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현상학 일차문헌

[후설] 『사물과 공간』 도입부, 1부 "현상학적 지각 이론의 기초" - 주요 인용

현담 2023. 8. 18. 15:57

도입부

 

이제 이어지는 강의들의 주제를 몇 마디로 개괄하려 한다. 이는 경험에 관한 미래의 현상학에 있어 토대 부분들이다. 그 목적은 경험 소여의 본질에 대한 해명을 가장 가깝고 가장 먼저 놓인 시작들로부터 출발하여 가능한 깊고 멀리까지 이끌어가는 것이다. [...] 다양한 형태의 인식 연관 및 자연과학의 인식 연관에 있어서 자연과학적 실재의 구성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려며나 논리적이고 수학적 사유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경험 인식의 관점에서 이보다 낮은 단계들의 해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낮은 단계들은 온갖 연역과 귀납 이전에, 한마디로 통상적 의미에서 논리적 매개가 가능한 온갖 인식 이전에 놓인 경험이다. (문제의식 : 경험 소여의 본질 해명. §1 자연스러운 경험의 세계와 학문적 이론의 세계)

 

모든 사물이 우리에게 자아 사물(Ich-Ding)로, 곧 인간이나 동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세계는 물리적 사물과 정신적 사물로 나뉜다. 달리 말해, 한낱 물리적 사물과 [물리적일 뿐 아니라] 정신적이기도 한 사물로 나뉜다. 정신적 사물은 체험을 하는데, 이 체험들 중 일부는 바깥을 향하지 않는 체험 유형들이다. 그러나 특히 지각함, 기억함, 예상함, 진술함 등의 [바깥을 향하는] 체험들도 있으며, 정신적 사물은 이러한 체험들을 매개로 사물 및 사건들과 정신적 관계를 맺는다. 다른 한편, 예컨대 인간과 같은 정신적 존재들은 물리적이기도 하다. 모든 사물 일반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는 바로 사물 일반과 공통적인 속성들, 이른바 물리적 속성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색과 형태, 공간에서의 위치, 시간에서의 지속과 변화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사물들과는 달리] 어떤 것을 체험한다는 특전을 지닌다. 즉 이들의 상태들이 지니는 물리적 속성들에 이른바 정신적 속성들이 결합된다. 이때 익히 알려진 유형의 어떤 함수적 연관들이 있다. 이 연관들 덕분에, 자극들, 곧 자기 신체에 대한 외부의 영향들이 심리적 공명을 일으킨다. 역으로, 가령 의지와 같은 심리적 사건들도 신체의 움직임으로 방출되어 외부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 내 사물의 분류 : 정신적 사물(자아 사물)과 물리적 사물. §1 자연스러운 경험의 세계와 학문적 이론의 세계)

 

그리하여 세계는 과학에게 나타나기에 앞서 우선은 자연스러운 파악에게 현시된다. 그리고 그다음에 온갖 경험과학이 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 이 과학들은 모두, 우리가 들여다보고 만지거나 기타 감관으로 파악하는, 그리고 우리가 신체를 통해 정신물리적 관계를 맺는 실재에 대해 말한다.

과학의 세계 파악은 감각질들이 (자연스러운 경험이 이들에게 할당하는) 직접적이고 객관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설파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변치 않는 것은, 과학의 세계 파악에게 사물들을 내어주는 것은 단순한 경험, 직접적 지각, 기억 등이며, 과학의 세계 파악은 다만 일상적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는 방식으로 이 사물들을 이론적으로 규정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제의식 : 과학의 세계 파악에 대한 자연스러운 세계 파악의 선행. §1 자연스러운 경험의 세계와 학문적 이론의 세계)

 

자연과학자가 정당화하는, 실재에 대한 모든 판단은 단순한 지각 및 기억으로 돌아가고, 이 단순한 경험에서 처음으로 주어지는 세계와 관계 맺는다. 과학이 수행하는 것과 같은 모든 간접적[매개적] 정당화는 바로 직접적[무매개적] 소여 위에 놓여 있다. 실재가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체험들은 지각과 기억이고 (어떤 직접성을 지닌) 예상 및 예상과 비슷한 작용들이다. 환각, 착각, 미혹하는 기억이나 미혹하는 예상 같은 것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말한 것들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이 점을 곧바로 보라고 선언함은 명백한 무의미(nonsens)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선언한다면, 평범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실재성만 포기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받아들이는 실재성도, 그리고 이와 더불어 과학 자체도 포기될 것이다.

아직 자연스러운 토대 위에서만 전개되는 이러한 성찰을 통해 우리는 다음에 주목한다.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그리고 실로 자연스럽게, 아래로부터, 하부의 공통 경험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이것이 학문적 인식에서의 학문적 실재 구성이라는 최상위 문제와는 무관한 현상학적 장난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근심할 필요가 없다. (문제의식 : 자연과학의 정당화. §1 자연스러운 경험의 세계와 학문적 이론의 세계)

 

1부 현상학적 지각 이론의 기초

 

1장 외부지각의 근본 규정들

 

(타인들에 대한 지각을 포함하여) 이러한 봄과 들음은 일차적으로 몸과 관련된다. 심리에 대해서도 물론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다른 사람이 화가 났음을 본다. 나는 그 사람에게서 분노를 보며, 그 사람에게서 경멸이나 부정직 등을 본다. 그럼에도 피상적으로 고찰해보기만 해도 이미 이러한 봄은, 색깔을 봄, 운동을 봄, 즉 물리적 사물을 봄과는 구별된다. 사람들은 얼굴과 얼굴의 표현, 표정, 몸짓이 보이며, 이들이 (그 자체는 보이지 않는) 어떤 심리의 표현으로 파악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러한 심리를 봄을 연구에서 일단 배제한다. (지각과 몸의 관련성 / 연구 지대 획정 : 타인 지각 배제. §2 연구 지대 획정. 외부지각의 예비적 개념)

 

다른 한편 지각은 지각하는 자아가 지각함이다. 나는 지각하는데, 나아가 이것과 저것을 지각한다. 자아 관계는 체험으로서의 지각에 고유한 것이다. 여타 체험 유형들의 모든 사례에도 이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러한 자아 관계가 있다. [...] 여기에서 우선 관심을 기울이는 지각에 있어서는, 이러한 자아에의 체험 관계에 대상이 자아 신체와 맺는 지각 관계도 관련되고, 전체지각이라는 성격을 지니는 어떤 구성도 관련된다. [...] 우선 우리는 이러한 자아에의 관계를 가능한 한 사상하고자 한다. (지각과 몸의 관련성 / 연구 지대 획정 : 자아 관계의 사상. §2 연구 지대 획정. 외부지각의 예비적 개념)

*사상(abstrahieren) : 문맥에 따라, ‘추상으로 옮기거나 사상혹은 도외시로 옮긴다. 이 말은 (긍정적으로는) 여러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되는 특성을 추출하여 파악함(추상)이고, (부정적으로는) 이러한 공통되는 특성을 제외한 나머지 특성들을 버리고’ ‘도외시함’(사상, 도외시)이기 때문이다. (역주)

 

그리하여 우리는 좁은 범위의 사례들을 획정했다 이는 (여기서는 항상 물리적 사물을 뜻하는) 사물에 대한 지각이나 사물의 사건에 대한 지각들이다. 지각은 이들 각각을 대상으로, (배경으로부터 두드러져) 지각되는 것으로서 따로 대상으로 삼는다. (연구 지대 획정 : 개별적 물리적 사물. §2 연구 지대 획정. 외부지각의 예비적 개념)

 

이런 예비적 고찰을 할 때에도 현상학적 환원을 수행한다는 것, 즉 물리적 실존을 타당한 실존으로서 요청하지 않고 이에 대해 전혀 묻지 않는다는 것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겠다. (방법론 : 현상학적 환원. §3 상상되는 지각에서 출발하는, 지각에 대한 본질인식)

 

유관한 개별자들의 현실적 체험들에 토대를 두고 본질 파악과 본질 일반화를 수행함이 현상학적 분석의 조건은 아니다. [...] 지각에 대한 상상 재현들은 우리에게 [현행 지각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 (방법론 : 상상변양. §3 상상되는 지각에서 출발하는, 지각에 대한 본질인식)

*본질인식을 위한 자유로운 상상변양을 뜻한다. 지각을 탐구하는 이 부분에서는 지각에 대한 상상변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 현행적 지각이 아니라, 가능한 지각들에 대한 상상(Phantasie)을 행하고, 이 상상되는 지각들이 지니는 불변요소로서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역주)

 

여기에서 절대적 의미에서 소여되는 것은 실존하는 것이 전혀 아니지만 존재하는 것, 다시 말해 그때그때 독특한 본체[개별자](실존하든 하지 않든 여기 있는 이 독특한 지각)이다. [...] 우리는 이 독특한 소여들에서 지각 일반이라는 일반적 본질을 끌어내는데, 이 일반적 본질은 독특한 소여들에서 이러저러한 독특자가 되는 것이다. (구별 : 실존과 존재 / 방법론 : 본질 직관. §3 상상되는 지각에서 출발하는, 지각에 대한 본질인식)

*본체(Essenz) : Wesen(본질)과 구별하고자 본체로 옮기나, 여기에서는 의미상 차이는 없다. 일반적 본체와 대비되는 독특한 본체(singuläre Essenz)는 한 개체(독특자)의 본질을 뜻한다. (역주)

*실존(existieren) : 보통 존재하다로 옮기지만 여기에서는 sein(존재하다)과 구별하여 쓰고 있으므로, 부득이하게 실존하다로 옮긴다. (역주)

 

이때 최초의 고찰에서 지각의 고유 성격으로 나타나는 것은, 우리가 다음과 같이 평이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지각에서 대상은 몸소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현행 현재의 대상이고, 현행 지금의 자체소여 대상이다. [...] 물론 이러한 성격 기술에 있어서, 마치 지각되는 대상의 실존이, 곧 지각에서 몸소 있음의 방식으로 있는 것의 실존이 모든 지각 자체의 본체(Essenz)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이해한다면 대상이 실존하지 않는 지각을 말함은 모순일 것이고, 그래서 착각인 지각은 아예 상상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각의 본체적 성격은 대상의 몸소 있는 현전에 대한 의식’, 즉 이에 대한 현상이다. (지각의 본질 : 대상이 몸소 있음. §4 지각의 본질규정인 지향성)

*몸소(leibhaft) : 지각에서 대상은 물질성(, Leib)을 지니고, 그 자체로서, 지금 여기 나타나는데, 이를 은유적으로 대상이 몸소 있다고 표현한다. (역주)

*지금(Jetzt) : 지금은 과거로 밀려가거나 미래에 도래할 수 있는데 이때 지금은 각각 과거 지금미래 지금으로 표현된다. 이때에도 이 지금은 자신이 처음 등장하는 시간점(Zeitpunkt)을 유지하며 따라서 자신의 개체성(Individualität)을 유지한다. ‘현행 지금(aktuelles Jetzt)’은 이러한 과거 지금미래 지금과 대비되는(나아가 상상되는 지금등과도 대비되는) 개념이다. (역주)

*자체소여(selbstgegeben) : 지각의 대상이 (이미지 등의 어떤 매개를 거치지 않고) 자체를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이를 자기소여로 옮길 경우 자기가 지각 주체를 뜻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기에, ‘자체소여로 옮긴다. 자체소유(selbsthaben)도 마찬가지이다. (역주)

 

지각(Wahrnehmung)의 개념은 종종 제한되어서, 원래 이렇게 불러야 할 (‘현실적으로 참으로 간주함[das wirkliche Wahr-Nehmen]’은 물론이고) ‘참으로 간주함(Für-wahr-Nehmen)’을 배제한다. 즉 믿음 성격을, 믿음직한 방식으로 여기 있음이라는 성격을 배제한다. [...] 우리는 이를 직각(Perzeption)이라고 부를 것 [...] 그러나 우리가 (믿음, 믿지 않음, 의심 등) 태도 취함의 차이라고 표현하는 이러한 새로운 성격들의 차이가 굳이 필요하지 않으며 그러한 구분이 없어도 되는 경우에는, 계속 지각이라고 부를 것이다. (지각의 본질 : 믿음 성격의 배제. §5 몸소 있음과 믿음직함. 직각과 태도 취함)

*직각(直覺, Perzeption) : 직각은 몸소 있는 대상에 대한 체험일 뿐 믿음 여부와는 무관하므로, 내용(내포)이 그만큼 적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여 범위(외연)가 넓어서, 믿는 직각, 믿지 않는 직각, 의심하는 직각을 포괄한다. 이 중에서 믿는 직각만이 지각이므로, 지각은 직각에 비해 내용(내포)이 더 많고 이에 상응하여 범위(외연)가 더 좁다. (역주)

 

지각이 사물이 아님은 명증하다. [...] 작용내용(Aktinhalt)과 대상을 구별하는 것은 이제 유행이 되었다. [...]

우리로서는 현출과 현출하는 대상을 구별하고, 나아가 현출의 내용(현출의 내실적 성분)과 대상의 내용을 잠정적으로 구별하고자 한다.

[...] 내 눈 앞에 있는 지각, 그에 있어 내가 현상학적 환원을 수행하는 지각은 절대적 소여이다. 나는 (이것을 본체적으로 이루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말하자면 그것 자체를 가진다. 지각은 하나의 내재(Immanenz)’이다. 그러나 지향적 대상은 바로 하나의 초재(Transzendenz)이다. [...]

어쨌든 지각 자체에, 현상 자체에 고유한 소여는 지각되는 것 자체에 고유한 소여와 다르다. 그러니까 이 두 명증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동시에 이 [지각되는 것에 속하는] 두 번째 명증은 분명 [지각에 속하는] 첫 번째 명증의 얼개에 어떤 식으로든 속한다. 이러저러한 특징을 가지고 현시되는 하나의 대상을 몸소 현시함이 지각 자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구별 : 지각과 지각 대상. §6 지각에 대한 진술과 지각 대상에 대한 진술. 지각의 내실적 요소와 지향적 요소)

 

성층(Schichten)의 방법을 엄밀하게 수행하는 길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우리는 현상학적 환원을 수행하고, 이제 지각과 관련해서 [...] 발견하는 명증들을 차례로 서술한다. 지각의 본질에 속하는 모든 것, 우리가 지각에 내재하는 것으로 발견하는 모든 것을 분석한다. (방법론 : 현상학적 환원, 본질 직관. §7 이후 연구 방법에 대한 예비적 해명)

*성층(Shichten) : 분석 대상을 이루는 여러 층위(Schicht)들을 구분하여, 하나의 층위에서 다른 층위로 나아가며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역주)

 

감각들이 대상의 속성들과 대조되고, 체험되는 색이 대상의 색과, 체험되는 음 내용이 대상의 음과, 거칢의 감각이 대상의 거칢과 서로 대조되는 식이다. 그다음에 지각 내에서 내실적으로도 감각(Empfindung), 파악성격(Auffasungscharaketer), 믿음성격(Glaubenscharakter) 이 서로 구별된다. (구별 : 감각들과 대상의 속성들, 감각과 파악성격과 믿음성격. §7 이후 연구 방법에 대한 예비적 해명)

*파악성격(Auffassungscharaketer) : 파악성격, 작용성격(Aktcharakter), 작용성질(Aktqualität) 등의 표현은 체험(Erlebnis)의 유형들을 지칭하는데, 가령 어떤 체험은 지각함, 기억함, 슬퍼함, 판단함 등의 파악성격을 지닌다. (역주)

 

2) [...] 바로 현상에서 대상이 구성된다는 근본적 난점이 나타난다. 대상은 현상에 실제로 주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이런 대상에 대한 명증한 진술들이 가능한가?

[...] 대상은 체험들에서 구성된다. 상이한 층위들에서 (의향되는 소여이자 단계적으로 증시되는 소여로서) 이러한 구성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구성됨은 어떠한 것인가? [...] 그러니까 초재적 의향과 타당성의 가능성을 가장 순수한 내재의 구역에서 연구해야 한다.

[...] 이러한 구분에 의거하여 실로 일련의 첫 번째 자명성들을, 즉 명증들을 종합하고자 한다. 이들은 그다음에 더 높은 층위의 문제를 형성한다. 그리고 오직 단계적으로 새로운 연구의 동기를 고려하고자 한다. 명증 내부에서 언제나 초재와 결부되어 있는 커다란 난점들이 바로 이 동기이다. (문제의식 : 구성 문제 / 방법론 : 성층의 방법 §7 이후 연구 방법에 대한 예비적 해명)

*후설의 초기 연구가 (현실적 대상을 배제함을 통해 지향적 대상도 배제되어) 체험의 내실적 요소들에만 국한되었다면, (현상학적 환원의 의미가 분명해짐에 따라 지향적 대상이 현실적 대상이 아님을 발견한 후에는) 지향적 대상이라는 더 높은 층위로까지 연구가 확장될 수 있었다. 따라서 성층에 의거한 연구의 순서는 먼저 내실적 요소들의 명증의 연구, 그다음에 지향적 대상의 명증의 연구이다. (역주)

 

2장 지각 분석의 방법적 가능성

 

그것은 절대적으로 의심 불가능하고 절대적으로 주어지는 차이, 즉 내실적 소여와 단지 현출하는 비내실적 소여의 차이이다. 먼저 어떤 현행적 체험 사례를 취해서 응시해보자. 우리는 그 자체로 그러한 바대로이것을 취하고, 이것을 넘어서 초재로 이끌어가는 모든 판단을 배제한다. (방법론 : 판단중지. §8 지각이 현상학적 반성에서 절대적으로 주어짐. 지각 개념의 확장)

 

환원된 체험 지각의 본질이 믿지 않음이나 의심과 양립할 수 없음은 명증하다. [...] 체험 지각은 나아가 절대적으로 내어주는 의식이라는 성격을 지니며, 대상을 실제로 그 몸소 있음에서, 믿지 않음과 의심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가지는 의식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어떤 의미에서는 믿음까지도 배제한다. 왜냐하면 통상적 의미의 믿음은 존재를 그저 겨냥함이기 때문이다 (방법론 : 환원된 체험 지각(내적 지각, 응시, 자현하는 지각). §8 지각이 현상학적 반성에서 절대적으로 주어짐. 지각 개념의 확장)

 

자현하는 지각의 성격을 현상학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내재와 초재의 의미를 정의한다. 자현되는 것은 내재적이고, 현시되는 것은 (지각의 의미에서 몸소 있는 것, 즉 자체현시되는 것이라고 해도) 초재적이다. 자현되는 것의 부분들이나 계기들은 이 자현되는 것에 내재한다고 불리며, 나아가 양의성을 피하기 위해 내실적으로 내재한다고 불린다. [...] 그러면 [대상을 현시하는] 후자의 경우 이 현시되는 것은 원래의 자현에 내실적으로 내재하지 않고 초재한다(이것이 종종 한낱 지향적 대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구별 : 자현과 현시. §9 자현 지각과 현시 지각. 자현 지각에서의 직각과 믿음의 분리 불가능)

*자현(自現, selbstellen)하는 지각 : 내실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지각이므로 언제나 믿음 성격을 지니는 대상을 대상으로 하고 충전적이다. (역주) 언제나 믿음 성격을 지니는 대상을 대상으로한다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사견) 내재적 지각에서는 믿지 않음이 불가능하기(아니,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역주)

*현시(現示, darstellen)하는 지각 : (외부 사물과 같은) 초재적 영역에서 비충전적인 외부 대상을 지각하는 것으로서, 믿음 성격, 믿지 않음 성격, 의심 성격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역주)

*자현(selbstellen)과 자체현시(selbstdarstellen)을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자현현시와 대립하는 개념이지만, ‘자체현시현시의 일종으로 대상 자체가 현시되는 것이다. (역주)

 

자현하는 지각에서는 대상의 동일성과 지각의 동일성은 하나이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지각이면 서로 다른 대상을 가진다는 뜻이다.

현시 지각은 다르다. 즉 여기에서는 두 개의 지각이 동일한 대상을 가진다고 해서 이들이 본질에 있어 같은 지각인 것은 아니며, 하물며 [수적으로] 하나의 자기동일적 지각인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러니까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지각들이 그들의 본질에 의거하여, 하나의 동일한 대상에 관계할 수 있다. (구별 : 자현과 현시. §10 현시하는 지각에서의 동일성 의식과 차이의식)

*가령 외부지각에서는 하나의 대상을 여러 번 지각할 수 있으나, 내적 지각에서는 그럴 수 없다. (역주)

*하나의 동일한 대상을 지각하는 여러 현시 지각은 지향적 대상은 동일하지만, (지향적 대상을 현시하는) 내실적 내용들은 상이하다. 그런데 (어떤 현시 지각의 지향적 대상과 내실적 내용들의 총체가 바로 이 지각의 지향적 본질이므로) 이처럼 내실적 내용들이 상이한 여러 지각은 그 지향적 본질도 상이하다. (“본질에 있어 같은 지각이 아니다.”) (역주)

*즉 그들의 본질 중 (내실적 내용들은 다르지만) 지향적 대상이 동일하므로, 하나의 동일한 대상에 관계한다. (역주)

 

자현에 있어서, 그것도 독특한 본질로서 고찰한다면, 각 지각은 말하자면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 각 지각은 [독특한] 본질에 있어서 서로 다른 지각이고, 또 다른 지각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느 정도 명증하게, 이들이 동일한 집을 현시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그런가? 우리는 이 지각들의 본질에서, 이들을 결합하는 어떤 것을, 혹은 어떤 결합을 허용하고 요청하는 어떤 것을 발견한다. 이 결합은 동일성 결합이다. 동일성 결합은 다음에서 순수하게 표현된다. 서로 다른 지각들이 동일한 것을 의향하고 동일한 것을 현시한다. 동일성 의식이라는, 자현에서 주어지는 이 이채로운 현상은 지각과 지각을 서로 연결시킨다. [...] 이 의식은 어떤 대상성에 관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지각되는 것과 저기에서 지각되는 것의 동일성에 관계하는 것이다.

[...] 이때 우리는 동일성 의식이 임의의 두 현상이나 임의의 두 지각을 함께 묶을 수 있는 노끈이 아님을 알아차리고, 이런 묶음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이 현상들의 본지에 달려 있음을 즉시 알아차린다. [...] 여러 지각이 동일 대상을 명증하게 의향함이 뜻하는 바는, 이들이 그 본질에 있어 동일성 의식의 통일에 어울리며, 이러한 통일화 가능성이 이들의 본질에 선험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여기에서 지금 우리가 문제삼는 순수하게 본체적인 고찰에 따르면, 그러한 두 독특한 지각 본체들은 이들을 포괄하는 동일성 의식의 본체를 순수한 직관 안에서 정초한다. (지각의 본질 : 동일성 의식에 의한 통일화(동일성 결합) 가능성. §10 현시하는 지각에서의 동일성 의식과 차이의식)

 

동일성을 겨냥함 혹은 동일성을 초기정립함은 지각 1과 지각 1`을 하나로 붙들지만, 이제 이러한 동일성에의 지향은 이처럼 개관할 때 주어지는 지각 1 및 지각 1`과 충돌한다.

[...] 달리 말해, ‘동일성(그와 함께 주어지는) 지각 1 및 지각 1`충돌은 그 본질 때문에 일어난다. 또 달리 말하면, 지각 1의 본질과 지각 1`의 본질은 차이의식의 본질에서 통일된다. (지각의 본질 : 차이 의식에 의한 통일화 가능성. §10 현시하는 지각에서의 동일성 의식과 차이의식)

 

어떤 대상성에의 관계는 지각의 본질적 고유성이다. 이것이 지각으로 하여금, 동일성 의식을 정초하고 바로 이와 더불어 차이의식을 배제하는 데 어울리게 하기도 하고, 또한 차이의식을 정초하고 이와 더불어 동일성 의식을 배제하는 데 어울리게 하기도 한다. (이러저러한 특성을 지닌, 현실적이거나 가능한) 다른 지각들과 동일성 연결을 맺을 이념적 가능성은, (각 자현이 증시하는 대로의) 각 지각의 본질에 토대를 두고 있다. (지각의 본질 : 대상성에의 관계. §11 난점의 해소 지각의 지향적 구성부분들까지 자현 방식으로 주어짐)

 

어떤 자현은 전체를 절대적 존재로 드러내고, 어떤 자현은 부분을 두드러지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국부적 동일화를 거쳐야 비로소 전체의 부분이 된다. 국부적 동일화에 의해 어떤 대상과 다른 대상은 국부적 합치를 이룬다. 즉 우리가 부분과 전체라는 말로 지칭하는 방식으로 합치를 이룬다. 이런 표현들[부분과 전체]의 차이는 이미, 이런 동일성 의식에서 연결되는 [부분과 전체의] 표상들이 서로 바뀔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총체적 동일화도 [국부적 동일화와] 같은 형식인 동일한 것이라는 의식에서 존재하지만) 총체적 동일화의 경우와는 다른 점이다.

[...] 국부적 동일화도 의식의 근본 형식 중 하나이다. 이것은 합치의식이기는 하지만, 이 합치의식에서는 합치하지 않는 나머지가 부각될 수 있다. (구별 : 총체적 동일화와 국부적 동일화 §12 현시하는 지각에서의 부분과 전체의 관계. 국부적 동일화와 총체적 동일화)

*AB의 총체적 동일화에서는 양자가 서로 바뀌어도 무방하다. AB와 동일하고 BA와 동일하다. (역주)

*전체 중에서 국부적 동일화되는 부분(A)이 아닌 다른 부분이, (전체와 부분 A가 합치되는) 국부적 동일화의 나머지이다. (역주)

 

좁은 의미의 부분은 이에 병렬하는 부분들에 의해서 바로 보충[ergänszen, 전체화]되며, 전체는 부분들로 조합(zusammensetzen)’된다. 전체의 지절(Glied)이나 단편이 이러한 엄밀하고 좁은 의미에서 부분들이다. 다른 한편, 속성이라는 내적 특성(Merkmal)은 전체를 자신의 주어이자 담지자로 가지되, 규정과 술어의 방식으로 그러하다.

[...] 넓은 의미의 성질에 포괄되는 외적 특성들은 더더욱 그렇지 않다. 이 외적 특성들은 주어에 귀속되고 주어는 이들을 가지지만, 이들은 주어에 순수하게 속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외적 특성들은 어떤 다른 것과의 관계에서만 이 주어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즉 오로지 또 다른 대상을 포괄(umfassen)’하는 통일성 의식에서만 이 주어에 귀속되는 것으로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별 : 부분과 내적 특성과 외적 특성. §12 현시하는 지각에서의 부분과 전체의 관계. 국부적 동일화와 총체적 동일화)

*단편(Stück)은 구체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부분(Teil)을 뜻한다. 이에 비해 계기(Moment)는 구체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부분을 뜻한다. 속성(Eigenschaft)은 계기에 포함된다. (역주)

 

애초부터 우리는 통일성을 부여하는 작용들의 연구로, 즉 동일화 및 차이화로, 그리고 이들의 다양한 구분과 이와 유관한 형태들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 그러니까 우리는 사물 대상의 소여 자체에 속하는 동일화와 차이화만 연구할 뿐, 표현하는 진술에 속하는 동일화와 차이화는 연구하지 않는다. (연구 지대의 획정 : 사물 대상의 소여 자체에 속하는 통일성 부여(동일화와 차이화). §12 현시하는 지각에서의 부분과 전체의 관계. 국부적 동일화와 총체적 동일화)

 

[...] 이러한 [의식이라는] 대상성은 어떤 특전을 지니는데, 이 특전에 기초하여 의식과 좁은 의미의 대상을 근본적 방식으로 대조하는 것이다. 의식이라고 불리는 광의의 대상성들이 말하자면 모든 초재하는 대상성들의 근본토대이고 담지자이기 때문이다. 사물은 의식에서 구성된다. 사물과 이것의 현실적 존재에 의미를 증여하는 것은, 특정 종류의 의식 연관들에서 본질 법칙에 따라 드러나는 어떤 지향성(Intentionalität), 혹은 이 연관들에 본질적으로 고유한 어떤 지향성이다. [...] 그것[의식]단순하고 직관된다. 세계는 말하자면 의식에 의해 담지된다. 그러나 의식 자체는 그런 담지자가 필요 없다. [...] 사물은 오로지 지향 연관들 덕분에 그렇게 존재하는데, 이 지향의 유형과 형식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해야 한다. (의식의 본질 : 초재의 근본토재이자 담지자, 단순하게 직관됨. §13 오해에 대한 반박 증여하는 의식의 분절은 대상의 분절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