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고대철학 이차문헌

오유석(2016), 「에피쿠로스주의: 치유로서의 철학」, 『서양고대철학2』

현담 2023. 3. 20. 15:51

. 학파와 문헌

1) 정원(kepos)

- 오늘날의 학교나 연구소가 아니라 일종의 대안 공동체와 유사. , 에피쿠로스주의자는 특정한 교육과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삶의 방식을 따르기로 한 사람이었음.

- 정원 공동체 구성원에는 어린이와 노예가 있었으며 창녀를 포함한 여성들도 있었음. 이에 에피쿠로스를 비방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에피쿠로스와 그 추종자들 간의 친밀한 우정 관계는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음.

- 다른 학파처럼 공식적 커리큐럼이 없었지만, 그 구성원들이 에피쿠로스의 저술을 읽고 토론했던 듯하몉 특히 그의 주요한 견해들(Kyriai doxai)은 암송되었던 듯함

 

2) 문헌

-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에 따르면, 에피쿠로스는 41권의 책을 지었다고 전해지지만, 이는 주 저서이고, 실제로는 두루마리 300개 정도나 됐다고 함

- 불행하게도 에피쿠로스가 쓴 책은 대부분 소실되어서 현재 거의 남아 있지 않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의 마지막 권(10) 전체를 에피쿠로스 철학에 할애하며 서한 세 편과 주요한 견해들인용. (헤로도토스에게 보내는 편지- 자연학, 퓌토클레스에게 보내는 편지- 천문학, 메노이케오스에게 보내는 편지』 『주요한 견해들- 늄이랃)

- 16, 17세기에 에피쿠로스 어록, 에피쿠로스의 자연에 관하여의 단편, 에피쿠로스주의자 필로데모스의 저서들 발굴

 

. 에피쿠로스 원자론 (1)

1) 원자 가설

: 모든 물체는 분할 불가능하고 불변하는 미세한 물체, 즉 원자이거나 원자들로 구성된 결합체이다. 원자는 물체의 본성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원리들(archai)이다.

 

2) 기본 주장 (헤로도토스에게 보내는 편지39-44)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생겨나지 않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사라지지도 않는다. (38-39)

존재하는 것의 총체는 물체들과 허공뿐이다. (39-40)

물체들 중 어떤 것은 결합체이며, 다른 것은 결합체의 구성 요소(, 원자들)이다. (40-41)

존재하는 것의 총체는 원자들의 수나 허공의 크기에 있어서 무한하다. (41-42)

원자들의 모양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42-43)

허공의 무한한 크기 때문에 원자들은 영원히 움직인다. (43-44)

 

3) 에피쿠로스 원자론의 특징

) 허공을 인정하는 물질주의(materialism)

    : 원자들의 결합과 분해가 자연에 관한 다른 모든 이론적 설명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물질주의

    : 하지만 비물질적 실체인 허공의 존재를 인정하고, 원자와 허공이 운동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 그 둘을 원인이라고 부름

) 비환원론

    : 모든 결합체의 속성이 이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속성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님

    - 환원론에서 모든 사건의 원인은 원자에 귀속되며, 결합체로서 인간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발성과 책임을 가질 수 없게 됨

    - 에피쿠로스는 원자뿐 아니라 결합체도 물체라고 주장함으로써 환원주의의 어려움을 피함

 

. 에피쿠로스 원자론 (2)

1) 원자들의 형태 (모양과 크기)

 

1. 원자들의 형태가 무한히 다양하다. (데모크리토스)

2. 원자들의 형태가 무한히 다양하다면, 우주만큼 큰 원자도 존재할 수 있다.

3. 우주만큼 큰 원자는 존재할 수 없다.

4. 따라서, 원자들의 형태는 무한하게 다양하지 않다. 다만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에피쿠로스)

 

2) 원자의 구조

 

1. 원자들은 분할 불가능하다. (데모크리토스)

2. 분할 불가능한 모든 것은 움직일 수 없다. , 움직이는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분할 가능하다. (아리스토텔레스)

3. 원자들은 움직일 수 있다.

4. 따라서, 원자들은 분할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1. 움직일 수 있는 원자들은 수학적으로 분할 가능하다. (아리스토텔레스)

2. 그러나 원자들은 물리적으로 분할 불가능한 최소 부분을 가진다. (에피쿠로스)

 

3) 원자의 운동과 (루크레티우스의) 빗나감 도입

- 운동의 실재는 일종의 공리로 받아들여지며 더 이상의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음. 운동은 시작도 끝도 없고 결코 멈추지 않으며, 결합체 내에서도 항상 미세한 운동(원자들의 진동운동)이 유지됨.

- 원자들은 그 무게 때문에 자연적으로 아래로 움직임. 원자의 무게는 크기에 비례하지만, 원자들은 그 무게와 무관하게 동일한 속도로 허공 속에서 움직임. 다만, 원자들의 상호 충돌로 인해 그 운동 방향이 전환될 따름.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들의 상호 충돌만이 원자의 운동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간주)

 

1. 만약 무게만이 원자적 운동의 유일한 최초의 원인이라면, 원자들이 마치 빗방울처럼 무한히 큰 허공 속에서 아래로[수직으로] 떨어질 것이다.

2. 원자들이 마치 빗방울처럼 무한히 큰 허공 속에서 아래로[수직으로] 떨어진다면, 원자들이 서로 충돌할 수 없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모든 자연 현상이 불가능하다.

3. 따라서, 무게만이 원자적 운동의 유일한 최초의 원인인 것은 아니다.

 

약간의 빗나감이 원자적 운동의 최초의 원인에 추가된다면, 원자들은 서로 충돌할 수 있고 그로부터 모든 자연 현상이 비롯될 수 있다!

나아가 약간의 빗나감은, 모든 자연현상을 필연성에 종속시킴으로써 인간의 자발성과 도덕적 책임을 불가능하게 만든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자발적 행동의 가능성의 근거를 원자론 내에 마련해준다!

 

4) 빗나감의 한계

- 빗나감은 의지의 과정 그 자체를 속 시원하게 해명해주지는 못함

- 빗나감이 드문 현상인지, 아니면 빗나감이 우리의 모든 행동에 관련해서 욕망과 의지의 조건으로 작용하는지 텍스트에서 분명히 밝혀지지 않음

어쩌면 텍스트의 불명료함은 의도적일 수 있음. , 빗나감의 인과적 기능을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것. 자연에는 필연성이 있으나 그것은 전능하지도 않으며 모든 행동을 통제하지도 않음.

 

5) 생성의 원리로서 원자

- 세계 형성에 적절한 씨앗(spermata 원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임)들이 있을 경우 세계가 생겨남 (데모크리토스는 마치 빅뱅 이론처럼 원자들의 소용돌이를 통해 세계의 생성을 설명)

- 원자들은 특정한 총체를 형성하고 (세계는 특정한 형태만을 띨 수 있음), 그 안에서 원자들의 다양한 모양과 크기가 선택의 기계적 과정 속에서 기능함으로써 세계 생성의 원리가 됨 (단순히 원자들이 무한히 많았기 때문에 무한히 많은 수의 세계가 생겨나는 것이 아님)

 

. 에피쿠로스 진리론

- 진리의 기준(규준 kanon, 판단 기준 kriterion)

  : 참과 거짓을 분별해줄 수 있는 진리 판단의 근거이며, 그 스스로 자명

 

1) 진리의 기준 1 감각적 증거(감각 데이터)

: 모든 감각 [경험]은 참이고 사실적이다.

: 학적 추론의 토대(학적 탐구의 출발점)는 감각 경험에 의해 제공되는 정보이며, 아직 이성적 해석이 가미되지 않은 원자료이다.

) 감각 경험의 메커니즘

    (1) 외부 대상으로부터 쉼 없이 분리되어 나오는 필름처럼 얇은 겉껍질(eidolon, typos, 영상)이 감각기관에 충돌할 때 우리는 대상을 감각 [경험] 감각 [경험]은 겉껍질로부터 제공된 감각 데이터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참이고 사실적

    (2) 겉껍질이 외부 대상에서 기원해서 우리 눈의 망막에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전적으로 수동적이므로, 감각 경험은 수동적

  (3) 감각을 획득하는 데 이성적 판단은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각은 이성과 무관(alogos)

) 왜곡과 상응의 메커니즘

    (1) 겉껍질이 멀리 떨어진 외부 대상에서 우리 눈까지 이동하는 동안 중간에 있는 다른 원자들과 부딪쳐서 그 모습이 왜곡될 수 있음

    (2) 왜곡되지 않은 겉껍질은 외부 대상의 외형과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이런 영상을 통해 획득된 감각은 외부 대상의 본성을 정확히 전해줌

    (3) 명증적 감각 경험(인식 대상을 가까이 눈앞에서 지각하며 어떤 부가적 믿음도 가미되지 않은 경험)은 단순히 겉껍질과 상응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외부 대상과도 상응

) 오류의 메커니즘

    : 오류는 감각 [경험]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 데이터가 실제 대상의 모습과 일치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생겨난다.

  ex) 물속에 들어간 노가 휘어져 보이는 감각 경험 자체는 허위가 아니지만, 그 노가 실제로 휘어져 있다고 우리가 믿게 될 때 이러한 믿음에서 오류가 생겨남

 

2) 진리의 기준 2 선개념(prolepsis)

: 모든 선개념은 참이고 사실적이다.

: 학적 추론은 축적된 감각 경험으로부터 형성된 선개념을 통해서야 비로소 출발할 수 있다.

) 선개념의 형성 1 - 유사성에 의한 전환(kath’ homoioteta metabasis)(필로데모스)

    : 선개념은 많은 감각적 사례들을 조사하고 규칙적으로 관찰된 유사성 혹은 차이에 근거해서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과 필연적으로 연결되는지 결정하는 유일하게 타당한 추론 방식 (키케로, 루크레티우스, 엠피리코스 또한 선개념을 일종의 추론으로 간주)

    ↔ 만약 선개념이 일종의 추론이라면 선개념 형성에도 오류가 개입될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가?

) 선개념의 형성 2 집중(epibole)(클레멘스)

    - 우리 마음은 외부로부터 제공되는 감각 데이터에 어떤 정보를 부가하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의 행위를 통해 감각 데이터에 반응

    - 집중을 일종의 (무의식적)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단순히 주어진 감각 소여들 간의 연관성을 인지하는 것에 불과하며, 여기에는 아직 이성적 사유나 해석이 가미되지 않음

    - 선개념은 외부대상으로부터 생겨난 감각 인상의 기록일 뿐 믿음이나 이성적 추론으로부터 자유로움

 

3) 추론의 두 가지 방식

확증을 요하는 것(to prosmenon)에 관한 추론

    : 사실 여부에 대한 감각적 확인

    ex) 기둥이 멀리서 둥글게 보일 때 그 기둥이 실제로 둥글 수도 있지만 네모난 기둥이 둥글게 보일 수도 있으므로, 우리는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

확증 불가능한 것(to adelon)에 관한 추론

    : 감각적 증거와 양립 가능하다면(반증되지 않는다면) 참인 것으로 인정되는 반면, 양립 가능하지 않다면(반증된다면) 거짓인 것으로 인정됨

    ↔ 감각적 증거와의 양립 가능 여부는 어떤 이론적 믿음이 참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지만, 어떤 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며 그 이상의 것이 요구됨

    ⇒ 에피쿠로스는 겉껍질(eidolon)이 감각의 성립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최선의 설명 방식을 제시하는 것

 

. 쾌락과 좋은 삶

1) 쾌락주의

: 쾌락은 올바른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고 좋은 삶의 기초를 제공한다. 좋은 삶은 즐거운 삶이며 쾌락은 단순히 좋은 것들 중 하나가 아니라 최고선 혹은 행동의 최종 목표이다.

) 진리의 기준 3- 쾌락과 고통

    : 누군가에게 즐겁게 느껴지는 것은 즐거운 것이며,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 정적 쾌락과 동적 쾌락

    ⓐ 정적 쾌락 : 육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근심의 부재로부터 귀결되는 쾌락

    ⓑ 동적 쾌락 : 어떤 행위를 하는 것 혹은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에서 오는 쾌락

    - 쾌락과 고통 사이에는 제3의 상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상태는 필요 이상의 동적 쾌락을 더함으로써 개선되지 않고 다만 고통이나 근심 속에 있지 않다면 우리는 쾌락 상태에 있게 됨

    - 결국 쾌락이란 고통 없음(aponia)과 마음의 평정(ataraxia)에 다름 아니며, 고통과 근심으로부터의 자유가 인생의 최종 목표

) 욕망의 구분

    ⓐ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욕망

        : 고통의 경감을 가져오는 것에 대한 욕망

        ex) 먹는 것에 대한 욕망

    ⓑ 자연적이지만 필연적이지 않은 욕망

        : 고통을 제거해주기보다는 쾌락을 다양화하는 대상에 대한 욕망

        ex) 특정한 음식에 대한 욕망

    ⓒ 자연적이지도 필연적이지도 않은 욕망

        : 헛된 믿음(진리의 기준에 근거해서 획득되지 않은 믿음)에서 생겨나 진정으로 즐거운 대상에 대한 것이 아닌 헛된 욕망

        ex) 왕관이나 동상을 세우는 일 등에 대한 욕망

    ⇒ 좋은 것은 와 같이 얻기 힘든 것이 아니라 쉽게 획득 가능하며, 설령 를 충족하더라도 그들은 결코 진정한 쾌락을 얻지는 못할 것

 

2) 신과 죽음

) 자연학 연구 이유

    - 자연 세계의 본성을 알지 못한다면 신과 죽음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해 이들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되기 때문

    - 신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 잘못된 종류의 안전을 욕망하게 하며 이로 인해 학행을 저지르게 하기도 함

) 신이 두려운 것이 아닌 이유

 

1. 신이 인간으로 인해 기뻐하거나 고통스러워하고 인간의 삶에 간섭한다면, 신은 행복할 겨를이 없다.

2. 신은 지극히 행복하다.

3. 따라서 신은 인간으로 인해 기뻐하거나 고통스러워하고 인간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다.

 

신들은 인간의 행동에 무관심하며 자연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관여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신의 분노나 처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

 

)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닌 이유

 

1. 우리는 죽으면, 분해된다.

2. 분해된 것은 감각이 없다.

3. 감각이 없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죽은 자들이 저승에서 고통을 겪는다는 것은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며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