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근대철학 일차문헌

루소(1762), 「3권」, 『사회계약론』

현담 2022. 4. 9. 20:31

아래 내용에는 근대서양정치사상(서울대학교 2022-1 김주형) 강의 및 토론 내용, 역자주(장-자크 루소, 김영욱 역, 『사회계약론』, 후마니타스, 2018), 개인적 생각 등이 섞여 있음

 

<목차>


1장 정부 일반에 대해
2장 다양한 정부형태의 구성원리에 대해
3장 정부의 분류
4장 민주정에 대해
5장 귀족정에 대해
6장 왕정에 대해
7장 혼합정부에 대해
8장 모든 정부형태가 모든 나라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9장 좋은 정부의 증후에 대해
10장 정부의 권력남용과 타락 경향에 대해
11장 정치체의 죽음에 대해
12장 주권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13장 계속
14장 계속
15장 대의원 혹은 대표자에 대해
16장 정부설립은 결코 계약이 아니다
17장 정부설립에 대해
18장 정부의 월권을 방지하는 수단

 

pp.72-78. (1)

 

정치체도 같은 운동 원인들을 가진다. 마찬가지로 정치체의 힘과 의지가 구별된다. 의지는 입법권이라는 이름으로, 힘은 행정권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정치체에서는 둘의 협력 없이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으며 일어나서도 안 된다. [...] 그렇다면 정부란 무엇인가? 정부는 신민과 주권자의 상호 일치를 위해 둘 사이에 설치되어, 법을 집행하고 시민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유지하는 일을 담당하는 매개체다.” (72-73)

 

이 단체의 구성원들은 행정관, 왕 또는 총독으로 불리며, 단체 전체는 군주라는 이름을 가진다. 따라서 어떤 인민이 지도자에게 종속되기로 결정한 행위는 결코 계약이 아니라는 주장은 참으로 옳다. 이것이 위임일 뿐임은 절대적인 사실이며, [...] 따라서 나는 행정권의 정당한 행사를 통치 혹은 최고행정이라 부르고, 이 행정을 맡은 사람 혹은 단체를 군주 혹은 행정관이라 부른다.” (73-74)

 

*“puissance législative”, “puissance exécutive” : 루소의 주권이론에서 주권자는 능동적인 전체로, 국가는 수동적인 전체로 규정됨. 전체의 자기관계로서의 주권은 원리적으로 자기규정의 일반성에 수렴하며, 구체적으로는 입법권에 전적으로 귀속됨. 루소가 정의하는 정부는 전체의 자기관계가 운영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음. 정부는 주권자의 의지에 따라 국가와 신민에게 법을 집행. 이런 의미에서 정부는 능동적 전체와 수동적 전체의 관계를 매개하며, 정부의 이 권력을 행정권이라고 부름. (역자주)

 

*“gouverner”, “gouvernement” : 기존에는 주권자의 행위였던 통치가 루소 텍스트에서는 단지 행정부의 업무를 지시. 민주정이 위험한 주요한 이유는 입법권자 대부분이 행정권자가 됨으로써 이런 분리가 불완전한 것이 되기 때문. 루소는 입법권의 양도 불가능성을 통해 법을 통한 시민의 자기규정을 요구하지만, 행정권의 엄격한 분리를 말하으로써 이러한 자기규정이 어떤 매개체를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 (역자주)

 

*“liberté civile”, “liberté politique” : 백과사전에 따르면 시민적 자유는 시민법에 의해 보장되는 시민 각자의 자유이고, 정치적 자유는 정치법에 의해 보장되는 주권자 혹은 정치체 전체의 자유. 그런데 루소에게 시민법은 근본적으로 정치법에 의해 가능하고 제한되므로 시민의 자유는 정치적 자유에 종속되며, 다른 한편으로 시민법과 정치법은 시민의 안전과 자유라는 동일한 목적을 지향하므로 개인의 관점에서 시민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는 공통의 영역을 가짐. (역자주)

 

*prince : 지금까지 이 단어는 국가 운영의 전권을 지닌 개인으로서 왕이나 주권자를 의미. 루소가 재규정하는 군주는 주권자와 신민 사이에서 일반의지에 따라 법을 적용하고 시행하는 행정부의 구성원들을 집합적으로 가리키는 말. 그래서 군주가 당신의 죽음이 국가에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는 죽어야 한다.”(사회계약론25)라는 문장에서 시민에게 죽음을 명하는 군주는 그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일반의지에 근거해서만 판단함. 그래서 군주는 시민 자신의 뜻에 따라 그에게 죽음을 명함. 사회계약론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기존 정치철학 개념들의 갱신. (역자주)

 

정부가 더 큰 힘으로 인민을 견제할수록, 주권자는 주권자 나름대로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힘을 더 가져야 한다. [...] 이 이중의 관계로부터, 주권자, 군주, 인민 사이의 연비례라는 발상은 결코 자의적이지 않으며 정치체의 본성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75-76)

 

또한 다음 사실이 밝혀진다. 외항 중 하나, 즉 신민으로서의 인민이 단위로 고정되어 표상되면, 복비가 증가하거나 감소할 때마다 단비도 비슷하게 증가하거나 감소하며 따라서 내항이 변한다. 이를 통해 다음을 알 수 있다. 절대적이고 유일한 정부 구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양한 크기의 국가가 있는 만큼 다양한 본성의 정부가 있다.” (76)

 

내가 말하는 관계는 사람의 수만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원인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행위의 양을 통해 일반적으로 측정되며, 게다가 내가 더 적은 말로 설명하고자 기하학 용어를 잠시 빌려왔다 해도 사회적 양에서는 기하학적 정밀함이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라고.” (76)

 

*la proportion continue : A:B = C:D와 같은 비례식에서 AD를 비례식의 외항(extrêmes), BC를 비례식의 내항(termes moyens)이라 부름. 내항 BC가 같은 경우를 연비례(la proportion continue)라고 함. 그리고 A*CB*D와 같이 양쪽의 두 비를 곱한 결과를 복비(raison doublée)라고 함. (역자주)

 

*double rapport : 이중의 관계는 인민과 정부, 그리고 정부와 주권자의 관계를 의미. 신민과 정부의 관계에서 보면, 신민의 수가 늘어나면 신민들의 개별의지를 통제하기 위해 정부의 힘도 증가해야 함. 즉 정부의 힘은 신민의 수에 비례. 한편 정부와 주권자의 관계에서 보면, 정부의 힘이 증가하면 정부의 권력남용을 막기 위해 주권자의 힘도 그만큼 증가해야 함. 즉 주권자의 힘은 정부의 힘에 비례. 정부를 공통항으로 갖는 이 두 비례관계로부터 연비례식(A:B = B:C)이 도출됨. (역자주 1)

  한 외항 A(신민)1로 고정된다면, 이 연비례의 복비는 결국 C(주권자). 그러므로, 복비가 변한다는 것은 C가 변한다는 뜻이고, 이에 따라 내항 B(정부)C(주권자)의 제곱근이 되어 함께 변함. 오로지 인구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적절한 정부의 크기는 시민의 수의 제곱근. (역자주 2)

 

*quantité morale : 백과사전의 양(quantité) 항목은 양을 네 종류로 분류. 사회적 양(quantité morale)은 관례나 자의적인 결정에 종속되는 것으로, 사물의 중요성과 가치, 위엄과 권력의 정도, 보상과 처벌 등을 말함. 지성적 양(quantité intellectuelle)은 오직 지성을 통해서만 발생하고 결정되는 것으로서, 정신 혹은 정신의 개념작용에서 넓이의 크고 작음, 논리학에서 보편 개념들, 범주(prédicaments) . 물리적 혹은 자연적 양(quantité physique ou naturelle)은 다시 두 종류가 있음. 첫째는 물질 자체와 그것의 넓이의 양. 둘째는 무게, 운동, , , 차가움, 묽음, 밀도 등처럼 자연적 물체의 특성과 속성의 양. (역자주)

 

p.81. (2)

 

행정관의 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단체의지는 일반의지에 가까워진다. 반면 단 한 명의 행정관 아래에서 이 단체의지는 [...] 단지 하나의 개별의지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편에서 얻을 것을 다른 편에서 잃어버린다. 입법자의 기술은, 항상 반비례하는 정부의 힘과 의지가 국가에 가장 이로운 비율로 조합되는 지점을 결정할 줄 아는 데 있다.”

 

*proportion réciproque : “= 1/의지”, “행정력 = 1/행정관의 수와 같은 반비례식을 생각해볼 수 있음.

 

p.82. (3)

 

우선, 주권자는 정부를 인민 전체 혹은 인민의 가장 큰 부분에 위탁할 수 있다. 그러면 개별적인 단순시민보다 행정관을 겸하는 시민이 더 많게 된다. 이런 정부형태를 민주정이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혹은, 주권자가 정부를 축소하여 소수의 수중에 둘 수 있다. 그러면 행정관보다 단순시민의 수가 더 많게 된다. 이런 형태는 귀족정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마지막으로, 주권자는 정부 전체를 단 한 명의 행정관 수중에 집중시킨 다음 다른 모든 행정관이 그에게서 권력을 받도록 할 수 있다. 이 세 번째 형태가 가장 보편적이며, 왕정 혹은 왕의 정부라 부른다.”

 

*démocratie, aristocratie, monarchie : 민주정, 귀족정, 왕정은 모두 국민주권과 법에 의한 통치라는 공화정 원리 아래에서 가능한 행정 형태를 가리키는 명칭들. (역자주)

 

*démocratie : 루소는 민주정을 인민 다수가 행정을 담당하는 제도로 이해하는데, 이런 해석은 18세기에서 특이한 것이었음. 백과사전민주정항목은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와 거의 같은 것을 말하고 있음. “민주정은 단순한 통치 형태의 하나로서, 민주정에서는 단체로서의 인민이 주권을 가진다. 주권이 인민의 수중에 있는 모든 공화국은 민주정이다.”

그런데 루소의 복고적 용어 사용은 사회계약론안에서만 일관된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함. 달랑베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루소는 민주정을 주권자와 신민이 동일인인 경우로, 사회계약론의 맥락에서는 공화정으로 정의함. (역자주)

 

*démocratie : 루소가 쓰는 공화정이라는 용어를 현대적 의미의 민주주와 등치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루소의 분류법을 따라 현대 한국의 정체를 (대통령제의 특성을 강조하자면) 왕정 혹은 (여러 자치단체장과 선출직 공무원의 비중을 생각하자면) 선거 귀족정을 정부형태로 채택하고 있는 공화정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루소의 공화정은 원리적으로는 입법권의 위임을 부정하며 그에게 귀족정은 오직 행정의 한 가지 방식으로만 규정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대 정부들의 형태를 루소의 선거 귀족정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보통 대의제 입법권을 함축하는 현대 민주주의와 루소의 공화정을 등치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역자주)

 

*aristocratie : 공화정 체제 아래에서 루소가 가장 선호하는 정부형태가 귀족정. 하지만 루소가 평가하는 귀족정은 특권계층이 주권을 행사하는 체제가 아니라, 소수가 행정을 담당하는 제도. [...] 특히 그가 높이 평가하는 선거 귀족정은 인민이 자신들 중에서 소수의 행정가를 뽑는 제도. 엘리트와 인민을 분리하고, 엘리트의 인민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는 전통적인 귀족정과 루소의 귀족정 개념은 완전히 구분됨. (역자주)

 

*monarchie : 루소에게 군주’(prince)란 그 수가 몇이든 행정관 전체를 집합적으로 지시하는 말이고, ‘왕정’(monarchie)은 한 명의 행정관에게 행정권이 집중되어 있는 체제를 뜻하므로, ‘monarchie’군주정으로 옮기는 것은 적합하지 않고, 그래서 일관되게 왕정으로 옮김 (역자주)

 

pp.83-93. (4-6)

 

*민주정이 좋은 정부가 아닌 이유

 

구별되어야 하는 것들이 구별되지 않으며, 군주와 주권자가 동일인이 되어 말하자면 정부 없는 정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83)

 

게다가 이런 정부에 필요한 것들을 겸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첫째로, 국가가 아주 작아서, [...] 둘째로 풍속이 매우 단순해서, [...] 다음으로 신분과 재산에서 상당한 정도로 평등 [...] 마지막으로 사치가 적거나 없어야 [...]” (84)

 

신들로 구성된 인민이 있다면, 이 인민은 민주정으로 스스로를 통치할 것이다. 그렇게 완전한 정부는 인간에게 맞지 않다.” (85)

 

*(선거)귀족정이 좋은 정부인 이유

 

이 정부형태에서는 두 가상인격, 즉 정부와 주권자가 분명하게 구별된다.” (86)

 

귀족정은 두 가지 권력을 구별한다는 장점에 정부 구성원들을 선택한다는 장점까지 겸비한다. [...] 이 수단을 통해 정직, 지식, 경험, 그리고 공적으로 존경받고 선호될 만한 다른 모든 이유들 하나하나가, 우리가 지혜로운 통치를 받을 것이라는 새로운 보증이 된다.” (87)

 

한마디로, 가장 지혜로운 자들이 그들의 이익이 아니라 대중의 이익을 위해 통치할 것이 확실할 때에는 그들이 대중을 통치하는 것이 최선이고 자연스러운 질서에 부합한다.” (87)

 

*왕정이 나쁜 정부인 이유

 

개별의지가 이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다른 의지들을 쉽게 지배하는 정부도 없다.” (89-90)

 

왕의 개인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것은 우선 인민이 약하고 비참해서 왕에게 결코 저항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90)

 

가장 취약한 단점은 계승의 연속성이 없다는 점이다. [...] 계승 순서를 정해 놓기도 했다. 다시 말해, [...] 현명한 행정보다는 표면상의 평온을 선택했고, 좋은 왕을 뽑기 위한 논쟁의 위험보다는 어린애, 괴물, 얼간이를 지도자로 삼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했다.” (92-93)

 

p.94. (6)

 

왕정의 정치가들에게 아주 친숙한 궤변이 있는데, 이에 대한 답변도 바로 이 비일관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궤변이란, 이미 논박된 오류로서 국가의 통치를 가정의 통치와 비교하고 군주를 가부장과 비교하는 것만이 아니라, 군주라는 행정관에게 그에게 필요한 모든 덕을 관대하게 부여해 언제나 그를 모범적인 존재로 가정하는 것이다.”

 

*오류 1 가족과 국가의 유비 : 제네바원고에서 루소는 가족과 국가의 통치가 같은 원리를 따를 수 없게 만드는 차이를 제시. 우선 두 집단은 크기가 다르며, 그로 인해 가장은 모든 것을 직접 보지만 국가 지도자는 직접 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음. 다음으로 가족의 구성은 자연적이나, 국가의 구성은 인위적임. 가장은 육체적인 힘으로 아이들을 다스리며 그의 권위와 아이들의 복종도 자연의 산물이나, 구가 지도자는 인위적으로 구성된 집단에서 제정된 법을 통해 인민이 원하는 것만을 제공. 또한 가족은 수가 늘어나면서 번영하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산하나, 국가는 인구를 적절히 유지해야 하고 자신을 보존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차이는 다음일 것. 가장은 가족을 사랑하며 자연스럽게 가족을 위해 일하지만, 지도자는 오히려 인민의 불행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고 그래서 권력을 남용할 위험을 항상 안고 있음. (역자주)

 

*오류 2 모범적 왕의 상정 : “왕정 일반과 좋은 왕의 정부를 혼동하는 것은 알아서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95)

 

p.105. (9)

 

정치적 회합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구성원들의 보호와 번영이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보호되고 번영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증후는 무엇인가? 그것은 구성원들의 수와 인구다.”

 

*population : 번영의 증후이지만 동시에 파멸의 씨앗. 인구가 커질수록 정부도 커지게 되고, 정부가 커질수록 정부가 일반의지의 지휘를 받기 힘들어짐. 또한 인구가 커질수록 풍습이 단순하기가 어려워짐.

 

p.118, p.125 (15, 18)

 

영국 인민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크게 착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오직 의회 구성원을 선출하는 동안만 자유롭다. 선출이 끝나면 그 즉시 인민은 노예이고,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18)

 

세계의 모든 정부는 일단 공적인 힘을 갖게 되면 때가 문제이지 결국 주권을 찬탈한다. 내가 앞에서 말한 정기집회는 특히 그것이 형식적인 소집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에 이런 불행을 방지하거나 지연시키는 데 적합하다. 그러면 군주가 자신이 범법자이며 국가의 적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선언하지 않고서는 정기집회를 막을 수 없을 거싱기 때문이다.” (125)

 

*로크의 대의제와 루소의 공화정 : 로크의 대의제에서 인민은 의회에 주권을 잠시 수탁하지만, 의회가 주권을 남용할 때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음. 인민의 저항권은 일종의 소화기(fire extinguisher) 역할. 반면 루소의 공화정에서 인민은 주권을 양도하지 않고 항상 인민집회를 통해 스스로 주권을 행사함. 인민의 주권 행사 결과인 법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힘만이 정부에 양도될 수 있으며, 정부는 주기적으로 인민집회의 비준을 받음. 인민집회는 불이 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주기적으로 불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 점검(safety inspection) 역할.

 

*정기집회의 효과 : 정기집회의 동기는 정부의 월권 방지. 그러나 더 나아가 정기집회를 통해 신민으로 살던 인민은 주권자로 활동하면서 스스로를 주권자로 경험하게 되고, 공적 자율성과 정체성을 인식하게 되며, 인민의 풍속과 여론이 교정됨.

 

p.120. (15)

 

나는 아주 작은 도시국가가 아니라면 우리가 주권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이제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작으면 정복되고 말까? 아니다. 나는 차후에* 어떻게 작은 국가의 용이한 내치와 훌륭한 질서에 큰 인민의 대외적 힘을 결합시킬 수 있는지 보여 줄 것이다. *이것은 내가 이 저작 다음에 쓰려고 계획했던 것이다. 그랬다면 나는 대외관계를 다루면서 연합에 대해 논했을 것이다.”

 

*confédération : 루소는 작은 나라들이 연합을 이루어 큰 국가들의 제국주의에 맞서는 국제관계를 구상. 비록 정치학 강요의 기획은 완결되지 못했지만, 도시국가로 구성된 연합에 대한 구상은 루소의 글 몇 군데에서 일관되게 발견됨. (역자주)

 

pp.122-123. (17)

 

첫 번째 행위를 통해 주권자는 정부단체가 이런저런 형태로 설립될 것임을 규정한다. 두 번째 행위를 통해 인민은 설립된 정부를 담당할 지도자들을 임명한다. [...] 어려운 것은, 어떻게 정부가 존재하기도 전에 정부의 행위가 있을 수 있는지 [...] 주권에서 민주정으로의 갑작스러운 전환을 통해 발생한다.”

 

*institution du gouvernement : 정부의 설립은 두 단계로 이루어짐. 우선 주권자는 일반의지와 법의 형식으로 정부형태를 지정. 다음으로 그런 정부의 행정을 담당할 행정관을 지명. 하지만 행정관을 지명하는 것은 개별적인 행위이므로 주권자의 행위일 수 없음. 즉 행정관 지명은 주권자가 아닌 정부의 일. 정부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정부의 일일 수밖에 없음. [...] 주권자가 시민 가운데 일부를 행정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모순이지만, 주권자 전체가 행정관으로 전환되어 일부 행정관을 임명하는 것은 가능. 따라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논리적인 순서에서 최초의 정부는 언제나 민주정일 수밖에 없음. [...] 이 난점은 사회계약을 설명하는 언어에서 더 근본적인 형식으로 다루어졌음. 개별자들은 마치 자신이 이미 주권자인 것처럼 행위함으로써만 자신을 주권자로 전환시키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음. (역자주)

 

p.126. (18)

 

오직 사회계약을 유지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갖는 이런 집회는 언제나 다음 두 의안을 통해 개최되어야 한다. 이 두 의안은 결코 철회될 수 없으며, 각각 따로 투표에 회부한다.

  첫째, 주권자는 현재 정부형태를 보존하길 원하는가.

  둘째, 인민은 현재 행정을 담당하는 자들에게 그것을 계속 맡기길 원하는가.”

 

*assemblées periodiques : 정기집회에서 물을 수 있는 의안은 위의 두 가지가 다인가. 시민들이 집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좁게 이해하기 두 가지 의안에 대해 투표만 하고 집에 가는 것, 나머지 일들은 행정관의 영역으로 남게 됨 (학자들 사이의 다수 의견), 넓게 이해하기 다양한 법안을 발의하고 토론까지 하는 것 (학자들 사이의 소수 의견). 현대의 숙의 민주주의의 모형으로 루소의 정기집회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음.

  개인적 생각으로, 시민들이 법안을 발의하고 토론하는 일을 굳이 정기집회에서 할 필요는 없음. 집회 바깥에서 시민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동료 시민들과 충분히 공적인 사안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음. 행정관들이 집회 바깥에서 형성된 시민들의 여론과 풍습을 자세히 살펴 법안을 준비하고 정기집회에서 투표에 부친다면, 그것이 시민들이 집회에서 모든 걸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면서도 자율적일 수 있음.

 

*deux propositions : 제네바의 소심의회는 에밀사회계약론에 대한 금서 조치를 내리고, 며칠 후에는 체포령과 함께 책들을 불태움. [...] 제네바의 권력을 잡고 있던 소심의회와 트롱생을 비롯한 특권 시민들이 대표적으로 이 단락에서 모든 정체의 파괴를 기도하는 저자의 의도를 본 것은 자연스러움. 만약 제네바 시민들의 의결기관인 총심의회에서 인민은 현재 행정을 담당하는 자들에게 그것을 계속 맡기길 원하는가를 묻는다면, 소심의회는 한순간에 권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었음. 특권층에 맞서 소심의회와 투쟁하고 있던 시민들은 루소를 구명하기 위한 청원’(représentations)을 투서하는 동시에 집단행동에 나섬. (역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