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현상학 이차문헌

신호재(2010), 「현상학적 공간구성에서 '깊이' 지각」, 『인문논총』 64

현담 2023. 3. 26. 22:33

1. 서언

 

*공간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의 과제

: 사물을 지각할 때 체험하는 공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해명

사물 지각은 더 낮은 차원인 감각의 체험으로부터 구성되므로, 사물지각의 공간성이 발생하는 감각의 장으로 천착해 들어가야 함. 이 점에서 후설과 메를로퐁티는 맥을 같이 함

 

*비교 연구의 가능성 : 메를로퐁티와 후설의 깊이(원근)’

- 메를로퐁티 : 멀리 있는 배경과 가까이 있는 전경’, 눈과 가까운 전면측면을 따라 뒤로 가면서 거리가 멀어짐.

- 후설 : 공간이 갖는 3차원을 위-아래의 높이’, 왼쪽-오른쪽의 너비’, -뒤의 깊이라는 개념으로 분석

메를로퐁티와 후설이 제시하는 체험된 공간의 세 차원이 정확히 대응. 비교연구 가능.

 

*현상학적 공간구성에 대한 기존 연구의 한계

- 후설보다는 주로 메를로퐁티를 중심으로 수행되어 옴

- 주로 몸을 주제로 수행되어 옴.

깊이를 독립적으로 다룬 후설과 메를로퐁티 비교연구는 찾기 힘듦

 

*본고의 목표

: 후설과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을 토대로 사물지각에서 공간적 깊이가 감각체험으로부터 어떻게 구성되는지 해명

 

*본고의 전개

0) 메를로퐁티를 따라 경험주의와 지성주의 지각이론을 비판 시각에 주어지는 감각을 평면적 인상 내지는 의미를 결여한 질료로 간주하여 지각에서 깊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

1) ‘깊이지각의 관계 해명 깊이가 지각의 본질적 계기임

2) 사물의 깊이를 파악하는 가능성의 원천 규명 운동감각의 전개에 상응하여 사물의 측면이 이행하며 나타남

3) 지각의 하부토대로서 감각체험(수동성) 분석 운동감각의 전개에 의해 매순간 위상이 동요되면서도 곧바로 안정을 되찾음으로써 부단히 재편되는 구조의 장 발견

4) 감각의 장이 조직화되는 심층적 원리 분석 후설의 촉발적 부조’, 메를로퐁티의 동기화하는 것동기화되는 것의 교차적 순환’ + 후설의 분석에서 질적인 정도의 높낮이를 공간적인 요철의 형태라는 계기로 보완

 

*본고의 결론

: 후설과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에서 깊이 및 공간적 세계의 구성은, 지향적 시선이 사물의 형태에 의한 동기화에 감응하여 좇지 않으면 안 되는 일정한 길, 지각의 여로를 전제하는 수동적 종합이라는 점을 보임

 

2. 깊이에 대한 객관주의적 분석과 그에 대한 메를로퐁티의 비판

 

2-1. 경험주의에 대한 비판

 

*경험주의(버클리의 신지각론)

: 지성주의의 거리의 기하학적 추론에 의한 지각 비판 거리는 직접 지각되지 않고 다른 관념의 매개에 의해 시사되는 것, 감각과 아무런 필연적인 관계도 없이 습관적으로 연합되는 부수적인 것

 

*메를로퐁티의 경험주의 비판

: 버클리의 경험은 우리 삶에서 실제로 체험하는 경험이 아니라, 객관주의적 반성에 의해 추상된/왜곡된 경험

- 버클리에 따르면, 보이는 것은 모두 평면/전면이기에 정육면체의 후면 및 측면은 지각x (돌려봐도 지각x) 전경, 배경 지각x (눈의 긴장감에 의한 매개? 이상함)

- 깊이에 대한 근원적 체험이 없다면 애초에 경험주의 이론은 가능하지도 않음. 측면을 또다른 전면으로 설명하려 하는데, 실상 모두가 전면이라면 애당초 측면이라고 말하지조차 못함

 

2-2. 지성주의에 대한 비판

 

*지성주의(칸트의 초월론적 관념론)

: 깊이는 눈에 보이는것이 아니라 종합에 의해 사유되는.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전면, 측면, 윗면 등)를 가지지 않는 무차별적 질료를 종합하여 기하학적인 입체를 구성(후면과 아랫면까지)

 

*메를로퐁티의 지성주의 비판

: 대상의 구조로서 이미 고유한 형태적 의미를 품고 있는 원본적인 지각체험을 추상하여 분해한 후, 그것을 다시 객관주의적 반성으로 조립하는 것

- 지성주의는 왜 측면이 변형되고 모서리의 길이가 제각각인 입체로 보이는지 설명x (기하학적인 정육면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왜 지각체험에서 그렇게 보이는지 묻는 것)

- 오히려 실제로 체험하는 것은 관점에 의해 일그러져 보이는 사물이고 기하학적인 입체는 지각보다 더 높은 의식인 사유의 대상으로 구성한 것

 

*경험주의와 지성주의의 공통점

- 은연중에 우리의 실제적 체험을 억압

- 깊이를 측면에서 본 너비로 간주하는 객관주의적 편견을 드러냄

- 객관주의가 상정하는 주체는 자신의 공간을 벗어나 세계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포기해야 하며, 자신을 동시에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 , 과학의 객관주의는 인간의 관점을 신의 관점으로 환원하거나 기하학적 사유로 평준화.

 

*메를로퐁티의 깊이의 현상학

- 공간적 세계가 처음으로 열리고 사물이 비로소 태어나는 원초적인 사태를 기술하고자 함

- 이 점에서 높이나 너비의 차원보다도 깊이는 객관주의적 편견을 거부하도록 요구하는 가장 실존적인 차원. 깊이는 나의 시선이 에 있는 무엇향해 있다, 세계에로 존재에게 구체적으로 현전하는 사물의 근원적 의미를 제공. 깊이는 2차원의 평면이 아닌 3차원의 공간을 개시하는, 그래서 주체가 감각내용이 아닌 사물을 지각하게끔 하는 가장 근원적인 차원.

 

3. 사물의 공간성을 구성하는 깊이와 운동감각

 

3-1. 사물의 지향적 계기로서 직접 파악되는 깊이

 

*깊이의 직접 파악과 객관주의의 선결문제의 오류

- 객관주의는 깊이를 기호’, 즉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며, 오직 사유에 의해 해석됨으로써만 의미를 부여받는 것으로만 봄

- 그러나 우리는 깊이를 직접 파악(지각). 지각은 사유나 반성에 선행하는 더 근원적인 체험이므로, 기호를 해석함으로써 비로소 공간이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된 공간이 이미 열려있을 때에만 객관주의가 주장하는 소위해석해야 할 기호라는 것이 주어지는 것. 객관주의에 사로잡힌 과학적 설명은 우리가 거슬러 추적해야 하는 구성작업의 결과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일종의 선결문제의 오류를 범함.

 

*후설의 계기(moment) 개념

- 전면은 완전하게 주어지므로 참으로 체험된’ ‘좁은 의미의 지각’. 측면은 원근법적으로 축약되는 일그러진 상의 형태로 시사됨. 후면은 전면, 측면과 더불어 거기에 엄연히 존재한다고 미리 해석됨. 의식은 자신에게 실제로 주어진 것을 넘어서서 이 세 부분지향이 통일된 전체, 즉 대상에 대한 전체지향으로서의 지각을 구성.

- 측면과 후면은 직접 파악되는 지각작용을 이루는 본질적인 계기이지, 전체에서 분리하는 것이 가능한 요소(element)와는 다름

 

*메를로퐁티의 지평선을 향해 뻗은 도로의 좌우 폭

- 경험주의는 감각인상에 의지하여 두 변이 언젠가는 수렴한다고 설명할 것

- 지성주의는 기하학적 사유에 의해 두 변이 절대적으로 평행하다고 설명할 것

- 현상학의 체험된 원근법에 의하면 다만 깊이로 평행’, 즉 시각의 원근법에 의해 도로의 형태가 왜곡되어 있지만 그 왜곡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왜곡을 통해서만 나는 길 자체로 향해 있음

 

*지금까지 분석의 한계

- 후설은 대상의 동일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계기의 넘어섬자체가 무엇인지 규명x

- 메를로퐁티는 깊이가 직접 파악된다고 강조할 뿐 전체로서의 지각적 상황이 무엇인지 규명x

 

요컨대, 해명이 필요한 문제는 지각에서의 이행상황이다. ‘운동감각에 대한 분석이 단서를 제공한다.”

 

3-2. 사물지각을 위한 운동감각의 기능

 

*후설의 운동감각

- 공간적 사물의 구성에는 사물 자체에 상응하는 징표로 파악되는 대상적 내용과 파악에 필연적으로 관여하는운동감각이 요구됨. 사물의 모든 나타남은 자신이 속한 운동감각적 상황을 지시”.

- 지각은 그 상황에 상응하는 파악의 방식변화되는 사물의 내용은 이행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인데, 지각에는 그러한 이행 자체를 구성하는(눈의 이행을 이행으로 감지하는) 또 다른 계기가 필요. 그것이 운동감각.

 

*후설의 몸과 공간 구성

- 운동감각과 더불어 “wenn-so(만약-그렇다면)”, “weil-so(때문에-그렇다면)” 관계인 동기화된 질서를 지각에서 발견 아직 현실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나의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의지기관인 몸이 이동하면, 언제든 보이지 않던 측면이 나타나리라는 것을 앎.

- ‘-아래의 높이차원, ‘왼쪽-오른쪽의 너비차원, ‘-의 깊이차원이 서로 결부되어 있는 장소들의 체계(Ortssystem)으로서 공간 공간은 몸을 방위설정의 영점인 여기(Hier)’의 담지자로 삼음

 

*메를로퐁티의 잠재적 행동의 장으로서 지각

- 사물에서 원근의 의미가 직접 파악되는 이유는 운동감각의 가능성, 내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몸을 앞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잠재적 행동이, 운동적 상황에 부합하여 등장하는 사물의 나타남을 보증하기 때문 잠재적 행동은 기대가 아니라 지각 자체

- 상황을 떠맡는 것으로서의 지각은 현실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가능적인 상황까지도 떠맡는다는 것을 의미. 감각복합체의 이행(운동)현상의 지속적인 경과를 본질적으로 전제함으로써만 사물이 지각됨.

 

*‘동기화하는 것동기화되는 것의 관계

- 후설이 동기화하는 것을 운동감각으로, ‘동기화되는 것을 대상의 내용으로 일방적으로 규정했던 점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음

-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예컨대, 1) 길을 걷다가 장애물이 나타나면, 한편으로 그 상황은 나로 하여금 가던 길을 우회하라는 동기’(motif)를 제공하고, 2) 다른 한편 그 동기를 취하여 장애물을 피하고자 결심’(décision)하는 것은 나 자신이며, 3) 그러한 결심에 의한 행동은 상황이 방금 전과는 또 다르게 전개되는 계기를 제공

동기와 결심은 상황’(situation)이라는 하나의 전체에 속하는 불가분의 두 계기. ‘동기화하는 것동기화되는 것의 관계는 상호적’. 하나가 다른 하나에 전적으로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할 수 없음. (메를로퐁티)

후설 자신의 말처럼, “수동성이 능동성의 가장 낮은 단계라면 자발적인 시선의 운동에서조차도 그 토대에는 동기화를 수용하는 수동성이 놓여있음에 틀림없음

 

4. ‘촉발적 부조지각의 여로에서 구성되는 공간적 깊이

 

4-1. 이행하는 감각정 장의 안정화로부터 부각되는 사물

 

*메를로퐁티의 의식의 구성 작용 분석 1

- 주어진 선과 면의 배치가 그것을 사물로 파악하게끔 우리의 시선을 유도

- 시선이 응하여 그 상황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깊이가 나의 시선 아래에서 탄생

나의 시선은 [선과 면이라는 평면적인 감각내용이 아니라,] ‘어떤 것(quelque chose)’ [, 공간적 대상인 사물]을 보려고 노력하기 때문. 시선이 동기화를 수용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지향적 의식이 대상에 대한 앎인 지각에 이르기 위해서.

 

*메를로퐁티의 의식의 구성 작용 분석 2

- 시선의 이행과 더불어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감각내용의 배치인 장의 질서는 동요되고 공간성이 파괴됨

- 곧바로 의식의 지향성은 그것을 사물로 지각하기 위해 공간적 깊이를 회복하려 노력. , 의식은 감각으로부터 지각이 솟아오를’(사물이 부각) 수 있도록 유동적인 장을 재조직함으로써 안정화시킴.

 

*후설의 운동감각 분석의 함의

- 동기연관에 따른 두 감각의 기능적 협력은 사물 자체지각하기 위해서, 변화하는 감각에서 그때그때 현실적으로 주어지는 것 그 이상을 보기 위해서

- 의식의 시선이 전개되는 감각적 장이 안정화되는 조건 하에서만, 사물이 최적으로 주어지는조건이 충족되는 매순간마다, 장은 깊이와 더불어 사물로 태어남

 

*지각적 동기화의 본질 (메를로퐁티)

- 장의 안정화가 전적으로 자의적(arbitraire)이지 않음 의식은 높낮이를 가진 표면의 지각적 여로(itinéraire perceptif)(깊이의 구조, 요철)를 따라 동기화되는 장의 변화를 인수

- 구조적 질서가 행사하는 동기가 강압적(impérieuse)인 것도 아님 결심, 어떤 수준을 정박점으로 삼아 지향적 시선을 붙들어 매어두느냐에 따라 달라짐

이끌림(irrésistible). 우리는 사실적 상황을 떠맡으면서 현상들이 말하려 하는 바를 의식한다.”

 

*객관주의의 종합 vs 지각의 종합 (메를로퐁티)

- 객관주의의 종합 : 전체에서 분리된 항을 연합하거나 조립하여 전체를 다시 짜맞춤

- 지각의 종합 : 전체로서 상호배타적인 경험들에 동시적으로 현존하는 것, 하나의 경험이 다른 경험에 함축되는 것, 모든 가능한 과정이 하나의 본원적인 지각작용에 함축되는 것

cf. 연속적 종합 (후설) = 이행의 종합, 수동적 종합 (메를로퐁티)

: 파지와 예지로 둘러싸인 살아있는 현재’(후설) 속에서 지각은 단순히 감각의 종합[인 합성물]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으로의] 탈바꿈

 

4-2. 감각적 장이 조직화되는 수동적 종합의 원리인 연상과 촉발

 

*후설의 감각적 장의 조직화 원리 분석(수동적 종합)

- 수동적 종합의 원리 : 연상(Assoziation, 의식의 연달음/이어짐)

- 연상의 형식(적 법칙) : ‘잇따름의 계기(Sukzession, 시간적 질서)함께의 공존(Koexistenz, 공간적 질서)

공존은 계기의 종합을 전제 (but 시간적 종합이 공간적 종합보다 근원적인 것은 확실x)

- 연상의 내용(적 법칙) : ‘동질성에 의한 융합(Verschmelzung)이질성에 의한 대조(Kontrast)

동질성의 종합은 이질성의 종합과 동근원적. 왜냐하면. 어떤 것을 같은 것으로 알기 위해서는 같지 않은 것도 알고 있어야만 함. 의식의 흐름은 본질적으로 비교하는 이행.

 

“‘구체적인 것(Konkretion)’의 본성은, ‘전체적 장으로부터 질적으로 다른 것과 분리(Dis-kretion)’되면서 동시에 질적으로 같은 것과 더불어-생겨나는(Kon-kretion)’ 것이다. 결국 동질성 및 이질성은 함께-생성된다(Zusammenwachsen)’.”(Hua , 130)

 

*연상과 촉발(Affektion, 지향에 대한 일깨움)

- 연상 : 주어진 감각내용이 그와 닮은 새로운 감각내용을 불러일으킴

- 촉발 : 의식되는 대상이 자아에게 행사하는 끌어당김의 자극

- 전향 : 자아에게 일종의 긴장인 촉발을 해소하기 위해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주의를 기울임

배움의 도정(메를로퐁티) : 전향에서 시선은 아직 규정되지 않은 내용을 공허하게 지향하고. 그것이 직관에 의해 감각적으로 충족되면 긴장은 이완되지만, 곧바로 또 다른 자극에 의해 촉발이 일어남

제한된 무지(메를로퐁티) : 아직은 [감각적으로 충족되지 않아서 내용이] 비어있는 지향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미 규정되어 있다는 점. 맹목이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것을 밀어내면서 동시에 닮은 것으로 향함.

 

*촉발적 부조와 촉발의 동기화

- 감각적 장 = 다양한 높낮이를 가지는 질료들이 융합되어 있는 장, 즉 촉발적 부조

- 촉발력(affektive Kraft)(=촉발적 경향, affektive Tendenz)(=지향적 시선의 전파)

: 여기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촉발에 의해 지향적 시선이 일깨워지고, 일깨워진 시선에 의한 연속적 종합을 통해 더 높은 차원의 감각적 통일체가 구성되며, 이렇게 구성된 통일체가 또 다시 촉발하면서 지향적 시선을 일깨움

- 의식의 본성은 무엇인가를 파악하여 알고자 하는 것이며, 따라서 촉발이 부추겨 동기화하는 것은 인식을 향한 노력” (본래적 의미에서 인식이란 대상적 앎, 사물에 대한 지각)

 

4-3. 수동적 종합에서의 촉발 분석에 대한 비판적 검토

 

*후설의 촉발 분석의 한계

: 감각내용의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깊이의 차원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알기 힘듦. , 단순한 질적인정도의 높낮이공간적요철로 만드는 계기를 드러내는 일이 필요.

운동감각의 의미 검토 필요. 운동감각은 단순히 의식의 흐름에서 주어지는 질적인 내용의 이행이 아니라, 몸에 의해 육화된 지향적 시선의 공간적 위치가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

 

*메를로퐁티의 정육면체 분석 재검토

- 흰 배경으로부터 검은색으로 날카롭게 부각되는 모서리의 선을 경계로, 동질적으로 융합되는 각 면의 내부는 외부와 대조 (색이라는 관점에서 질에 의한 대조)

- 전면은 정사각형이고 측면과 윗면은 일그러진 사변형으로 보이는 형태의 대조에서, 모서리를 경계로 표면의 굴곡을 따라 감겨들어가는 시선이 깊이를 지각

후설이 사물구성에서 운동감각과 대상의 내용이라는 두 감성적 계기의 기능적 협력을 언급한 진의를 이해할 수 있음

 

5. 결어

 

*본고가 해명하고자 했던 문제

: 단지 체험된 공간이 어떻게 성립하는가라는 현상학적 공간구성의 일반적 주제를 개관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체험으로부터 공간성을 지닌 지각체험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 발생의 과정을 추적하여 드러내는 것

 

*작업을 통해 드러난 것

: 공간성을 구성하는 결정적 계기인 깊이의 원천이, 주어진 감각내용을 대상인 사물로 상승하게끔 하는 의식의 지향적 구성작용에 있다는 점

의식의 지향성은 지각의 근저인 감각적 장에서부터 작동하면서, 질과 형태의 대조적 종합을 통해 공간적 깊이를 솟아오르게 함

의식의 흐름 및 운동감각의 전개에 따라 공간성은 파괴되지만, 곧바로 감각의 배치인 장은 질서를 회복함으로써 재조직되고 사물은 장이 안정을 되찾는 매 순간마다 공간적 깊이와 더불어 다시 태어남

 

*작업을 통해 드러난 감각의 장의 성격

: 의식과 세계가 소통하는 지향성의 운동이 감각에서부터 수행되므로, 감각의 장은 한낱 2차원이 아니라 공간성의 맹아로서 그 나름의 방향과 위치의 체계를 가지는 유사공간적 장

 

*향후 과제

- 공간구성의 전모를 드러내기 위해 깊이뿐만 아니라, 방향설정의 중심인 몸, -아래의 높이, 왼쪽-오른쪽의 너비, 그리고 운동감각 각각에 대한 분석

- 시각적 장뿐만 아니라, 촉각적 장이나 청각적 장이 어떻게 다르고, 그럼에도 그것들은 서로 어떻게 결부됨으로써 하나의 공간적 세계를 구성하는지 탐구

- 이렇게 추가적인 분석이 수행되는 모든 단계에서 후설의 현상학과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이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해명

 

질문

 

Q1. 의식은 왜 인식을 위해 노력하는가? 그것은 의식의 본성이기에 이러한 추가적인 질문을 던질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보다 근원적인 차원의 본성을 통해 이해될 수 있을까?

 

Q2. 세계가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사물 인식의 동기만큼이나 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에게 사물 인식의 동기를 제공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말한다. 사물은 항상 우리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우리는 사물이 내심 어떤 특정한 의미로 나타나길 바라기 떄문이다. 저자가 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공간적 사물에 논의를 한정했기에 논문 내에서 논의하기에는 적절치 않았겠지만, 사물 구성에는 높이, 너비, 깊이, 운동감각 이상의 더 복잡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아마 비단 방위설정과 운동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본능과 욕망이 이글거리는 몸에 대한 분석이 요구될 것이다. (여기서 저자가 말한 최선’, ‘최적의 의미가 더 구체화될 것이고, ‘동질화이질화의 다양한 기준이 드러날 것이며, ‘잠재적 행동의 장의 의미가 다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Q3. 공간적 질서의 공존은 시간적 질서인 계기의 종합을 전제한다. [...]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의 종합을 공간의 종합보다 근원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151-152) 그렇지만 후설도 메를로퐁티도 그렇게 단정하기를 꺼린다. 후설은 밀접히 결부되어 있다고 말할 뿐이며 메를로퐁티는 나아가 공간지평과 시간지평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시간을 말한다. 도대체 공존과 계기의 관계는 무엇일까? 메를로퐁티가 말하는 넓은 의미의 시간은 무엇일까?

 

인상 깊었던 점

 

I1. 후설과 메를로퐁티가 서로 바톤을 주고받으며 이어달리기 하는 형식의 글. 현상학적 깊이분석이라는 프로젝트 속에서 각자 한계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을 서로 보완해주는 식으로 글을 구성하여, 대립적 구도 하에서 한 쪽의 한계를 일방적으로 지적한 후 다른 쪽의 승리를 일방적으로 공언하는 글보다 훨씬 창의적이라고 생각함.

 

I2. 2.2에서 깊이가 가지는 실존적 의미를 지적해주는 부분, 5.에서 감각장이 가지는 함의를 드러내주는 부분은 후설과 메를로퐁티의 교차 작업을 구성한 창의성과 별개의 해석적 창의성이라고 보여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