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고대철학 이차문헌

이창우(2016), 「스토아 철학」, 『서양고대철학2』

현담 2023. 4. 3. 13:38

. 학파의 역사

1) 헬레니즘 철학의 시기

) 헬레니즘 시대 : 알렉산더 사후(BC 323)부터 로마 공화정의 공식적 몰락(BC 31)까지

) 헬레니즘 철학의 시기 : 편의상 정치사회사적 시기 구분(헬레니즘 시대)을 수용

) 헬레니즘 철학 유파 : 에피쿠로스, 스토아, 회의주의

 

2) 초기 스토아 학파

) 창립자 제논(Zenon, 키프로스, BC 336-264)

    - ‘스토아라는 학파 명칭은 창립자 제논이 아테네의 아고라(광장)에 있던 공적 건물, 스토아 포이킬레’(Stoa Poikile)에서 강의를 했기 때문에 얻어진 이름

    - 외국인 신분으로 아테네에 들어와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플라톤주의나 아리스토텔레스주의가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읽고자 함

    - 신흥 학파였던 에피쿠로스 학파와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사상의 동력을 발견하고자 시도

    - 제논 이후 후계자들 및 후대 스토아 철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은, 제논이 언표했던 말의 의미에 관한 해석 논쟁의 외관을 띠었을 뿐. 400년 스토아 이론의 역사는 크게 봐서 대체로 일관성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고, 또 실제로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 역사적 일관성의 중요성을 의식하고 있었음.

) 클레안테스(Cleanthes, 아소스, BC 331-232)

    - 제논의 사상을 헤라클레이토스의 통찰을 빌려와 재표현하고자 함

    - 시적, 종교적 영감과 비전을 스토아주의에 부여하려고 함

) 크뤼시포스(Chrysippos, 솔리, BC 280-206)

    - 제논과 클레안테스의 교설들에 대해 섬세한 논점을 개발하고 잘 짜인 논증적 구조를 부여

    - 스토아주의가 하나의 수미일관적인 체계로 조직화되는 데에, 그래서 그것을 하나의 엄밀한 학문의 위치로 승격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

) 디오게네스(Diogenes, 셀레우키아, BC 240-150)와 안티파테르(Antipater, 타르소스, BC 200-129)

    - 초기 스토아에서 중기 스토아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스토아주의자

    - 주로 아카데미아 학파(특히 카르네아데스)의 회의주의적 공격으로부터 스토아주의를 방어하는 데 노력

 

3) 중기 스토아 학파

) 파나이티오스(Panaitios, 로도스, BC 180-110)

    - 로마 공화정 시대의 귀족 클럽인 스키피오(Scipio) 서클의 지적 후견자로 활동

    - 초기 스토아 윤리 사상의 강고하고도 엄숙한 톤을 다소 완화하고자 했고, 윤리적 사유의 관점을 완성된 현인(sophos)의 관점에서 도덕적 성장의 길 위에 있는 범인의 관점으로 이동시키고자 함

) 포세이도니오스(Poseidonios, 아파메아, BC 135-51)

    - 일부 플라톤주의적 요소를 스토아주의에 가져왔다는 점에서 사상 계승의 정통성 문제를 불러일으킴

    - 스토아 사상을 하나의 엄밀한 체계로 발전시키고자 했고, 특히 인접 과학들과의 적극적인 연결과 통합을 통하여 스토아주의를 내용적으로 풍부한 보편 이론으로 만들고자 함

 

4) 후기 스토아 학파

) 세네카(Seneca, BC 4 AD 65)

    - 로마의 재상으로 거의 평생 동안 정치

    - 마음의 평온과 사회적 책무에 관한 심원한 메시지를 스토아주의로부터 길어 올리는 데 노력

) 에픽테토스(Epictetos, 50-138)

    - 원래 노예였지만 철학자

    - “우리 손에 달려 있는 것”(외적 인상에 대해 동의/거부할 수 있는 능력)우리 손에 달려 있지 않은 것”(마음 바깥의 외적 세계와 이를 구성하는 것들)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자유의 절대적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함

)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121-180)

    - 제국의 운명을 거머쥔 황제였지만 자신의 운명을 위로해야 했던 철학자

    - 내면화된 개별적 자아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세계시민(kosmopolites)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

 

. 문헌 전승

1) 스토아 학파 문헌 전승의 문제

- 후기 스토아 철학자이 저술한 텍스트들만 우리에게 온전히 전승되고 초기 및 중기 스토아 철학자들이 쓴 문헌들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문헌들과 마찬가지로, 사실 거의 모두 소실되어버림

- 초중기 스토아 철학의 재구성을 위해 우리가 의존해야 할 문헌들은 언급된 후기 스토아 철학자들의 저술 이외에 다음과 같은 종류들이 있음

 

2) 플루타르코스(Plutarchos, 46-120)의 직접 인용문

- 스토아에 적대적이었던 중기 플라톤주의자

- 스토아 철학자들을 논파하고자 쓴 자신의 책(특히 스토아의 자기모순, 공통 관념들에 관하여)에서 스토아 철학자들을 짧게(아주 간간이 제법 길게) 직접 인용

 

3) 비스토아 철학자의 간접 인용문(요약, 보고, 발췌, 패러프레이즈)

- 중립적 태도 : 키케로,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 적대적 태도 : 플라톤주의 플루타르코스, 회의주의 섹스투스 엠피리쿠스,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알렉산드로스 아프로디시아스, 경험주의적 의학 갈레노스, 그리스도교 교부학 클레멘스 알렉산드리아

 

4) 스토아 교재

- 5세기 스토바이오스(Stobaios)의 선집에 포함된 1세기 스토아 철학자 디뒤무스(Arius Didymus)에 의해 쓰인 스토아 윤리학 요강(epitomē)이 스토아 교재의 전형적 형태로 추정됨

- 키케로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1차 문헌 이외에도 이런 형식의 스토아 교재를 활용했을 것으로 짐작됨

 

. 스토아 논리학

1) 스토아의 철학 구획 방식

) 철학의 세 부분

    - 플라톤주의자 크세노크라테스(Xenocrates, BC 396-314)가 도입했던 철학 구획 방식을 따름

    - 세 부분, 즉 논리학(logikē), 자연학(physikē), 윤리학(ethikē)으로 나눔

    - 이 구분은 개념적인 것이지 사태적인 것이 아님

) 철학의 통일성

    - 철학의 부분들의 독립성을 인정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음

    - 스토아에게 철학은 이론 이전에 삶의 실행(askēsis)인데, 삶의 실행은 하나의 모습(형식)을 취하고, 따라서 철학도 복수가 아니라 하나임. 삶이 통일되어야 하듯이 철학도 통일되어야 함.

    - 논리학 역시 철학의 도구(organon)가 아니라 철학의 본질적인 부분임

 

2) 스토아 논리학의 등장과 분류

) 스토아 논리학의 등장

    - 그리스 일상용어 로고스’(logos)를 하나의 전문용어, 그것도 근본 개념으로 승격시키고자 함

    - 로고스 담지자로서의 인간이 세계 현실의 구조를 인식할 수 있고 이를 명제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

    - 인간이 단어들과 문장들을 발화하고, 각각의 의미를 이해하고, 앎을 형성하는 전 현상이 설명 대상

) 스토아 논리학의 분류 (1)

    (1) 좁은 의미의 논리학 : 논증 형식과 추론 타당성 연구

    (2) 넓은 의미의 논리학 : 언어와 언어에 대한 표상의 관계, 인간의 사고 과정 연구

ㄷ) 스토아 논리학의 분류 (2)

    (1) 수사학(rhetorikē) : 한 사람이 비교적 긴 말을 끊어지지 않게 이어서 하는 형식

    (2) 변증술(dialektikē) : 두 사람 간의 문답식 대화 형식

) 스토아 수사학

    - 좋은 말을 생산하는 학문

    - 좋은 말의 능력(수사학적 능력)

      : 관점 발견 능력(heuresis), 표현 능력(phrasis), 배치 능력(taxis), 연설 형식 능력(hypokrisis)

) 스토아 변증술

 

A. 지시하는 것(sēmainon) : 무언가를 나타내거나 의미하거나 지시하는 것

B. 지시되는 것(sēmainomenon) : 의미되거나 지시되거나 나타나는 것

 

- 언어 현상에서 지시하는 것과 지시되는 것 각각에 해당하는 대응물을 찾고 양자 사이의 관계를 탐구

- 스토아 변증술 안에는 오늘날의 논리학뿐만 아니라 의미론, 문법학, 음성학까지 포함됨

 

3) 말할 수 있는 것(lekton)

) 말할 수 있는 것의 위상

    - 지시되는 것의 일종. 그러나 지시하는 언어적 표현들도 물체이고, 지시되는 객관적 사물도 물체이지만, 말할 수 있는 것은 물체가 아님.

    - 우리가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들을 통해, 저 객관적 사물과 함께(혹은 이것을 넘어서서) 지시되는 어떤 것

    - 언어를 이해하고 언어 사용 능력 및 언어 관련 표상 사용 능력을 구비한 자들만이 이해하는 어떤 것 (프레게(G. Frege)의 의미와 유사)

    - 언어적 표현 및 사유와 항상 결부되는 것이기는 해도 나의 마음속에만 갖힌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간주관적인 것

) 말할 수 있는 것의 구분

 

a. 완전한 것(autoteles) : 술어를 포함하는 명제(axiōma). 명제는 진리치를 담지할 수 있는 유일한 것.

b. 불완전한 것(ellipes) : 술어들(katēgorēma)을 포함. 술어는 주격에 오는 것에 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어떤 것.

 

    - 동사에 의해 표현되는 술어, 예컨대 걷다는 그 자체로 언어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오직 명사에 의해 제공되는 주어와 결합할 때만, 예컨대 누군가 디온이 걷는다라고 발화할 때만 언어적 기능을 수행 명제 중심적 의미론

    - 완전한 말할 수 있는 것의 전형은 평서문(“디온이 걷는다.”). 그러나 의문문(“디온은 걷고 있는가?”), 명령문(“걸어라, 디온!”), 청유문(“걸읍시다, 디온!”)도 완전한 말할 수 있는 것에 포함됨. 화용론적 의미론의 가능성

) 완전한 것의 구분 (1) : 주어 항의 논리적 성격에 따라

 

a1. 한정적 명제 : 발화와 함께 특정 개체를 명시적으로 바로 지시하는 명제(“이자가 걷는다.”)

a2. 비한정적 명제 : (“어떤 자가 걷는다.”)

a3. 중간적 명제 : 지시사가 아니라 명사가 주어 항에 오는 명제(“디온이 걷는다.”, “한 인간이 걷는다.”)

 

    비한정적 명제는 상응하는 한정적 명제 혹은 중간적 명제에 의해 도출되지만, 그 역은 그렇지 않음

 

ex) 어떤 논증의 대전제가 “x가 걷는다면, 그러면 ~”이고, 소전제가 그런데 y가 걷는다일 때, “x가 걷는다가 비한정적일 경우 논증의 타당성은 항상 보장됨. 하지만 “x가 걷는다가 한정적이고 “y가 걷는다가 비한정적이거나 중간적일 경우, “x가 걷는다가 중간적이고 “y가 걷는다가 비한정적일 경우, 논증의 타당성은 보장되지 않음.

) 완전한 것의 구분 (2) : 논증의 구성 단위에 따라

 

a-1. 단순(hapla) 명제 : (좁은 의미의) 스토아적 논리학의 원자적 단위

a-2. 복합(ouch hapla) 명제 : 두 개 이상의 단순명제의 결합

 

    - 부정어 기호 아님’(ou, Not)은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 체계에서는 술어 앞에 위치하지만, 스토아 체계에서는 전체 명제 앞에 위치

    - 단순명제의 결합은 논리적 연결사들, ‘~이고’(kai, And), ‘~거나’(ê, Or), ‘~이라면’(ei, If)이 수행. 따라서 복합명제는 논리적으로 연언 명제(“지금은 낮이고 밝다.”), 선언 명제(“지금은 낮이거나 밤이다.”), 조건 명제(“지금이 낮이라면 밝다.”로 나뉨.

) 증명 불가능한 것(anapodeikta) : 원자적 논증 형식

    - 모든 논증들은 아래 다섯 가지 형식 중의 하나이거나 이 중의 하나로 분석될 수 있음

 

(1) p라면 q이다. 그런데 p이다. 따라서 q이다.

(2) p라면 q이다. 그런데 q가 아니다. 따라서 p가 아니다.

(3) p이고 동시에 q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p이다. 따라서 q가 아니다.

(4) p이거나 q이다. 그런데 p이다. 따라서 q가 아니다.

(5) p이거나 q이다. 그런데 q가 아니다. 따라서 p이다.

 

    증명 불가능한 것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아이디어들은 논리학사에서 하나의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킴. 추론 논리학의 패러다임이 아리스토텔레스적 구도로부터, 즉 개념 항 중심으로부터 스토아적 구도, 즉 명제 중심으로 바뀐 것.

 

4) 인상(phantasia)

) 인상에서 논리적 인상으로

    - 인간적 사고에는 선천적 능력은 있지만 선천적 관념은 없음

    - 외부 사물은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고 의식 안에 인상을 찍어내는 물리적 사건(typōsis)을 불러일으킴

    - 우리의 의식은 인상에 말의 형태로 서술될 수 있는 형식(논리적 인상, logikē phantasia)을 부여

    - 인간은 논리적 인상들을 매개해서 자신이 세계에 고나해 획득한 인식 정보를 언어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음

) 인식적 인상과 자연적 개념들

    - 인식적 정보의 확실성 보증 역할을 분명히 규명하는 일은 아카데미아 학파의 회의주의적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요구되는 과제였음

    - 외부 현실을 충분하게 파악하도록 해주는, 문자 그대로 꽉 붙잡는인상(인식적 인상, katalēptikē)이 인간이 취득하는 인식적 정보의 확실성을 보증함

    - 개념들 중에서도 인식적 정보의 확실성을 보증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자연적으로 획득한 일반적 개념들, 자연적 개념들’(prolēpsis). 한편으로 선천적 관념들과, 다른 한편으로 문화 의존적인 개념들과 대비되는 것으로, 자연의 인도에 따라 우리의 경험적 의식 안에 저장되는 것.

    - 인간은 자연적 개념들을 상호 비교하고 대조하고 합성하고 유비함으로써 추상 개념들을 획득하고, 이 과정을 통해 지식을 구축

 

. 스토아 자연학

1) 자연 세계의 개념적 분석 : 세계의 두 원리(archē)

 

A. (theos) : 능동적 원리. 전적으로 능동적인 것으로서 자신의 작용을 가할 수 있는 자신이 아닌 어떤 것이 존재해야 함.

B. 질료(hylē) : 수동적 원리. 전적으로 수동적인 것으로서 수동성 이외에는 그 어떤 속성도 가지지 않지만 세계를 설명하는 원리적인 어떤 것.

 

- 두 원리는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상호 침투

- 두 원리의 상호작용이 세계의 모든 나머지 변화들 밑에 깔려 있음

- 신은 전체 세계가 무질서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질서를 갖춘 합리적인 것으로 되도록 해주는 인과적 힘

- 질료는 우리가 경험하는 질료가 아니라, 모든 경험적 질료들 밑에 항상 놓여 있는 질료 그 자체 혹은 순수 질료

 

2) 자연 세계의 관찰 경험적 분석 : 네 요소

 

a. 공기, : 능동적 요소. 세계의 모든 곳에 침투하는, 전방위적으로 편재하는 생명력, 즉 프네우마(, pneuma)를 형성.

b. , : 수동적 요소. 프네우마가 침투, 편재함으로써 복합적인 사물로 주조됨.

 

- 네 요소 역시 원리들이지만 이것들은 순전히 개념적인 것이 아니라 경험적인 것

- 관찰 가능한 가장 밑바닥 수준에서는 흙과 물이 가장 밑바닥의 이론적 수준에서 순수 질료가 행했던 역할을 넘겨 받음

-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현상적 수준에서는 공기와 불이 프네우마로서 짝을 이루어 또 다른 원리()의 역할을 넘겨 받음

 

3) 프네우마(pneuma)

) 프네우마의 위상

    - 공기와 불(뜨거움)의 결합으로서 개별적 생물의 생명력일 뿐 아니라 우주 전체의 생명력

    cf) 스토아적 우주는 생명들의 합계 혹은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유기체이며, 프네우마가 이 살아 있음의 원인

    - 세계 안에 편재하고 세계를 지배하는 신적 이성(logos)의 담지자

    - ‘프네우마’, ‘’, ‘이성’, ‘지성’, ‘자연은 때로 동일한 지시체를 시지

) 프네우마의 긴장의 정도에 따른 속성/기능

 

(1) 인간의 이성(logos) : 긴장성이 가장 높은 정도의 프네우마

(2) 동물의 영혼(psychē)

(3) 식물의 퓌시스(physis, 좁은 의미의 퓌시스)

(4) 사물의 상태(hexis, 붙들기) : 긴장성이 가장 낮은 정도의 프네우마. 개별적으로 분리된 사물이 무너지지 않고 응집력을 갖춘 채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함.

 

    - 각 단계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했던 방식과 마찬가지로 위계적

    - 위의 단계는 아래의 단계들을 자신 밑으로 포섭하기 때문에, 아래 단계들의 기능적 특징들을 자동적으로 자신 안에 구비하게 됨

) 프네우마 편재의 모델 : 혼합(krasis)

 

(a) 단순 병치 : 곡식의 낟알과 낟알이 섞이는 방식. 원자론자들의 세계 설명 방식.

(b) 융합(synchysis) : 두 구성 요소들이 상호 침투하며 각각의 특징적 속성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상실하고 그 대가로 제3의 새로운 사물을 생성

(c) 혼합(krasis) : 병치와 융합 사이. 두 구성 요소들은 완전히 상호 침투하지만 각각의 특징적 속성을 상실하지는 않음.

 

    - 불과 쇠의 혼합은 벌겋게 달아오른 쇳덩어리. 이 혼합 내에서 불은 그 어떤 작은 부분조차 쇠의 어떤 부분과 유리되어 있지 않음. 불의 어떤 한 부분의 사건과 활동은 쇠의 모든 부분들에 전달되게끔 되어 있고 그 역도 성립. 두 물체가 상호 침투하는 만큼 두 물체 각각의 사건들은 상호 침투.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쇠는 자신의 특징적 속성을 그대로 유지.

    - 프네우마가 질료적 기체와 관계 맺는 방식은 혼합이며, 따라서 편재는 혼합임.

 

4) 자연(본성, physis, 넓은 의미의 퓌시스)

) 자연의 정의(definition)

    : 자연은 생성을 향해 자신의 정해진 길을 가는, 기술적으로 주조하는 불(pyr technikon)”이다.

) 대화재(ekpyrōsis)와 영원회귀

    - 이 세계는 정해진 삶의 주기가 있고 결국 완전한 대화재로 끝남. 그러나 대화재 이후 또 다른, 그러나 이전과 동일한 세계가 계승됨.

    - 동일성이 계속되는 이유들 중 하나는 이 세계는 가능한 한 최고의 것이기 때문

    - 동일한 세계들이 끊임없이 계기적으로 지속. 역사는 아주 작은 미세한 부분에서조차 스스로를 반복. 동일한 것, 동일한 삶, 동일한 경험이 영원히 회귀. 나의 이삶과 이 경험이 영원히 그리고 동일하게 반복.

) 지성의 종자적 원리들(spermatikoi logoi)

    - 기술적으로 일하는 불의 물리적 상태가 가장 순수해지는 때. , 이 세계의 신적 속성이 가장 순수해지는 때. 이 시점에서 존재하는 것은 순수한 지성뿐.

    - 대화재 시점에서 지성은 다음 세계를 상세하게 계획. 지성은 이 단계에서 이미 자신 안에 종자적 원리들을 포함하고 있음. 대화재 시점 이후 뜨거운 원초적 기체는 4요소로 분화 및 성층화.

    - 종자적 원리들은 우주 생성 및 분화의 핵심 유전정보 내지는 개별적 유기체들 및 사물들의 생성과 발전을 이끄는 청사진

) , 즉 자연

    - 창조자 신은 사물들을 통해 그리고 사물들 안에서 자신을 형성하며 현현함. 역으로 사물들은 자신 안에서 그리고 오직 자신 안에서만 신을 표현하고 신과 연결돼 있음.

    - 신은 땅위에 모든 유기체들의 욕구와 운동을 통해 그리고 이 욕구와 운동 안에서 자신도 욕구하고 운동함. 유기체들의 운동과 신의 운동은 물리적으로 합치.

    - 창조물과 피조물은 분리되지 않음. 세계는 그 자체로 신적. 자연 세계의 본성을 철저히 물리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은 세계 전체의 궁극적 의미를 사변하는 작업, 즉 철학적 신학으로 확대됨. 자연학은 개념상 신학을 자신 안에 포함.

) 유물론과 목적론의 양립

    - 좋음과 목적이 어떤 비물리적 혹은 비물질적 기반을 가지는 것이 아님. 세계 그리고 세계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은 철저히 물리적 혹은 물질적이지만 동시에 좋은 것이고 목적적인 것.

    - 플라톤의 파이돈96-99에 의하면, 소크라테스는 우주 전체에 합리적 목적을 부여하는 아이디어를 지지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이론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고 고백.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런 점에서 소크라테스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성하는 자들이기도 하며, 또 스스로를 소크라테스의 후계자로 인식하고 있었음.

 

. 스토아 윤리학

1) 윤리학의 출발점 : 자연(physis, 본성)

) 윤리학적 방법론

    -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행위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생각을 이끄는 규준의 토대는 사회적/문화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곳, 즉 자연에 놓여 있음

    - 에피쿠로스와 스토아는 유아와 동물들은 관습과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이들의 행동 동기에 자연적 본성이 숨어 있으리라 가정 유아와 동물들의 행동 관찰

) 자기화(oikeiōsis, ‘자기 것으로 만들기’)

    - 동물은 쾌락이 아니라 자신을 보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자연적 본성은 쾌락 획득이 아니라 자기화에 놓여 있음

        cf)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은 유아와 동물들의 유일한 행동 동기는 쾌락 획득과 고통 회피라고 생각

        ex) 동물은 먹을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듦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고 자연적인 신체 발달을 꾀함

    - 유아가 동물적 수준에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은 자기화의 대상과 자기화의 경험이 확대되는 것

        ex) 형제와 부모를 자신에 속하는 것으로 여김 이웃과 동료 시민 인류 전체 (세계시민주의는 자기화 이론의 부산물)

 

2) 윤리학의 과제 : 자연과의 일치

) 도덕적 가치

    - “오직 덕만이 좋은 것이고 오직 악만이 나쁜 것이다.” 행복을 위해서는 덕만으로 충분하다.”

    - 관습적으로 긍정적 혹은 부정적 가치로 생각되었던 모든 것들(/가난, 건강/질병, 가족이 잘됨/가족을 잃음, 생명/죽음)은 행복에 대해 아무 차이가 없는 것들’(adiaphora, indifferent, 상관없는 것들)

    관습적 가치와 도덕적 가치를 엄격히 구분. ‘좋다라는 형용사를 엄격하게 도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사고방식을 처음으로 합리화.

) 자연적 가치

    - ‘아무 차이가 없는 것들은 그 자체로 도덕적 가치는 아니지만 자연적 가치이기는 함.

    ex) 건강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 건강은 추구할 만한 자연적인 것이고, 그 반대는 회피할 만한 것. 건강하게 지내는 것은 전적으로 자연과 일치하는 것이며, 젊은 나이에 병에 걸리는 것은 자연과 일치하지 않는 것.

    - 자연과의 일치라는 과제 수행을 위한 출발점은 자연의 지침에 따라 정상적 상황에서 우리에 의해 선택되어야 할 것들을 선택하는 것

아무 차이가 없는 것들
자연에 따르는 것(ta kata physin)
(자연적) 가치(axia)
선호되는 것들(proēgmena)
정상적 상황에서 우리에 의해 선택되어야 할 것들’(lēpta)
건강, 부유함, 명예, 자유 시민 등
자연에 반대되는 것(ta para physin)
(자연적) 반가치(apaxia)
불호되는 것들(apoproēgmena)
정상적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해서는 안 되는 것들’(alēpta)
질병, 가난, 불명예, 망명자 등

) 예외적 상황

    - 그러나 성장함에 따라 자연이 우리에게 맞춰놓은 계획에 따라 우리가 따라야 할 옳은 길은 정상적인 상황에서와 반대의 길.

    ex)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선택이 보여주듯이 죽어야 하는 것이 자연과의 일치인 경우가 있음

    - 특별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런 선택이 왜 우리를 위한 이성적인 그리고 자연적인 일인지를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이런 선택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삶을 자연에 일치시키는 원래 과제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완성해나가게 됨

 

3) 윤리학의 핵심 : 선택되는 것의 가치와 선택하는 일 자체의 가치의 구분

) 선택되는 것의 가치

    - 흔히 관습적으로 긍정적 가치를 부여하는 자연에 따르는 것들은 내재적 가치를 지니지 않음. 그것들은 선택을 위한 도구적 가치를 지닐 뿐, 즉 우리의 선택을 위한 일종의 질료로서 기능.

    - 우리가 그것들을 선택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선택되는 그것들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자연과의 일치 혹은 자연에 따르는 삶이라는 목적 때문

) 선택되는 일 자체의 가치

    - 일차적으로 자연에 따르는 것들에 대한 욕구는 이것들을 일관되게 선택하는 일 자체, 다시 말해 자연과 일치하는 일 자체에 대한 욕구로 전환됨

    - 자연에 탁월하게 따르는 것은 자연에 따르는 것들을 일관되게 선택하는 것 그리고 왜 선택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면서 선택하는 것

    - 선택적 욕구들의 함수인 합리성과 이성 역시 자기화의 대상이 됨

 

4) 현인과 비현인

) 적합한 행위(kathēkon, 적합한 기능)(officium, 의무 키케로)

    - 자연적으로 선호되는 것들을 지시하는 명사()가 목적어로 들어간 도덕적 규칙의 명령법 문장이 규정하는 것

    ex) “건강을 돌볼 것”, “부모를 공경할 것

    - “행해졌을 때 그럴 법한 정당화 이유를 가지는 것으로 정의됨

    - 현인과 비현인 모두에게 열려 있는 행동 유형, 중간적인행동 유형. 우리는 적합한 행위들을 매개해서 현인으로 성장. 현인의 행동과 비현인의 행동 사이에는 어떤 연속성이 확보됨

) 옳은 행위(katorthōma)

    - 비현인들이 행하는 적합한 행위와 현인들만이 행하는 옳은 행위는 외연적으로 완전히 동일

    - , 현인들은 동일한 행위를 할 때, 그것의 동기 욕구가 선호되는 대상들이 아니라 자연과의 일치에 겨냥된 채 그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가진 채 그 행위를 함

) 감정(pathē)

    - 덕을 성취하지 못한 비현인 모두는 악의 상태 혹은 영혼의 열등한 상태에 놓여 온갖 감정(탐욕, 불안, 근심, 두려움, 분노, 괴로움, 좌절 등)에 시달림

    - 스토아는 감정을 이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언어적 방식은 수용하지만, 감정이 합리성과 상관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음. 감정은 본질적으로 우리의 합리성이 작동되어 얻어진 하나의 인지적 판단, 그것도 거짓 판단.

    ex) 내일 기말시험에 대한 나의 두려움 낮은 학점은 나에게 나쁜 것이다라는 판단으로 인함 but 낮은 학점은 단지 불호되는 아무 차이가 없는 것중의 하나이므로 이 판단은 거짓

    - 어떤 판단이 나에게 달려 있는 만큼 그 판단 때문에 생긴 감정도 나에게 달려 있음 내가 그 판단을 작동시킨 책임자인 만큼 감정도 나의 책임 + 거짓 판단을 산출하는 우리의 합리성의 어떤 문제점/결점을 고쳐야만 감정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