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고대철학 이차문헌

김인곤(2002),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 『시대와 철학』 13

현담 2022. 2. 12. 23:48

<목차>


(서론)
Ⅰ. (“아페이론은 어떤 의미에서 스토이케이온인가?”)
Ⅱ. (“아페이론은 어떤 경우에 스토이케이온과 어울리는가?”)
Ⅲ. (“아낙사고라스의 ‘섞인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아페이론인가?”)
Ⅳ. (“4원소들의 상호 변화는 왜 스토이케이온으로서 아페이론을 요구하는가?”)
Ⅴ. (“아페이론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형식>

 

서론

: 아낙시만드로스의 자료 정황, 아리스토텔레스와 테오프라스토스의 증언과 문서적 문제, 논문의 목표, 심플리키오스의 진술(아낙시만드로스 직접인용문), 논문의 작업 범위, 심플리키오스 진술의 내용

 

: ‘아르케의 의미, ‘스토이케이온의 의미, 아페이론을 스토이케이온이라고 하는 것의 부자연스러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A편 참고를 통한 이해

 

: 자연철학자들의 통찰을 통해 아르케에 추가된 의미(생성소멸의 순환적 변화 관념), 순환적 변화 관념을 함축하는 탈레스와 아낙시메네스의 아르케, 순환적 변화 관념을 함축하는지 의심스러운 아낙시만드로스의 아르케, 아리스토텔레스의 스토이케이온으로서의 아르케 개념 정식화, 아낙시메네스와 아낙사고라스의 스토이케이온으로서의 아페이론(공기, ‘같은 부분으로 된 것들’)

 

: 심플리키오스의 자연철학자 분류,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낙시만드로스와 아낙사고라스 비교, 테오프라스토스에게서 섞인 것과 아페이론, 심플리키오스의 테오프라스토스 인용 문제에 대한 해석 방법(심플리키오스의 강한 해석 개입, 아낙사고라스와 아낙시만드로스의 공통점 강조, 아예 아낙사고라스만으로 해석-문제 많음, 아낙사고라스와 아낙시만드로스 사이의 유비관계)

 

: 4원소들의 상호 변화에 근거한 스토이케이온으로서 아페이론 해석 (심플리키오스), 4원소들의 상호대립의 균형에 근거한 스토이케이온으로서 아페이론 해석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이케이온으로서 아페이론 비판 (아리스토텔레스)

 

: 엠페도클레스와 아낙사고라스의 구분 (하나의 질료적 실체 간주 여부, 단 한 번의 분리 여부), 테오프라스토스가 아낙사고라스와 아낙시만드로스를 비슷하게 읽는 이유, 아낙사고라스와 아낙시만드로스를 다루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심스러움, 아페이론에서 스토이케이온 개념을 제거하고 아낙시만드로스 이해하기, 아페이론의 정체를 명료화하는 작업의 난점

 

 

<주요 내용>


pp.9-10. (서론)
그러나 유실된 원형을 보다 분명하게 그려보려는 시도와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발췌들의 문서적 가치를 평가하려는 시도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낙시만드로스를 다룰 때 이 문서적 문제는 특히 중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테오프라스토스가 실제로 무슨 말을 했는지를 결정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바로 그 사상가의 생각을 제대로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본 논문의 작업도 예외 일 수는 없다.
[...] 아낙시만드로스의 유일한 토막글에 대한 해석을, 그것도 아페이론에 한정해서 시도해 보는 과정에서 이 두 가지 측면,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증언들이 갖는 자료서의 가치를 드러내고, 테오프라스토스가 아리스토텔레스적 개념을 사용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오해의 일단을 보여주는 정도이다.
[...] 이 인용문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아낙시만드로스의 육성이 담긴 토막글의 범위와 그것의 해석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들이 개진되어 왔는데, 여기서는 다루지 않고 아페이론에 관한 내용에만 주안점을 둔다.

*본 논문의 목표 1 :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에 대한 해석
*본 논문의 목표 2 :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을 다루는 발췌들의 명료화와 평가
1) 아리스토텔레스의 증언의 자료적 가치 조명
2) 테오프라스토스가 아리스토텔레스적 개념을 사용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오해 조명
*본 논문의 작업 방식 및 범위
: 아리스토텔레스와 테오프라스토스를 참고하여 아낙시만드로스의 유일한 토막글(심플리키오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에 대한 주석』 24, 13)을 아페이론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해석

pp.11-13. (Ⅰ장)
[...] 아페이론을 아르케라고 말하는 것은 ‘근원’이라는 일차적인 의미 때문에 어색하게 들리지 않지만, 아페이론을 스토이케이온이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구석이 있다. [...] 원소라는 말만 두고 보더라도 그것이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궁극적인 조각(particle)이라면, 아페이론은 원소들의 집합체 정도로 표현되어야 할 것 같다. [...] 아페이론은 4원소와 같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페이론이 어떤 의미에서 하나의 스토이케이온인가?
[...]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을 직접 또는 암시적으로 언급하는 여러 대목들을 보면, 아페이론에 대해서 아르케와 스토이케이온을 나란히 쓰고 있지는 않다. 또 아페이론을 가리켜 스토이케이온이라고만 말하는 곳도 눈에 띄지 않는다.
[...] 심플리키오스의 글[1]은 아페이론에 대해서 “ex hou ~ eis ho”의 개념이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페이론의 해석에 관한 문제 1
: “아페이론은 어떤 의미에서 스토이케이온(stoicheion, 원소)인가?”
⇒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A편에서 아르케(archē, 근원)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것으로부터(ex hou) 있게 되고, 그것으로부터(ex hou) 최초에서 생겨나서 마침내 소멸되어 그것으로(eis ho)” 되돌아가는 어떤 것이므로, 아페이론은 스토이케이온의 생성지(발원지)와 소멸지(종착지)로서 스토이케이온
⇒ 이런 의미에서 아페이론은 정확하게는 스토이케이온이 아니라 메타-스토이케이온 정도,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도 아페이론에 대해 아르케와 스토이케이온을 나란히 쓰거나 아페이론을 스토이케이온이라고만 말하지 않음

pp.15-16. (Ⅱ장)
[...] 스토이케이온으로서의 아르케 개념을 정식화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2]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그것은 “양태는 변하지만 본질은 영속하는”(tēs men ousias hypomenousēs tois de pathesimetaballousēs) 그런 것이다. [...] 자신의 정해진 고유성을 항시 유지하면서 사물의 구성요소가 되는 것, 사실 ‘스토이케이온’은 바로 그런 대상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스토이케이온의 완전한 의미가 이런 것이라고 할 때, ‘아페이론’이라는 말과 어울릴 수 있는 경우는 한 가지 밖에 없다. 즉 스토이케이온으로서의 아페이론이란 아페이론적인 측면을 갖는 스토이케이온이라는 것. 이를테면 원소이면서 무한정한 것으로 가정되는 아낙시메네스의 공기와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은 4원소들과는 다른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스토이케이온으로서의 아페이론 개념에 가장 유력한 후보는 아낙사고라스의 ‘같은 부분으로 된 것들’(homoiomerē)로 좁혀진다. 인용문[1] 말미에서 심플리키오스가 아리스토텔레스를 거명하며 아낙시만드로스를 아낙사고라스와 같은 부류로 놓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아페이론의 해석에 관한 문제 2
: “아페이론은 어떤 경우에 스토이케이온과 어울리는가?”
⇒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A편에서 스토이케이온은 “양태는 변하지만 본질은 영속하는” 어떤 것이므로, 스토이케이온으로서의 아페이론은 (고유성을 지키며 사물을 구성하는) 원소이면서 무한정한(아페이론적) 측면을 갖는 (그러나 4원소들과는 다른) 아낙사고라스의 ‘같은 부분으로 된 것들’(homoiomerē)
⇒ 그래서 테오프라토스(심플리키오스)는 아낙시만드로스를 아낙사고라스와 같은 부류에 놓음

pp.17-19. (Ⅲ장)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낙시만드로스와 아낙사고라스를 같은 부류로 묶는 공통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생성의 원리를 ‘분리’로 설명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원초적 물체의 성격이 ‘섞인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에 구별되는 점은 아낙시만드로스는 일원론자이지만, 아낙사고라스는 단순한 일원론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 아낙사고라스의 ‘섞인 것’이 어떤 의미에서 아페이론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 아낙사고라스가 말하는 ‘모든 것들의 혼합체’는 분리되기 전의 “모든 것들 속에 모든 것들이 들어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테오프라스토스는 그런 섞인 상태를 곧바로 아페이론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런 상태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한정되지 않은 하나의 자연으로 놓는다면” 그것을 아페이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페이론의 해석에 관한 문제 3
: “아낙사고라스의 ‘섞인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아페이론인가?”
⇒ 아페이론과 ‘섞인 것’의 공통점 : 생성의 원리를 분리로 설명, 물질적 성격을 혼합으로 설명
⇒ 아페이론과 ‘섞인 것’의 차이점 : 아페이론-일원론, ‘섞인 것’-다원론
⇒ 아낙사고라스의 ‘섞인 것’은 그것이 질적/양적으로 ‘한정되지 않은 하나의 자연’으로 놓았을 때 아페이론이라고 할 수 있음

pp.24-26. (Ⅳ장)
인용문[5]은 4원소들의 상호 변화가 왜 문제가 되는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설명의 핵심 요지는, 4원소들은 서로 대립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한편의 것을 무한정한 것으로 놓게 되면 대립의 균형이 깨져서 결국 다른 한쪽의 소멸로 귀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4원소들 중 어느 하나를 아페이론으로 놓을 수가 없어서 4원소와는 별개의 것을 아페이론으로 놓았다는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4원소 외에 별도의 것을 아페이론으로 놓는 직접적인 이유는 4원소들의 상호변화, 즉 질적 변화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상호대립의 균형을 깨뜨린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 아르케의 일차적인 뜻이 사물들이 생겨나는 바탕으로서의 기원 내지는 원천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것으로부터의 생성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려면 그 원천이 한정되어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페이론의 해석에 관한 문제 4
: “4원소들의 상호 변화는 왜 스토이케이온으로서 아페이론을 요구하는가?”
1. 세계에는 궁극적으로 4원소들만 존재한다.
2. 4원소들의 상호 변화(=생성, 질적 변화)가 무한히 연속된다.
(=세계는 시간적으로 무한하다.)
3. 모든 4원소들이 무한정한 것이 아니라면, 상호 변화의 원천이 무한하지 않다.
4. 상호 변화의 원천이 무한하지 않다면, 상호 변화가 무한히 연속되지 않는다. (2와 충돌)
5. 그러므로, 모든 4원소들이 무한정한 것이 아닌 것은 아니다.
6. 4원소들 가운데 하나가 무한정한 것이라면, 4원소들 사이의 대립적 균형이 깨지면서 무한정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이 소멸한다.
7. 4원소들 사이의 대립적 균형이 깨지면서 무한정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이 소멸하면, 상호 변화가 무한히 연속되지 않는다. (2와 충돌)
8. 그러므로, 4원소들 가운데 하나가 무한정한 것이 아니다.
9. 따라서, 4원소들 모두 무한정하다. → 엠페도클레스 (1 인정, 다원론적 해결책)
10. 따라서, 4원소들과 별도의 것 하나가 무한정하다. → 아낙시만드로스 (1 거부, 일원론적 해결책)
⇒ 4원소들 사이의 대립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4원소들의 상호 변화가 무한히 연속되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스토이케이온으로서 아페이론이 요구된다.
↔ “그렇다면 그것[아페이론]은 실제 사물들의 스토이케이온 역할을 하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물이나 공기처럼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 곁에 있어야 할 텐데, 아페이론은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낙시만드로스 비판) (p.27.)

pp.32-33. (Ⅴ장)
대립적 힘들은 스토이케이온이 아니기에 그것들의 순환적 변화는 소모적이다. 그래서 아페이론은 아페이론이어야 한다. 대립하는 힘들의 세력 균형은 궁극적으로 그것들의 공급처인 아페이론에 의존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페이론은 세계을 에워싸고(포함하고) 조종한다.
[...] 아페이론은 양적으로 무한한 그러나 질적으로는 ‘4원소들’ 중 어떤 것과도 동일하지 않은 그런 것이라는 정도다. 그 외는 추측만이 있을 뿐이다. [...] 사실상 아페이론은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어떤 물체와도 동일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 비물질적 존재라는 것은 기원전 6세기의 사람들에는 거의 생각할 수 없는 관념이다. 게다가 아페이론이 모든 물질적 사물들의 원천이라면 그것은 그 자체가 어떤 종류의 물체였다는 것을 뜻한다. [...] 비록 그들이 원초적 실체는 그것에서 나온 결과물과는 다른 것이어야 한다고 믿을 준비가 되어 있었을 지라도 말이다. 요컨대 우리는 아페이론을 그 자체로서 묘사할 수 없다.

*아페이론의 해석에 관한 문제 5
: “아페이론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1) 4원소들을 포함한 대립적인 힘들의 상호 균형을 유지하며 그러한 힘들을 공급하는 궁극적 공급처
2) 양적으로 무한한 그러나 질적으로는 4원소들 어느 것과도 동일하지 않은 것
3) 지각할 수 있는 어떤 물체와도 다른 것
4) 물질적인 사물들의 원천이지만 물질적인 사물들과는 다르고 비물질적인 존재는 아닌 것
⇒ 아페이론 그 자체로 묘사할 수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