구체적인 상황에서 아름다운 것

  1. 용감한 군인이 처한 상황의 특성: 자발적인 것과 비자발적인 것의 혼합

  2. ‘전쟁에서아름다운 것(to en tōi polemōi kalon)

. 결론

 

. 서론

 

*용기(andreia)의 중요성

- 플라톤 : 용기에 관한 저술 작성(라케스), 영혼의 네 가지 덕 가운데 하나로서 제시(국가)

- 아리스토텔레스 : 여러 성격적 덕 중에 용기를 가장 먼저 다룸(니코마코스 윤리학, 에우데모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용기에 관한 서술

- 일차적 서술(간단) : 용기란 나쁜 것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에 의해 생겨나는 두려움을 중용의 방식으로 가지게 되는 품성상태

- 이차적 서술(범위 축소) : 가장 두려운 것(phonerōtaton)인 죽음, 특히 가장 고귀한 상황에서의(en tois kallistois) 죽음인 전쟁터에서의 죽음에 의해 생겨나는 두려움을 중용의 방식으로 가지게 되는 품성상태

아리스토텔레스는 용기라는 덕을 군인에게서, 그리고 용기 있는 행위는 용감한 군인의 행위에서 찾게 됨

 

*용감한 군인의 특징

: 위험에 뛰어드는 일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삶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고 그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에 고통을 느끼고 용기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 사람

 

*저자의 문제의식

1) “아리스토텔레스는 왜 전쟁터에서 용감히 싸우는 것에 주저하는 듯이 보이는 사람을 전혀 주저함 없이 적과 맹렬히 싸우는 사람보다 더 용감하다고 본 것일까?”

2) “용기 있는 군인이 용감한 행위를 선택하기를 내켜하지 않는 모습은 용기 있는 사람(덕 있는 사람)과 자제력 있는 사람(egkratēs)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저자의 작업 방식

- 1), 2)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답은 용기 있는 군인이 용감히 싸우는 것을 전쟁터에서 아름다운 일”(to en tōi polemōi kalon), 1117b14)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음

- 용감한 군인이 용기 있는 행위를 아름다운 것으로 본다는 것이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그가 전쟁터에서 죽음과 부상의 위험에 맞서서도 용감한 행위를 선택할 때 가지고 있는 내적 상태가 정확하게 어떠한지를 이해할 때, 1), 2)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 117b7-15의 문제 분석

 

*용감한 군인의 내적 갈등

: 용감한 군인은 자신의 삶이 가장 큰 좋음들”(megista agatha)을 가지고 있음을 앎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 도망치지 않고 적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를 선택. ,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큰 좋음들 대신’(anti) 아름다운 것(전쟁터에서 용기 있는 행위)을 선택하는 것.

 

*용기와 덕의 비정합성 문제

- 아리스토텔레스는 덕 있는 사람과 자제력 있는 사람을 내적 갈등 여부를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기에, 만약 용기 있는 사람이 자제력 있는 사람처럼 내적 갈등을 겪는다면, 용기는 다른 덕들과 구별되는 덕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내에 비정합성을 낳음

그렇다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좋음과 구별되는 가치의 원천인 아름다움이 있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좋음 대신 아름다움을 선택하는 사람인가?(C. Korsgaard, J. Annas)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나의 행복과 대비되는 공동체의 좋음인가?(T. Irwin)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필요성

- 아름다움이 행위의 동기나 목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단지 용기 있는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음. 다른 여러 개별적인 덕을 설명할 때에도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이를 일반화시켜 덕에 따른 행위는 아름답고, [덕에 따른 행위는]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함

- 아름다움은 좋음과 구별되는 가치의 원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서 덕을 갖춘 사람이 발견하는 좋음의 한 양태로 이해해야 함. ,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좋음을 덕을 갖춘 사람이 앎다운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

 

따라서 여러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아름다운 일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는 동기로 용기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은 용감한 군인이 덕을 가진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며, 이를 분석하는 것은 1117b7-15의 비정합성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제공할 것이다.“(41)

 

. 용감한 사람과 자제력 있는 사람

 

1. 아름다움을 위해서(tou kalou heneka)

 

*아름다움의 의미

- 기본 : 사람이나 동물의 육체적 아름다움이나 매력, 특히 시각적인 차원에서 외형의 훌륭함

- 파생 1 : 자연물이나 공예품이 지닌 아름다운 모습과 매력적인 성질

- 파생 2 : 설사 그것이 외모처럼 어떤 뚜렷한 형태를 지니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관찰할 수 있는 것의 훌륭한 성질 인간의 행위(praxis)에 적용됨

 

*아름다운 행위

- 수사학: 타인에게 찬탄을 불러일으키고 그래서 신뢰를 얻게 만드는 행위

- 니코마코스 윤리학: 덕을 발휘하는 행위, 덕에 따른 행위

 

1. 덕에 따른 행위는 아름답다.

 

*덕에 따른 행위의 목적이나 동기로서 아름다움

- 덕을 갖춘 사람은 아름다움을 위해서또는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덕에 따른 행위들을 선택하고 행함

- 덕을 갖춘 사람은 그 행위 자체 때문에(dia auta), 즉 그 행위의 내재적 가치 때문에 선택하고 행함

 

2. 덕에 따른 행위는 아름다움 때문에 선택되고 행해진다.

3. 덕에 따른 행위는 그 행위 자체(그 행위의 내재적 가치) 때문에 선택되고 행해진다.

 

*행위에 있어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

- 수사학19: 아름다움의 세 가지 특징은 칭찬받을 만함’(epaineton), ‘즐거운 것’(hēdu), ‘그 자체로 선택됨’(di’hauto haireton) 그 자체로 선택됨(3.)은 아름다움(2.)의 특징

-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작은 제작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결과물이 목적인 반면, ‘그 자체로선택되는 행위는 행위 이외의 별개의 목적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를 잘 하는 것 자체가 목적 목적이나 동기로서의 아름다움(2.)은 그 행위의 결과로서 행위와 구별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행위 자체의 아름다움(3.)

어떤 것이 아름답다는 판단(1.)은 그것이 아름답기 때문에 선택하려는 동기(2.)와 실제로 구분되지 않음

 

2. 아름다움의 애호가(philokalos)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방식 : 즐거움(hēdonē)

- 어떤 것이 아름답기 때문에 선택하려는 동기는 그것이 그 자체로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끼고, 욕구하며, 즐거워함으로서 가지게 됨

- 아름다운 것이 즐거운 이유 : 1) 질서(taxis), 2) 균형(summetria), 3) 확정성(to hōrismenon) - 여기서 용기 있는 행위와 관련된 아름다움의 특성은 확정성.

 

*아름다움의 애호가(philokalos)

: 자신이 애호하는 대상인 아름다운 행위를 즐거운 것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행하기를 즐거워하는 사람

- 여기서 아름다운 행위는 덕에 따른 행위들”, 덕에 따른 행위들은 본성적으로 즐거운 것들또는 그 자체로 즐거운 것

- 덕에 따른 행위가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은 누구에게나 자명한 것은 아님. 아름다움의 애호가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사람(ho agathos)이나 신실한 사람(ho spoudaios)이 되어야 함.

 

*아름다움의 애호가로서 용감한 군인의 내적 상태

- 자제력 있는 사람 : 용기 있는 행위가 그 상황에서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 행위를 아름다운 것으로서 인식하지는 못함. 그래서 그는 용기 있는 행위를 그 자체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동료시민의 칭찬과 비난, 지배자의 강요 등) 때문에 선택.

- 용감한 군인 : 우리가 아름다운 작품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즐거워하며 욕구하게 되듯이, 용기 있는 행위 자체에 내재된 매력을 느끼고 즐거워하며 그래서 그것을 선택 용감한 군인은 용기 있는 행위를 하기 위해 외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한 자제력 있는 사람보다 더 용감하게 싸울 것(1117b13-14)

 

. 구체적인 상황에서 아름다운 것

 

1. 용감한 군인이 처한 상황의 특성 : 자발적인 것과 비자발적인 것의 혼합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의문

: “용감한 군인이 전쟁터에서 용기 있게 싸우는 행위를 아름다운 것으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가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용감히 싸우기를 내키지 않아 하는가?”

 

필자는 1117b7-15에 묘사된 상황에 내재하는 특성에서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1117b7-15의 상황적 특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용기 있는 행위를 아름다운 것이라는 개념으로 지칭하는 이유 또한 알려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51)

 

*‘내켜하지 않게’(akonti)가 표현하는 비자발적인’(akōn, akousion) 행위에서의 강제

1) 강제 1 - biaios : 자신 안에 행위의 단초(archē)를 가지지 못하도록 만드는 강제

그 단초가 행위자 바깥에 있어서 행위를 하는 사람은 행위의 단초에 전혀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이런 종류의 강제가 작용한 비자발적 행위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음

2) 강제 2 anagkazein : 자신 안에 행위 단초(archē)를 가지는 것을 허용하는 강제

어떤 행위를 완전히 비자발적인 것으로 만드는 대신 자발적인 것과 비자발적인 것이 섞여 있는 혼합된 것(miktos)으로 만들며, 이런 종류의 강제가 작용한 비자발적 행위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음

용감한 군인에게는 강제 2가 작용하고 있음. 전쟁터라는 상황에서 군인은 어떤 것을 선택하든 자신이 전쟁이 아니었다면 원하지 않았을 일 미래의 행복한 삶을 포기하거나 또는 비겁한 일을 하는 것 중 하나-을 하도록 강제되어 있는 것. 용감한 군인은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용기 있게 싸우는 것을 선택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자신의 삶과 미래의 가능한 행복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님.

 

2. ‘전쟁에서아름다운 것(to en tōi polemōi kalon)

 

*고통의 원인과 용감한 군인의 안타까움

- 고통의 원인 : 용기 있는 행위라는 덕에 따른 활동 자체가 아니라 덕에 따른 활동과 그의 삶을 동시에 추구할 수 없도록 상황적 제약을 만드는 외적 강제(anagkazein)

- 용감한 군인의 안타까움 : 용기 있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의 이상적이지 못한 상황에 대한 것이므로 그는 문제없이 용기 있는 행위를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

 

*전쟁에서 아름다운 것

- “전쟁에서” : 용감한 군인이 선택하는 아름다운 것에 한정어를 집어넣음으로써 용감한 군인이 선택하는 행위가 아름다움 일반이 아니라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아름다운 것임을 보여주고 있음

- 어떤 전쟁에서? : 단지 국경지대에서 적과의 조우에 따른 국지적 충돌에 불과한 상황이었다면, 그리고 그 군인이 자신의 나라가 현재는 전면전을 할 여력도, 이유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그에게는 적과 열심히 싸우는 행위가 아름다운 것으로, 그의 삶 대신 더 선택할 만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

 

*뛰어난 군인과 용감한 군인

- 뛰어난 군인 : 자신의 삶의 가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주저 없이 위험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사람 그의 행위는 용기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경솔하고 무분별한 행위

- 용감한 군인 : 자신의 삶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하는 일을 선택하지 않음. 만약 선택했다면, 이는 그의 선택과 관련된 여러 상황적 요소들을 검토하고 선택지들을 비교한 후, 그것을 더 선택할만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으로서 용감한 군인

- 현실의 유동성과 불확정성 : 윤리학과 정치학의 영역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특성(1094b14-16). 어떤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개별적인 요소들이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얼마나 고려해야 할지 정확히 파악하기란 어려움.

-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phronimos) : 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규칙이나 법칙을 따르는 대신, 그때마다 실천적 지혜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이 되어야 함

용감한 군인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판단한 행위(목숨을 걸고 싸우는 행위)는 그 군인이 올바른 선택을 내리기 위해 그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

 

. 결론

 

정리하면, 문제의 군인은 덕에 따른 행위를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하고 즐거워하는 사람, 곧 아름다움의 애호가이다. 그리고 전쟁이라는 힘든 상황에 처해서도 그는 그 상황에서 아름다운 것 전쟁이라는 상황에 딱 맞는(prepon, hōrismenon) 행위-를 선택한다. 그 선택이 비록 자신의 목숨을 바치거나 심각한 부상을 요구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삶이 이른 나이에 죽기를 요구하지 않는 이상적인 상황에서 활짝 꽃피우기를 바랐고, 그래서 아직 창창할 나이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