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근대철학 일차문헌

루소(1762), 「1권」, 『사회계약론』

현담 2022. 3. 11. 16:13

아래 내용에는 근대서양정치사상(서울대학교 2022-1 김주형) 강의 및 토론 내용, 역자주(장-자크 루소, 김영욱 역, 『사회계약론』, 후마니타스, 2018), 개인적 생각 등이 섞여 있음

 

<목차>


1장 1권의 주제
2장 초기사회에 대해
3장 강자의 권리에 대해
4장 노예제에 대해
5장 언제나 첫 번째 합의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6장 사회계약에 대해
7장 주권자에 대해
8장 정치상태에 대해
9장 대물소유권에 대해

 

p.10. (1권 들어가기)


“나는 인간은 있는 그대로 두고 법은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정치질서에 정당하고 확실한 운영원칙이 있을 수 있는지 따져 보고자 한다. 나는 이 연구 내내 권리가 허용하는 것과 이익이 명령하는 것을 결합하려 애쓸 것인데, 그래야 정의와 유용성이 결코 분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ordre civil : 우선 형용사 ‘civil’시민과의 연관성을 지시. [...] 어원적으로 라틴어 ‘civils’시민뿐만 아니라 도시국가정치의 형용사형이기도 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함. [...] 게다가 ‘civil’은 군사나 종교의 영역과 대비되어 쓰일 때에는 민간혹은 시민들의 삶의 영역으로서 사회의 형용사형으로 활용되기도 함. [...] 우리는 시민의 정치적 함축과 ‘civil’정치’, ‘정치체와의 관련을 강조하여 정치질서로 옮김. (역자주)

 

*intérêt : 이익, 이해관심으로 번역됨. 이익이라고 하면 cost-benefit analysis상 이익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이해관심이라고 번역될 수 있듯이 단순한 이익보다는 좀 더 큰 개념. 인간의 근본적인 이익이 무엇인가 고민해보아야 함. 『자유론』에서 존 스튜어트 밀은 효용(utility)을 진보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영구적 관심이라고 정의함. 여기서 효용은 경제학적 효용과 완전히 다른 차원인 것.

 

*intérêt : 루소는 일반적으로 실용주의적이고 공리주의적으로 이해되는 이익 개념을 그렇게만 파악하지 않음. 예를 들어, ‘안전이 시민의 최고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홉스와 달리, 사회계약론곳곳에서 루소는 안전보다 자유를 강조하는 웅변을 펼침. 자유는 어떤 이익이며, 다른 이익과 자유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 정치에서 자유라는 이익의 강조는 부상하는 상업 사회와 유물론의 세계에 맞서기 위해 그가 이익이라는 시대의 가장 첨예한 개념을 수정하는 작업과 연결됨. (역자주)


*droit et intérêt : 권리와 이익이 여기서 대립쌍 혹은 연결쌍으로 제시되고 있음. 권리는 정의, 옳음과 연결되고 이익은 유용성, 좋음과 연결됨. 하버마스의 용법을 빌리자면, 권리를 norm의 언어, 이익을 fact의 언어라고 부를 수도 있음. 흥미로운 대목은 권리는 “허용”하고 이익은 “명령”한다는 부분. “인간은 있는 그대로 두고 법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부분과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음. 이익으로부터 명령받는 인간이 바뀔 수 없기에 법 혹은 권리의 체계를 바꾸어 인간에게 허용을 시키자는 말은 옳음을 좋음에 종속시키자는 말일까. 좋음으로 옳음을 정당화하고자 한다는 말일까. 그렇게 보면 루소의 규범성은 매우 허약해짐. 하지만 적어도 루소는 옳음과 좋음, 정의와 유용성, 권리와 이익을 결합 혹은 화해시키려고 노력하며, 둘의 대립에도 둘을 결코 분리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음.

 

*droit et intérêt : 루소는 정치학의 성공이 정당성과 이익을 결합시키는 기술에 있다고 봄. 정당하지 않은 이익은 폭력이며, 이롭지 않은 정당성으로는 정치체가 구성되지도, 유지되지도 않음. 루소의 사회계약은 그가 보기에 지금껏 어떤 정치 이론도 달성하지 못했던 이 결합을 가능하게 할 유일한 정치학적 기술’(art). 그런데 이 결합에서 두 요소의 양태는 같지 않음. ‘허용명령의 대조는 정당성의 조건이 이익의 조건보다 더 유연함을 말하는 것처럼 보임. [...] 이익이 상수로 규정된 현실의 인간에 근거한다면 정당성은 이성적 고안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 (역자주)


*책의 목표 : 정치질서의 정당하고 확실한 운영원칙의 탐구

*책의 작업 방식 : 인간을 그대로 두고 법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간주 + 정의와 유용성을 결합

 

p.11. (1장)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 어디에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주인이라고 믿는 자가 그들보다 더 노예로 산다. 이런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을까?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이 변화를 정당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내가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을까?” : 루소의 다른 책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해당 문제를 다룸

*“어떻게 하면 이 변화를 정당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 여기 『사회계약론』에서 해당 문제를 다룸

 

*루소의 기획은 예속의 정당화가 아니라 정당한 예속의 발견. 사회계약의 기능은 자연상태의 자유를 있는 그대로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형식의 종속을 고안함으로써 새로운 자유인 정치적 자유를 만들어내는 것. [...] 이 짧은 문단은 루소의 사유의 역사성의 구조를 엿볼 수 있게 함. 자연적 자유는 사회에 의해 부정됨. 하지만 사회는 자연적 자유를 파괴한 사회성과 이성을 이용해 그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자유를 만들어 냄. (역자주 1)

  루소는 자연상태에서의 자연적 선함에 대해 말하지만 그것은 자연상태에서 사회적 악함의 불가능성일 뿐. 루소에게 도덕성과 세계인식은 사회상태의 결과이기에 엄격한 자연상태에서는 발견될 수 없음. 사회상태의 발생과 함께 인간은 비로소 도덕성과 욕망을 갖게 되며, 이로 인해 인간적인 행복 혹은 불행의 차원으로 진입. 행복과 불행의 동시성으로부터 시작하여 인류는 당분간 전자가 우세한 시기를 거치게 되는데, 루소는 이 시기를 자연상태의 선함과 구별하여 본질적으로 선한상태로 규정. 하지만 이 상태는 불평등의 심화와 그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보존하고 확대하기 위한 계략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변질되며, 정치학이 개입해야 하는 곳이 바로 여기. 진정한 정치학의 조건은 사회적 욕망의 분화와 그에 따른 이성즤 진보. 정치학은 욕망과 이성의 발달이 이루어질 정도로 변질된 사회를 기다려야 하지만, 그것이 최악으로 치닫는 순간까지 지체되어서도 안 됨. (역자주 2)


“사회질서는 다른 모든 권리의 기초가 되는 신성한 권리다. 그런데 이 권리는 자연에서 유래하지 않고, 따라서 합의에 근거를 둔다. 중요한 것은 이 합의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un droit sacré : 사회질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권리, 즉 법적 상태. 왜냐하면 그것은 계약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 하지만 이 권리는 다른 모든 권리의 토대가 되는 특수한 권리. 루소는 어떤 자연적 권리도 인정하지 않으며, 모든 권리는 사회의 설립 이후에 가능. 따라서 사회질서는 다른 모든 권리와 구별되는, 다른 모든 권리에 대해 초월적인 신성한 권리”. (역자주)

 

*nature et convention : 자연과 합의를 구분하고, 권리를 자연에서 유래하지 않는 것으로 봄. 루소가 자연을 통해 권리를 정당화하는 것이 전혀 아님이 확인됨. 루소는 1장에서 4장까지 고대 군주제, 노예제, 강자의 권리 등을 검토하면서 그것들 모두 자연에서 권리를 추론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을 밝힘.

*ordre social, convention : 루소는 실체적인 자연법(substantive natural law), 자연적 도덕성(natural morality) 등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임. 자연이나 신과 같은 인간 밖의 기준 혹은 초월적인 기준에서 권리를 확립하지 않음. 이러한 기준으로부터의 권리 도출은 당대의 귀족, 성직자, 철학자 등의 행태를 미루어볼 때 사회계약론자 입장에서 굉장히 위험해 보였음. 그래서 사회계약론자는 사회질서나 합의 같은 철저히 내재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권리를 확립하고자 함.

 

pp.12-21. (2장-4장)


“인간의 제1법칙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애쓴다는 것이고, 그가 우선적으로 돌봐야 할 것은 그 자신이다. 이성을 쓰는 나이가 되면 인간은 자신의 주인이 된다. 무엇이 자신을 보존하는 데 적합한 수단인지 판단하는 것은 오직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 모두는 평등하고 자유롭게 태어났기에 오직 자신에게 유용할 때에만 자신의 자유를 양도한다.” (12)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는 것은 인간의 자격, 인간성의 권리와 그 의무까지 포기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보상도 가능하지 않다. 그런 포기는 인간의 본성과 양립할 수 없으며, 자신의 의지에서 모든 자유를 제거하는 것은 자신의 행위에서 모든 도덕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18)

*liberté : 여기서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나오지는 않음.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자격, 인간의 본성, 인간의 도덕성과 관련되어 있고, 그것의 박탈은 이 모든 것의 박탈이라고 말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기서 자유는 자기 자신의 보존, 자신에 대한 유용성을 판단하고 그것을 위해 행위함에 관계되어 있다는 점.
 또한 루소에게서 자유는 자연적 자유, 시민적 자유, 도덕적 자유 등 여러 종류가 있음을 유의해야 함.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어떤 자유를 의미하고 있을까. 각각의 자유는 어떻게 구별될까. 각각의 자유는 어떤 공통적인 본질을 가지고 있을까.

 

pp.22-26. (5장-6장)


“많은 사람들을 종속시키는 것과 사회를 운영하는 것 사이에는 언제나 큰 차이가 있다. [...] 그것은 말하자면 응집이지 회합이 아니다. 거기에는 공공선도 정치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 인민이 왕을 선출하는 행위를 검토하기 이전에, 인민이 인민이 되는 행위를 검토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왜냐하면 필연적으로 전자의 행위에 앞서는 이 행위가 사회의 진정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22)

“공동의 힘을 다해 각 회합원의 인격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하며, 각자가 모두와 결합함에도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기에 전만큼 자유로운 회합형식을 찾는 것. 바로 이것이 사회계약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근본 문제다.” (24)

“우리는 사회계약이 다음의 말로 환원됨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각자는 공동으로, 자신의 인격과 모든 힘을 일반의지의 최고 지도 아래 둔다. 그리고 우리는 단체로서, 각 구성원을 전체의 분리 불가능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25)

 

*association : 사회계약은 사람들의 응집(aggregation)이 아니라 회합(association)이라고 말함. 사람들이 인민이 되는 행위. 사회계약 전후로 사회계약의 각 구성원은 질적 변화를 겪음. 이러한 질적 변화의 연장선에서 전체와 부분, 공동체와 구성원, 보편과 개별을 이해해야 함. 질적 변화를 겪지 않은 개별자들은, 즉 응집 상태에서의 개별자들에게서는 공동체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을 것이며 결코 공동체와 자기와의 관계가 자기관계가 될 수 없을 것.


*personne : 인격으로 번역. 하지만 이 단어는 생명, 신체의 자유, 주체의 도덕적이고 법적인 권리 등을 포괄. (역자주)

 

*bien : 재산으로 번역. 영어의 good. 재산으로 번역하면 흔히 집이나 차 따위를 떠올리는데 그것보다 넓은 개념.

*social contrat : 사회계약의 동인이 자기보존일 수는 있지만 사회계약 이후의 변화와 결과가 자기보존에 국한되지는 않음. 루소는 사회계약 이후 구성원들이 훨씬 다양하고 폭넓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믿음.


*social contrat : 사회계약은 철저히 형식적/공식적(formal) 행위. 『사회계약론』 내에서 사회계약 자체에 관한 이야기는 적은 편이며 1권에서 다 끝남. 대부분의 이야기와 1권 이후의 이야기는 사회계약 이후 성립되는 일반의지와 정치체와 주권 등에 관한 이야기. 사회계약은 위에서 언급한 상호적인 약속(mutual commitment)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음.

“그 즉시 이 회합행위는 각 계약자의 개별적인 인격이 있던 자리에, 집회의 투표수와 동수인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집단적 가상단체를 생산하며, 이 단체는 이와 같은 회합행위로부터 통일성, 공동의 자아, 그리고 생명과 의지를 부여받는다. 이렇게 나머지 모든 인격의 결합을 통해 형성되는 이 공적 인격은, 예전에 도시국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공화국 또는 정치체라는 이름을 가진다. 구성원들은 이 공적 인격이 수동적일 땐 국가로, 능동적일 땐 주권자로, 그리고 그것을 동류들과 비교할 땐 권력이라고 부른다. 회합원들은, 집단으로서는 인민이라는 이름을 가지며, 개별적으로 지칭될 땐 주권의 권한에 참여하는 자로서는 시민으로, 국가의 법에 종속된 자로서는 신민으로 불린다.” (26)

*집회(assemblée), 집단적 가상단체(corps moral et collectif), 공적 인격(personne publique), 도시국가(cité), 공화국(république)/정치체(corps politique), 국가(État), 주권자(souverain), 권력(puissance), 인민(peuple), 시민(citoyens), 신민(sujet) → 루소의 정교한 개념 사용을 이후 독해에 유의할 것

 

pp.27-29. (7장)


“이로써 분명해지는 것은, 인민단체에게는 어떤 종류의 기본법도 의무가 되지 않으며 의무가 될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27)

*loi fondamentale : 인민 위에서 인민의 행위를 규율하는 어떤 법 혹은 인민 아래에서 인민의 행위에 기초를 놓는 어떤 법은 없음.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루소를 비판함. 어떠한 의무도 지지 않는 인민의 무제약적 권력이 횡포로 연결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loi fondamentale : 개별자가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것은, 그가 전체와 다른 것을 원할 수 있기 때문. 반면 주권자가 어떤 기본법도 갖지 않는 것은, 개별자의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와 달리 주권자는 개별자의 이익 외에 다른 것을 원할 수가 없기 때문. (역자주)

“실제로 각 개인은 그가 시민으로서 가지는 일반의지와 반대되거나 상이한 개별의지를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다. [...] 그의 존재양식은 절대적이며 본래 독립적이다. [...] 그는 국가를 구성하는 가상인격을 개별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념적 존재로 간주함으로써, 신민의 의무를 다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시민의 권리를 누릴 것이다. 이런 불의가 번지면 정치체는 결국 파멸을 맞을 것이다.” (28)

 

*personne morale : 루소는 ‘corps moral et collectif’, ‘corps artificiel’, ‘être de raison’, ‘personne morale’ 등을 같은 맥락에서 사용하는데, 이들은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법적 주체를 가리킴. [...] 이 개념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이고, [...] 국가가 단일한 인격이 되기 위해서는 의지의 통일성이 요구됨. [...] 홉스와 푸펜도르프는 여러 의지를 하나의 의지로 만드는 방법으로, 오직 한 사람의 의지에 다른 모든 사람의 의지를 종속시키는 것만을 생각하지만 루소는 이런 방식에 의문을 제기. 사회계약론의 대표 개념인 일반의지는 다른 모든 사람의 의지를 종속시킨 어떤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의지를 억압하지 않고 통합함으로써 누구의 의지도 우월하거나 예외가 되지 않도록 하는 가상의’(moral) 의지.

  이 경우 ‘moral’의 번역 문제는 단순하지 않음. [...] 우리는 ‘moral’의 번역어로 가상의를 쓸 것. 이것은 실제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본질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라틴어 어원에도 부합. [...] 책의 다른 곳에서 이 형용사가 정치체나 사회적 집단에 대해 쓰이지 않고, 인간의 능력이나 의지의 문제와 연관될 때에는 도덕의라는 말로 번역해야 할 것. [...] 아카데미 프랑세즈 사전“moral”에 대한 정의대로 당시 이 형용사는 기본적으로 풍속”(moeurs)에 관련된 것을 폭넓게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 [...] ‘도덕풍속의 이런 넓은 의미를 고려하면서, 우리는 몇몇 경우 문맥에 따라 ‘moral’사회적혹은 정신적이라는 말로 옮길 것. (역자주)

 

*volonté particulière : 사회계약 이후에도 여전히 개별의지는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며, 일반의지에 반할 수 있고 나아가 정치체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음. 일반의지와 개별의지 사이의 긴장이 정치체에서도 연속되며 그 긴장 관계가 정치체의 존립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변수.

“그러므로 사회계약은 그것이 헛된 서식이 되지 않기 위해, 유일하게 다른 약속들에 효력을 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약속을 암묵적으로 포함한다. 그것은 누구든 일반의지에 복종하길 거부하면 단체 전체가 그를 강제로 복종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다음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그를 강제로 자유롭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이 계약조건으로 인해 시민 각자는 자신을 조국에 바치면서 모든 대인 의존으로부터 보호되기 때문이다.” (29)

*“강제로 자유롭게 만들 것(자유롭도록 강제할 것)” : 자유와 강제라는 얼핏 모순되는 표현을 사용한 이 구절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유롭게 강제될 수 있을까? 기상 스터디의 예를 생각해보자. 나는 아침에 일어나고 싶은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기상 스터디를 꾸려서 스터디 그룹으로부터 제재(벌금 등)를 받지 않기 위해 강제로 아침에 일어나게 되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기상 스터디라는 강제에 자발적으로 귀속된 것이다. 이처럼 내 자유의 자발적 행사에 의해서 내게 발생하는 강제력은 내 자유를 소멸시키는 대신 내 자유를 유지하고 나아가 나를 (보다) 자유롭게 만든다.
  그렇다면 루소가 여기서 말하는 자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모든 대인 의존으로부터 보호”될 자유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대인 의존으로부터 보호”가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루소의 자세한 설명은 없다. 그렇지만 필요에 의해서, 힘에 의해서, 관습에 의해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종속되면서 자기 자신을 보존하기가 어렵게 되는 상태가 대인 의존 상태가 아닐까 싶다. 루소의 다른 책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참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루소에게서 자유는 왜 강제되어야 할까? 계약이 성립되고 지탱되는 데에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즉, 계약이 어떤 효용을 가지기 이전에 계약을 어길 수 없도록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계약 자체가 성립되고 유지될 수 있다. 기상 스터디가 아무런 강제력이 없다면 기상 스터디가 아니라 그냥 단톡방에 불과할 것이고 사실상 아무런 계약이 아닐 것이다. 사회계약에 따라 신민들은 일반의지에 강제로 복종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사회계약으로 이르게 되는 동인이 무엇일까? 기상 스터디의 예시에서 나는 게으름 내지 자제력 없음, 큰 의미에서 부덕(不德)으로 인해 계약에 이른다. 그렇다면 사회계약을 맺게 되는 이유도 시민들이 부덕해서일까? 그것은 아니다. 개별의지가 충돌하고 대인 의존이 발생하는 한 시민들은 어쩌면 필연적으로 사회계약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자발성이라는 계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시민들은 대인 의존이 발생하고 자유의 침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대인 의존을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의지를 통해 자발적으로 자신들을 강제하는 사회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사회계약의 강제력이 만사가 아니다. 루소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강제력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국가는 이미 망한 국가라고 이야기한다: “잘 통치되는 국가에서는 처벌이 별로 행해지지 않는데, 이것은 사면을 많이 해주기 때문이 아니고 범죄자가 적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가 몰락할 때에는 범죄가 너무 많아서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47) 그래서 『사회계약론』 후반에서 루소는 신민에게 가해지는 강제력(sanction)보다 시민의 덕(virtue)을 강조하고, 덕과 의지(will)의 문제를 연결한다. 개별의지와 일반의지의 충돌이 심해져 파국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 시민은 덕스러워야 한다.

 

p.30. (8장)


“사회계약을 통해 인간이 잃는 것은 자연적 자유와, 그를 유혹하고 그의 손이 닿는 모든 것에 대한 무제한적 권리다. 그가 얻는 것은 시민의 자유와,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소유권이다. [...] 앞에서 말한 것을 근거로, 정치상태를 통해 얻는 것에 도덕적 자유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도덕적 자유만이 인간을 진정으로 자신의 주인으로 만든다.”

*liberté civile : 시민의 자유는 “일반의지에 의해 제한”(30)되고 “확실한 명의로만 정당화될 수 있는 소유권”(30). 사회계약을 통해 직접적으로 시민들이 얻게 되는 공적 차원의 자유.


*liberté morale : 루소의 인간 이론 전체에서 볼 때 이런 도덕성의 획득이 반드시 사회계약과 정치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님. 에밀은 개인이 건강한 성장과 엄밀한 교육을 통해 어떻게 이런 도덕성을 얻게 되는지 설명. 사회계약론이 정치와 법을 통한 도덕화의 계기를 포함한다면, 에밀은 교육을 통한 개인적이고 철학적인 자유의 형성을 기획. 사회계약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한 후 이런 도덕성의 획득을 계산에서 제외하는 것은, 그것이 사회계약의 고유한 효과가 아니기 때문. (역자주)

 

*liberté morale : 도덕적 자유는 “오로지 욕구에만 매달리는 충동”(30)을 극복하고 “스스로 규정한 법에 복종하는 것”(30). 사회계약을 통해 직접적으로 시민들이 얻게 되는 차원의 자유는 아닌 것 같음. 즉 사회계약의 성립 자체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자유로 보기는 어려움. 그렇다면 도덕적 자유는 시민적 자유와 별개의 것일까? 도덕적 자유는 사적 차원의 자유 혹은 내면적 자율성으로 보는 것이 맞을까? 루소의 정치사상을 넘어 인간학(humanity)이라는 보다 큰 차원에서 도덕적 자유를 바라볼 필요가 있음.

 

pp.31-32. (9)

 

최초 점유자의 권리는 강자의 권리보다는 더 실질적이지만, 소유권이 설립된 후에야 진정한 권리가 된다.” (31)

 

그런데 필요와 노동으로 최초 점유자의 권리를 부여하면, 이 권리가 모든 곳에서 너무 쉽게 인정되지 않을까? 이 권리를 제한해야 하지 않을까? 빈 땅에 발만 내딛으면 그 즉시 공유지의 주인으로 자처할 수 있단 말인가?” (32)

 

*le droit de premier occupant : 루소는 노동이 최초 점유자의 권리를 정당화할 수 있다 해도, 그것만으로 법적인 소유권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다고 생각. 루소는 최초 점유자의 권리를 제한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식민주의의 예를 듦. [...] 루소에 따르면 두 가지의 설립이 가능. 부당한 소유권의 난립을 통한 부당한 정치체의 탄생과 정당한 정치체의 탄생을 통한 정당한 소유권의 설립. 그렇다면 식민주의는 식민지 사회의 정치를 불가능하게 하는 사기꾼일 뿐. (역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