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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학] 김선규(2011), 「예술작품의 존재론과 미적 의식에 대한 비판」, 『해석학연구』 27

현담 2022. 6. 19. 11:42

<목차>

 

1. 들어가며 (111-114)

2. 미학의 주관화와 한계 (114-116)

3. 놀이와 예술작품 (116-124)

4. 형성체로의 변화와 총체적 매개 (124-128)

5. 미적인 것의 시간성 (129-132)

6. 미메시스와 존재의 증대 (132-135)

7. 상대주의비판에 대한 해명과 예술작품의 기회성 (135-137)

8. 나오며 (137-139)

 

1. 들어가며

 

*문제의식

- 현대 사회에서 예술작품은 하나의 소유 품목, 현실적/잠재적 자본, 물질적 가치로 환산되는 거래의 대상, 투기의 대상 등으로 이해됨

- 이러한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에 근저의 전제는 예술작품을 하나의 물질적 대상, 골동품적인 과거의 미적인 대상으로서만 이해하는 것

- 이 경우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는 기껏해야 작품발생적인 것과 관련된 지나간 과거적 사실만이 주목될 뿐, 작품 자체에 대한 고유한 이해는 아무런 의미연관을 획득하지 못함

 

*논문의 목적

-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에 기초하여, 인식의 대상으로서 예술작품이 아닌 작품 자체의 존재에 대해서 논구

 

cf) 가다머 주장의 핵심은 예술작품이 진리를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 이때 진리는 과학적 방법에 매어있지 않은 진리이며, 과학적 방법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진리.

cf) 근대 과학주의 이래로 방법적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음으로써 인식의 영역에서 추방되었으며, 그 결과 우리의 삶에서 누락 되어 버린 다른 진리의 영역이 있음을 가다머는 보여주고자 함

 

2. 미학의 주관화와 한계

 

*근대 계몽주의 미학

- 예술작품은 천재(예술에 규칙을 부여할 수 있도록 자연으로부터 능력을 부여받은 사람)의 산물

- 예술작품은 내 앞에 대상이며, 내가 작품을 아름다운 것으로 인지하는 것은 취미능력이 있기에 가능

작품의 존재 의의는 주관에 의해서 부여되는 것이며, 미를 판정할 수 있는 미적 판단력이 중요

 

*미적 구별(ästhetische Unterscheidung, WM 162)

: 미적으로 의미있는 것과 미 외적인 것을 작품에서 구분함으로써 작품의 현실적인 발생연관에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

- 눈앞의 예술작품을 나의 미적 판단력에 감응하는 순수한 예술작품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은 작품이 존립할 수 있는 기반으로서의 삶의 연관을 끊어버리는 행위

- 미와 상관없는 모든 것들을 사상시켜버리고 순수하게 작품 자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이 뿌리내리고 있는 기반과 함께 작품이 실제로 보여주고자 했던 세계 또한 함께 사라짐

가다머에게 있어 미적 구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놀이에 대한 분석

 

*가다머의 반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칸트는 미적 자율성의 영역을 확보해주었지만, 미적 경험을 소위 취미라는 주관적 의식의 영역 속에 제한해 버림으로써 예술로부터 그것의 모든 역사적, 삶의 계기를 제거시켜 버렸고, 그와 더불어 예술의 고유한 진리 기능을 빼앗아 버렸다.” (116)

 

- 대상의 측면에서 인식 주체의 측면으로 관심을 돌린 것이 칸트의 공로라면, 가다머는 다시 작품 자체(Werk an sich)의 존재로 관심을 돌린 것 (여기서 작품 자체는 고정된 불변의 실체론적인 의미가 아님)

- 가다머는 근대 이후 주관의 측면에서 예술작품을 인식적으로 타당하게 정립하려 했던 주도적인 미학의 흐름을 부정함

 

3. 놀이와 예술작품

 

*놀이와 예술작품

 

놀이의 주체는 놀이하는 사람이 아니고, 놀이는 놀이하는 사람을 통해서 단지 표현될 뿐이다.” (WM 191)

 

놀이의 주체는 단지 놀이 그 자체이다.” (WM 194)

 

- 예술작품 감상은 놀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 모두는 각자 삶의 영역에서 다양한 관심과 시각을 갖고 있지만, 놀이 속에서는 개별적 차이가 소멸되어 오직 놀이만이 드러나는 것처럼 예술작품에서 주도적인 것은 주관적인 의식이 아니고 작품 자체.

- 놀이가 놀이자에게 권위를 갖는 것처럼 예술작품 또한 감상자에게 유사한 권위의 인정을 요구. 여기서 요구는 예술작품을 탐구를 위한 호기심의 대상으로 보지 말 것이며, 만일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함을 주장하는 것.

 

*놀이에서의 진지함

- 놀이자는 놀이 규칙을 자의적으로 변경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규칙을 진지한 것으로 받아들일 경우에 놀이가 성립. 이 진지함은 일상적인 심각함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과의 거리두기를 통한 예술적 진지함.

-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은 놀이에 전적으로 몰두하게 됨으로써 일상적인 긴장감을 덜게 됨. 여기서 몰두는 통상적인 목적성취를 위한 몰두가 아님. 놀이는 그 자체 이외의 다른 목적이 없음.

 

*놀이의 자기표현의 이중적 의미

 

1) 놀이가 놀이자를 지배하면서 스스로를 표현 (강조하면 작가에 의한 의미 결정론)

2) 놀이자는 놀이되는 특정한 상태의 창조자 (강조하면 감상자 의존성을 강조하는 수용미학)

 

*놀이의 지배

 

놀이하는 사람의 의식이나 태도에서 그 존재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놀이가 놀이하는 사람을 놀이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서 놀이의 정신으로 가득 채운다. 놀이하는 사람은 놀이를 자신을 능가하는 현실로서 경험한다.” (WM 202)

 

놀이가 놀이자를 지배하는 데 그 본질이 있다.” (WM 197)

 

- 놀이는 놀이자를 통해서 표현되면서도 놀이자의 주관에 속박되어 있지 않으며 오히려 놀이자의 주관성을 제약.

- 놀이에 있어서는 놀이자의 심적 태도가 본질적이지 않음. 놀이를 놀이자의 심적 태도로 규정할 경우에, 놀이는 놀이자의 심적 태도에 종속되어 버리고 놀이 자체의 본질이 드러나지 않음.

놀이가 갖고 있는 주객이원론 극복의 단초가 발견됨. 예술작품을 대할 때 오직 중요한 것은 주객의 분리를 넘어선 작품과의 어울림/참여.

 

*놀이와 예술작품의 차이

- 예술작품은 작가(예술가)의 특정한 의도를 타인에게 드러냄을 목표로 함

- 우리들 대부분은 예술작품 앞에 있는 관객의 입장

예술작품의 표현은 보여줌 내지는 제시함을 그 본질상 요구 (목적연관에서의 차이)

예술작품은 관객에게 개방되어 있는 세계 (존재론적 차이)

 

*총체적인 전환(totale Wendung, WM 203)

: 연극이 보여주는 세계에 진정으로 참여하는 관객은 이제 관객의 위치를 넘어서 연기자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며, 최종적으로는 연극이라는 예술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에 참여하게 되는 것

- 놀이가 갖고 있는 규범적 권위가 이제 예술작품에서는 놀이자와 관객 모두를 포괄하는 구조로 바뀜

- 예술작품의 세계와 실제의 세계에 대한 구별이 지양되며, 작품 세계의 가상이 지양되고 참된 것으로 이해될 경우에만 작품의 고유한 세계가 개현될 수 있음

예술작품의 고유한 세계는 관객의 귀속을 통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완성체(Ergon, WM 204)가 되고, 이렇게 예술작품을 통하여 보여주는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형성체(Gebilde, WM 206)라고 함

 

4. 형성체로의 변화와 총체적 매개

 

*형성체로의 변화

- 형성체 : “그것의 척도를 자체 내에서 발견하기 때문에 외부적인 다른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해서 측정되지 않”(WM 206), 예술작품이 개현하는 하나의 완결된 새로운 세계

- 변화 : “어떤 것이 한꺼번에 전체적으로 다른 것으로 되어서 변화된 것이 참된 존재임에 반해 그 이전 것은 아무것도 아”(WM 207)니게 되고 그 이전의 것이 더 이상은 없어짐

형성체로서의 세계는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거나, 허무하게 끝나버릴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게 하고 그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함

변화는 작품을 통해서 표현되지 않았으면, 계속 숨겨진 채 은폐될 것이 표현을 통해 끌어내져 밝게 드러나게끔”(WM 207)

 

*예술작품의 표현과 고유한 존재 가능성”(WM 215)

- 동일한 연극 작품도 다양한 상연 속에서 각각 나름의 고유한 매개(표현)가 가능. 그러나 임의적인 표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표현과의 다양한 대화가 필요. 혁신적인 표현으로 인정된 것들은 단순히 전통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일정 정도의 대결의식을 통하여 창조적인 방식으로 성립.

- 어떤 것이 올바른 표현인가 하는 고정된 규준은 없음. 작품의 해석이 늘 유한한 현존재인 개별적인 고유한 해석자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 작품은 늘 새로이 해석될 수 있으며, 사실상 늘 새로이 해석되고 있음.

 

*총체적 매개(totale Vermittlung, WM 218)

: 작품과 매개로서의 표현이 구별됨이 없이 매개하는 것이 그 자체로서 스스로를 지양함으로써 동일성을 획득하는 것

- 작품이 재현을 통하여 그리고 재현에서 자신 스스로를 (이상적으로) 표현하는 것

- 표현(매개)을 작품 자체와 구별하지 않는 것이 작품에 대한 본질적인 경험

동일한 작품이 시간적 경과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작품 내부에 이미 다양한 이해의 국면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며, 작품에 포함된 다양한 이해의 국면은 총체적 매개를 통해 형성체로 변화

예술작품이 상연 때마다 다양하게 표현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면 예술작품은 아무런 동일성이 없는 것인가?” - 축제의 구조 분석

 

5. 미적인 것의 시간성

 

*축제에 참가함(Dabeiseins)

- 참가함은 단순한 현전이 아니라, 참여(Teilhabe)를 의미하고 동시에 그 참여에 의해서 의미가 규정됨을 내포

- 축제 참가자는 축제 가운데 자신의 존재를 망각. 자기망각은 사태에 대한 집중으로부터 발생한 관객의 고유하고 적극적 활동.

cf) 호기심의 경우도 보는 것에 빠져서 자신을 잊기는 하지만, 호기심의 대상은 보는 사람과는 아무런 내적 관계가 없음. 그 결과 호기심에는 지속성이 없으며, 지루함과 둔감함으로 바뀐 뒤에 호기심에 대한 망각은 극복됨.

 

*동시성(Gleichzeitigkeit)과 공시성(Simultaneität)

 

ex) 축제에 참여하여 축제를 즐기는 사람은 축제의 시간이 자신의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동시적인 반면,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단지 시간을 소진하는 사람은 축제를 즐기는 사람과 같은 축제의 시간에 있지만 실제로 그는 그 시간의 외부에 존재하는 관찰자와 같음.

 

- 공시성 : 상이한 미적 체험 대상들이 한 의식 속에 있으며 동등한 타당성을 지니는 것

- 동시성 : 우리에게 표현되는 유일한 것이, 그 기원이 아무리 멀다해도, 그 표현에서 완전한 현재성을 획득하는 것

- 관찰자는 공시적일 수 있으나 동시적일 수는 없음. 동시성은 오직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 참여는 의미의 세계에 함께 들어감을 뜻하는 데 반해, 관찰은 그 세계의 밖에 머물러 있음을 뜻함.

관찰자에게 예술작품은 과거의 미적인 역사적 자료로서만 이해될 뿐, 자신의 현재적 지평과 아무런 연관을 맺지 못하는 미적 쾌감의 대상에 불과. 그러나 동시성을 통해 과거의 작품이 현재화됨으로써 작품의 과거적 지평이 예술의 표현 속에서 이제 새로운 현재적 지평으로 전환되면, 그 속에 참여하는 우리는 예술경험을 할 수 있음.

 

축제는 동일한 것이 매번 변화한다. 그러나 사실 축제는 동일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다르기 때문에 존재한다.” (WM 223)

 

6. 미메시스와 존재의 증대

 

*원상(Urbild), (Bild), 모사상(Abbild)

- 상과 모사상 모두 원상으로부터 파생되었으나, 모사상은 단지 원상에 대한 지시의 기능만을 갖고 있는 반면, 상은 원상에 대한 지시기능이 없음

- 모사상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지양하며, 원상과 동일해짐으로써 원상에 봉사하는 것이 그 존재의미

- 상은 원상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을 표현을 통해서 드러내며, 원상보다 더 많이 표현하고자 함

가다머가 예술작품으로 인정하는 것은 오직 상

 

*맥킨타이어의 외적 재현과 내적 재현

- 외적 재현 : 어떤 대상에 대한 단순한 재생이거나 모사, 그 목적은 원래의 대상을 확인하는 데 있음

ex) 여권사진

- 내적 재현 :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에 대한 재현, 원상에 얼마나 충실한가로 평가될 수 없음

ex) 렘브란트의 <야경꾼>, 고흐의 <구두>

 

*유출과 상의 존재력(Seinsmacht des Bildes)

 

표현되는 것은 표현을 통해 존재의 증대를 경험하게 된다. 상의 고유 내용은 존재론적으로 원상의 유출로 규정된다.” (WM 249)

 

- 유출 : 그것이 흘러넘쳤음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것이 줄어들지 않고 고유하게 남아 있음. 상은 원상으로부터 나왔지만, 그 원상을 훼손하지 않고 원상에 들어있던 더 많은 의미를 드러내 보임.

- 상의 존재력 : 상은 원상을 표현하지만 원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을 드러내 줌으로써 오히려 원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꿈

 

7. 상대주의비판에 대한 해명과 예술작품의 기회성

 

*상대주의비판에 대한 해명

 

A. 예술작품 자체에 대한 어떤 고정된 절대적인 이해의 기준이 없다.

B. 예술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는 순수하게 상대적이고 임의적일 수밖에 없다.

 

A.B.를 함축하지 않는다.

인간이 유한한 역사적 존재이고 인간의 이해가 역사적으로 제한된 이상 A.일 수밖에 없음. 가다머는 과거의 복원을 주장하는 슐라이어마허를 넘어서, 과거와 현재와의 매개를 강조하는 헤겔에 이르게 됨.

 

*예술작품의 기회성(Okkasionalität)

: “작품의 의미 요구 그 자체에 있으며,” (WM 257) “작품이 사념되고 있는 기회로부터 내용적으로 계속 규정될 수 있음” (WM 255-256)

- 작품이 역사적 존재임을 보여주는 개념이며, 동시에 미적의식의 추론에 의한 임의적인 해석을 배제하는 하나의 원리적 성격

- 역사적 존재로서 매순간 기회적인 것을 통해 현재성을 얻게 되는 예술작품은 하나의 해석원리를 거부하고 늘 새로이 이해될 수 있으며, 이러한 이해의 과정에서 존재의 증대가 이루어짐

 

8. 나오며

 

*해석학적 이해의 전형으로서 예술작품

- 예술작품은 변화와 무관한 초역사적 본질의 대상이 아니라 전통과 현재가 새롭게 융합되는 하나의 존재론적 구도에서 파악됨

- 예술작품은 의미의 완결이 이루어진 대상이 아니라 그때마다 새로이 해석이 되어야 할 과제를 지닌 존재로서 우리 앞에 있음

 

*삶을 위한 예술

- 예술의 표현은 삶에 대한 표현이며, 삶을 표현하는 것은 삶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기 때문

- 예술은 현실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며, 그래서 우리가 우리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할 때 예술을 통해서 그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음

 

예술작품과 우리가 맺고 있는 친숙함은 신기하게도 동시에 충격을 의미하며, 익숙한 것의 붕괴를 의미하기도 한다. 예술작품이 즐거우면서도 공포스러운 놀라움 속에서 드러내는 것도 이게 바로 너다는 것과 너는 너의 삶을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GW8, 8)

 

우리는 예술을 경험할 때 작품에서 진정한 경험을 만나게 된다. 이 경험은 경험하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WM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