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의 서설」 4절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을 바라보고는 의아해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Zarathustra, however, looked at the people and wondered. Then he spoke thus:
Zarathustra aber sahe das Volk an und wunderte sich. Dann sprach er also:
: 차라투스트라는 왜 군중을 바라보고 의아해했는가? 그는 초인사상을 설파했고 어렴풋이 사람들이 자기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기대를 버리지 못한 상태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자기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확신하지 않고, 그들에게 기대를 하며 계속 이야기하고 그들을 설복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교수님)
*줄타기 곡예사(tightrope walker, der Seiltänzer) : Seiltänzer의 Tänzer는 ‘춤추는 사람’(dancer)을 의미한다. 니체에게 있어서 춤은 ‘정신의 자유’에 대한 상징으로, 편의상 ‘줄타기 곡예사’로 번역되는 Seiltänzer의 의미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줄타기 곡예사’는 단순히 ‘줄을 타’는 사람만이 아니라 ‘춤을 추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항상 자유롭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자이다. (백승영 2022) (N 발제문)
“사람은 짐승과 위버벤쉬 사이를 잇는 밧줄, 심연 위에 걸쳐 있는 하나의 밧줄이다.”
“Man is a rope stretched between animal and overman - a rope over an abyss”
“Der Mensch ist ein Seil, geknüpft zwischen Thier und Übermensch, - ein Seil über einem Abgrunde.”
: 인간은 짐승과 위버멘쉬 사이의 중간자인 동시에, 동일한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항상 열려 있는 가능성을 지닌 미확정적 존재이다.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매 순간 자기 자신을 형성해 나가는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줄은 ‘심연 위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 위에 있는 것, 줄타기 춤을 추는 것은 항상 추락의 위험을 내포한다. (N 발제문)
“저쪽으로 가는 것도 위험하고, 도중에 있는 것도 위험하고, 뒤돌아보는 것도 벌벌 떨고 있는 것도 위험하며 멈춰 서 있는 것도 위험하다.”
“A dangerous crossing, a dangerous on-the-way, a dangerous looking-back, a dangerous trembling and stopping”
“Ein gefährliches Hinüber, ein gefährliches Auf-dem-Wege, ein gefährliches Zurückblicken, ein gefährliches Schaudern und Stehenbleiben.”
: 백승영(2021)은 이때 말해지는 위험을 ‘허무주의로의 추락’ 이라고 설명한다. 줄 위를 걷는 모험은, 언제나 ‘총체적인 의미상실’의 체험으로 우리를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위험을 받아들이고 줄 위를 걸어야만 한다. 이 쉼없는 움직임과 결단, 현재의 위치에 소박하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건너가는’ 삶이 우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인간의 당위적 본질, 위버멘쉬로의 이행이기 때문이다. (N 발제문)
백승영은 모든 위험을 허무주의로의 추락이라고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니체는 실상 여러 가지 위험을 이야기한다. 인간이 이원론적 세계관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일들 내지는 기존의 가치관을 파괴하는 것에 수반되는 여러 위험 부담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허무주의로의 추락이라는 위험도 있겠지만, 사자처럼 기존의 가치관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기존 질서에 의해 위협받을 수도 있고, 기독교적 세계관, 이원론적 세계관에 미련을 갖고 후퇴하거나 더 이상 벗어나지 못하고 전락할 수도 있다. (교수님)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목적이 아니라 다리라는 데에 있다. 인간에게서 사랑받을 만한 점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자 내려가는 존재라는 데에 있다.”
“What is great in man is that he is a bridge and not a goal: what can be loved in man is that he is an over-going and a down-going.”
“Was gross ist am Menschen, das ist, dass er eine Brücke und kein Zweck ist: was geliebt werden kann am Menschen, das ist, dass er ein Übergang und ein Untergang ist.”
: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를 극복하는 존재이다. 니체는 가장 완전한 인간에게서조차 구토할만한 점이 하나라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기존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자기극복하는 삶이 내려가는/하강하는 삶이다. (교수님)
이어 4절의 마지막까지 차라투스트라는 동일한 맥락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 청자들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인간상을 나열한다: 항상 하강하고 건너가는 -끝없이 움직이며 자신을 형성해 나가는- 자, 자신이 처한 상태를 경멸하고 보다 높은 곳을 동경하는 자, 삶의 이유를 초월적 존재가 아닌 ‘대지’에서 찾는 자, 위버멘쉬라는 목표를 위해 앎을 추구하고 헌신하며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이 행하는 자, 아낌없이 베푸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풍요로운 영혼의 소유자, 요행을 수치스럽게 여길 줄 아는 자, ‘하나의 작은 체험으로도 파멸할 수 있는’ 취약성을 품고 있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모험하는 자, 스스로의 ‘신’ 즉 자신이 품어 왔던 이상[정동호(2021)]을 사랑하기에 오히려 그것에 대해 가장 엄격하게 회의하고 성찰하는 자, 자신의 육체성을 받아들임으로서 영혼과 육체 모두를 자유롭게 한 자. 이것이 차라투스트라가, 그리고 니체가 우리에게 지시하는 삶의 모습인 것이다. (N 발제문)
*위대한 경멸자들(the great despisers, die großen Verächter) : 기존에 자신이 집착했던 이성, 행복, 정의 등을 경멸하는 자들. 기존의 사회가 높이 평가하는 덕들을 총체적으로 경멸하는 자들. (교수님)
“나는 사랑하노라. 내려가고 희생하는 이유를 별들의 배후에서 먼저 찾는 대신, 언젠가는 대지가 위버멘쉬의 것이 되도록 대지를 위해 희생하는 자들을.”
“I love those who do not first seek a reason beyond the stars for going down and being sacrifices, but sacrifice themselves to the earth, that the earth of the overman may some day arrive.”
“Ich liebe Die, welche nicht erst hinter den Sternen einen Grund suchen, unterzugehen und Opfer zu sein: sondern die sich der Erde opfern, dass die Erde einst der Übermenschen werde.”
: 피안의 신(별들의 배후)에게서 삶의 이유나 자기 희생의 이유를 찾는다는가 하지 않는 자들 (교수님)
“나는 사랑하노라. 깨우치기 위해 살아가고, 언젠가는 위버벤쉬가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깨우치기 원하는 자를.”
“I love him who lives in order to know, and seeks to know in order that the overman may someday live.”
“Ich liebe Den, welcher lebt, damit er erkenne, und welcher erkennen will, damit einst der Übermensch lebe.”
: 신, 공산주의, 유토피아 등의 허구를 만들지 않고 철저하게 진리에 입각하면서 살려는 자들 (교수님)
“나는 사랑하노라. 자신의 덕으로부터 자신의 성향과 숙명을 만들어내는 자를. 그렇게 그는 자신의 덕을 위해 살려고 하고, 또 죽으려고 한다. // 나는 사랑하노라 너무 많은 덕을 원치 않는 자를. 하나의 덕은 두 개의 덕 이상이다. 그 덕이야말로 운명이 걸려 있는 매듭이기 때문이다.”
“I love him who makes his virtue his addiction and destiny: thus, for the sake of his virtue, he is willing to live on, or live no more. // I love him who does not desire too many virtues. One virtue is more of a virtue than two, because it is more of a knot for one's destiny to cling to.”
“Ich liebe Den, welcher aus seiner Tugend seinen Hang und sein Verhängniss macht: so will er um seiner Tugend willen noch leben und nicht mehr leben. // Ich liebe Den, welcher nicht zu viele Tugenden haben will. Eine Tugend ist mehr Tugend, als zwei, weil sie mehr Knoten ist, an den sich das Verhängniss hängt.”
: 자신의 덕은 초인을 위해 몰락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그렇다면 왜 자신의 덕으로부터 취향과 숙명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일까? 칸트가 말하는 의무, 당위로부터 나오는 윤리를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덕을 진짜 좋아서 따르고, 자신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인을 위해 몰락하려는 의지 하나에 인생을 몰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수님)
“나는 사랑하노라. 행동에 앞서 황금 같은 말을 던지고, 늘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이 해내면서 약속을 지키는 자를. 그는 자신의 몰락을 원하기 때문이다.”
“I love him who scatters golden words in front of his deeds, and always does more than he promises: for he seeks his own down-going.”
“Ich liebe Den, welcher goldne Worte seinen Thaten voraus wirft und immer noch mehr hält, als er verspricht: denn er will seinen Untergang.”
: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인간은 약속을 지키는 동물이다.”라고 말한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주권적이라는 뜻이다. 동물은 쉽게 망각한다. 자기 과거에 관심이 없다. 우리 인간도 원래는 쉽게 망각하는 동물이었는데, 국가가 빚을 빌리고 쉽게 망각하는 자들에게 형벌을 가하면서 기억하는 동물로 만들었다. 이러한 초기의 주권적 인간은 사회가 자기자신에게 요구하는 규범들을 지키는데 그친다. 그러나 완전한 주권적 인간은 그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에 충실한 인간, 자기입법적인 존재이다. 그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고 하는 인간으로서 여러 문제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철저하게 지키려고 하면서 독자적인 행동방식을 추구한다. (교수님)
“나는 사랑하노라. 미래 세대를 정당화하고 지난 세대를 구원하는 자를. 그는 현재 세대로 인해 파멸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I love him who justifies those people of the future, and redeems those of the past: for he is willing to perish by those of the present.”
“Ich liebe Den, welcher die Zukünftigen rechtfertigt und die Vergangenen erlöst: denn er will an den Gegenwärtigen zu Grunde gehen.”
: 미래 세대는 초인이나 초인에 가까운 사람들을 지시할 것이다.
과거 세대는 누구를 지시하는가? 니체가 영원회귀 사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 인간이 가장 원한을 갖기 쉬운 것이 바로 과거라고 한다.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과거에 대해 회한을 품는다. 그러나 정말 건강한 자, 운명을 사랑하는 자는 과거가 그런 상태로 있기를 바란다. 이를 니체는 과거에 대한 구원이라고 말한다. 여기서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과거의 모든 게 다 필연적이었다, 달리 말하면 과거의 사람들까지도 모두 다 존재했어야 됐다고 생각하면서 과거의 사람들을 긍정하는 것이다. 우리 과거라는 것은 지난 사건이기도 하지만 바꿀 수 없는 나의 여러 탁월한 소질이라든가 관계하는 사람들 모두 다 과거에 속할 수 있다. 하이데거 식으로 말하면 던져져 있는 상황이다.
니체는 사실 쉬이 긍정할만한 인생을 산 사람이 아니다. 그는 항상 골골거리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책이 잘 팔리지도 않았고 읽히지도 않았다. 사랑하는 여인이었던 살로메한테도 차였다. 별로 부러워할 게 없는 삶이다. 그런 사람이 내 인생이 좋았다, 내 인생이 다시 와도 좋다, 누가 봐도 긍정하기 힘든 삶을 산 사람이 자신의 삶을 긍정하니 그의 사상이 뻔하지 않고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현재 세대는 말세인이다. 니체는 사실 자기가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말세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원회귀를 긍정하려면 당연히 말세인도 긍정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말세인들도 다 세계 완성을 위해서 필요하다라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파멸하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 의미, 오히려 말세인을 통해 파멸함과 동시에 말세인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닐 것이다. (교수님)
*자신의 신(his God, sein Gott) :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나 이상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것을 사랑해서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려고 하는 대상. (교수님) 앞서 “자신의 덕”이 긍정적으로 표현된 것처럼 “자신의 신” 또한 “자신의”라는 수식어를 통해 긍정적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보임. 초인을 위해 몰락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함. (사견)
“나는 사랑하노라. 상처를 입어도 영혼이 깊이를 유지하지만, 하나의 직은 체험으로도 파멸할 수 있는 자를.”
“I love him whose soul is deep even in being wounded, and may perish from a small experience”
“Ich liebe Den, dessen Seele tief ist auch in der Verwundung, und der an einem kleinen Erlebnisse zu Grunde gehen kann”
: 고난(상처)을 겪고서도 초인을 위해 몰락하려는 의지가 꺾이지 않는 자. 그러나 작은 사건도 자기극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자. 즉, 모든 것을 자기강화의 계기로 긍정하는 자. (교수님)
“나는 사랑하노라 자유로운 정신과 자유로운 심장을 지닌 자를. 그의 머리는 심장의 내장일 뿐이고 그의 심장은 그를 하강으로 내몰아대니.”
“I love him who is of a free spirit and a free heart: thus is his head only the entrails of his heart; his heart, however, drives him to go down.”
“Ich liebe Den, der freien Geistes und freien Herzes ist: so ist sein Kopf nur das Eingeweide seines Herzens, sein Herz aber treibt ihn zum Untergang.”
: 자유로운 정신은 어떤 특정한 이념, 관점에 얽애이지 않는 정신이다. 니체가 말하는 이른바 “천개의 눈”으로 사건/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정신이다. 머리는 지성을 상징한다. 전통적인 이원론에서 지성은 우리의 육체와 분리된 순수정신이다. 하지만 니체에게서 정신이나 지성은 힘에의 의지를 가리키는 심장에 뿌리내리고 있다. 힘에의 의지는 자신을 끊임없는 자기극복으로 몰고 가고, 정신과 지성은 힘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교수님)
“나는 사랑하노라. 인간들 위에 걸쳐 있는 먹구름에서 하나하나 떨어지는 무거운 빗방울 같은 자 모두를. 그들은 번개가 칠 것을 예고하고 예고자로서 파멸한다.”
“I love all who are like heavy drops falling one by one out of the dark cloud that hangs over man: they herald the coming of the lightning, and perish as heralds.”
“Ich liebe alle Die, welche schwere Tropfen sind, einzeln fallend aus der dunklen Wolke, die über den Menschen hängt: sie verkündigen, dass der Blitz kommt, und gehn als Verkündiger zu Grunde.”
: 먹구름은 이원론적(전통적) 세계관을 상징한다. 그리고 무거운 빗방울은 이원론적(전통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서 번개가 칠 것을, 즉 초인의 도래를 예고하는 자들을 상징한다. (교수님)
(수업 : 박찬국, <존재론연습> (2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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