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현상학 일차문헌

[후설] 『사물과 공간』 2부 "불변하는 외부지각의 분석" - 주요 인용

현담 2023. 8. 20. 14:59

3장 지각 상관성의 요소들

 

외부지각의 내용그 대상의 내용과 비교하면, 감각되는 색과 지각되는 색(지각되는 집의 색), 감각되는 거칢과 지각되는 거칢이 서로 구별되고, [한편] 감각되는 연장, 감각되는 형태 계기 내지 형식 계기와 [다른 한편] 지각되는 공간적 연장, 공간적 크기와 형상이 서로 구별된다. 후자[공간적 연장, 크기, 형상]대상의 감성적 질(sinnliche Qualität)’로 이러저러하게 채워지고 덮여 있으며, 이러저러하게 잘리고 나눠져 있다. 이에 비해 감각되는 빨강은 지각 자체의 내실적 계기이다. (구별 : 외부지각의 내용과 지각대상의 내용. §14 감각내용과 사물의 질)

 

지각은 빨강 계기를 포함하지만, 그 자체가 빨갛지는 않다. 빨강은 지각의 속성이나 특성이 아니라, 지각 대상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각을 사물이라고 부를 수 없음은 명증하다. 마찬가지로 지각은 연장 계기도 포함하지만, 지각이 연장된다고 말하는 것은 근본적 오류이다 이 [연장이라는] 단어는 사물과 관련된 의미를, 어떤 공간적 양상이라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공간은 사물성의 필연적 형식이지만, 체험의 형식, 정확히 말하면 감성적체험의 형식은 아니다. [공간이] 직관의 형식이라는 표현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고, 칸트에 있어서도 불운하게 그릇된 견해를 포함했다. (사물성의 필연적 형식으로서 공간 / 구별 : 사물성의 형식과 직관의 형식 / 칸트 비판. §14 감각내용과 사물의 질)

 

우리는 한편으로 이렇게 말한다. 보이는 색채(물론 본래적으로현출하는 앞면에서) 균질하다.

그러나 지각의 내재적 내용에 주목하면, 노랑의 연속적 음영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때 다음과 같은 필연적 연관이 존재함은 분명하다. 균질한 색채를 지닌 공이 현시되려면 이러한 음영이 감각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도 지적해야 한다. 대상 규정의 동일성은 (본래적 지각 구역에서) 감각내용들의 교체나 연속적 변화와 양립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는 여러 규정에 있어서는 필연적으로 요청되기까지 한다. 공이 가까워지거나 멀어질 때 우리는 연속적으로 계속 새로운 지각들을 가진다. 이러한 다양한 지각들이 의식에서 (이것은 동일한 공이며, 그 연장과 형식이 변하지 않는다는) 통일성을 얻으려면, 감각에서의 연장 계기가 지속적으로 변화함이 요청된다. (외부지각의 내용과 지각대상의 내용의 관계. §14 감각내용과 사물의 질)

*음영(陰影, Abschattung) : 하나의 대상이 다양한 관점(음영)들 아래에서 동일자로 현출함을 가리키기 위한 용어이다. 가령 외부대상에 대한 지각에서, 대상의 한 면(앞면)은 의식에 직접 나타나고 다른 면들(뒷면, 옆면)은 가리어지지만, 우리가 이 대상 주위를 돌아가며 이 대상을 본다면 이번에는 다른 면이 나타난다. 이처럼 대상은 다양한 음영들에서 하나의 음영지는 것(Abgeschattetes)’으로 나타난다. (역주)

*대상의 한 면만, 그중에서도 특정한 특성들만 (본래적으로) 보이는데, 이 본래적 지각에 대해서는 감각내용들이 대응한다. 이때 지각 대상의 성질은 균질해도, 대상의 이 성질을 현시하는 감각내용들은 (엄밀하게 말해) 균질하지 않을 수 있다. 나아가, 대상은 음영지는 것으로만, 즉 다양한 음영들에서 하나의

동일자로만 나타날 수 있다. (역주)

*가까워짐(Annährung) : ‘주체와 사물의 거리가 줄어듦을 뜻하므로 가까워짐이나 접근으로 옮긴다. (역주)

*멀어짐(Entfernung) : 이 저작에서 Entfernung은 여러 뜻을 가진다. 1) ‘주체와 사물의 거리(중립적인 정적 상태)’를 뜻할 때는 원근이나 거리로 옮긴다. 2) ‘주체와 사물의 거리가 멂(가까움과 대비되는 정적 상태)’을 뜻할 때는 으로 옮긴다. (이 저작에서 이 용례는 드물다.) 3) ‘사물 간의 거리가 변화함(중립적인 동적 변화)’을 뜻할 떄는 원근변화거리변화로 옮긴다. (이는 멀어짐과 가까워짐을 포괄한다.) 4) ‘사물 간의 거리가 멀어짐(가까워짐과 대비되는 동적 변화)’을 뜻할 때는 이격이나 멀어짐으로 옮긴다. (역주)

*공의 가까워짐(접근)이나 멀어짐(이격)에 상응하여 감각에서의 연장 계기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 다양한 감각들이 동일 사물을 현시한다는 의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가령 공이 가까워지는데도 커지지 않는다면, 이 지각들이 같은 공에 대한 지각들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공이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면서 커지거나 작아지더라도,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이 다양한 감각들이 동일 사물[이 공]을 현시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공의 크기 자체는 객관적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지각한다. (역주)

 

그러니까 객관적 특성의 동일성은 이에 상응하는 감각의 동일성을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감각은 특성의 사본이 아니다 그러니까 지각 안에 대상의 이미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 이미지 이론에는 여러 면에서 모순들이 있다. (구별 : 객관적 특성의 동일성과 감각의 동일성 / 이미지 이론(표상주의) 비판. §14 감각내용과 사물의 질)

 

[...] 우리의 시선은 감각 복합체를 넘어 지각에서 내실적으로 발견되는 저 여분을 향한다. 이 여분이 되는 것에 매우 긴밀하게 뒤섞여 비로소 지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각내용들 자체는 아직 지각이라는 성격을 전혀 포함하지 않으며, 어떤 지각 대상으로의 향함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다. 이들은 아직 사물 대상이 몸소 있도록 하는 그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잉여를 파악성격이라고 부르면서, 감각내용들이 이러한 파악을 겪는다고 말한다. 그 자체로는 마치 죽은 소재와 같은 감각내용들이 파악에 의해 의미를 얻으며, 이 의미가 [감각내용들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이러한 감각내용들에 의해 하나의 대상이 현시되는 것이다. (방법론 : 감각내용-파악작용 도식 / 후설 비판의 가능성 - 감각내용의 비지향적 성격. §15 현시내용과 파악(직각))

 

[...] 분명 외부지각에서 현시내용들은 이들에게 고유한 내적 성격에 의해 두드러진다. 즉 이 내용들은 색이나 음 등 매우 다양한 유에 속할 수 있지만, 이들 간의 차이가 아무리 크더라도 모두 하나의 사물지각을 위해 현시하는 것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하며 [따라서] 하나의 내적 친연성을 지니는 것이다. 이들은 하나의 최구 유 아래, 본질적으로 통일적인 참된 유 아래 있으며, 이 유로도 감각 개념을 정의할 수 있다.

[...] [물리적 현상과 심리적 현상 양쪽을 다 가리키는] 현상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이 유를 절대적으로 물리적인 자료라는 유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절대적 소여들이라는 전체 구역 안에서, 정확히는 내실적 소여라는 전체 구역 안에서, 물리적 사물성을 현시하는 내용들로 기능할 수 있는 소여들이 구획된다. [...] 여기에서 의식이라는 모호한 명칭이 포함하는 것[파악, 의향, 믿음, 의심 등] 자체도 파악을 겪을 수 있는지, 그래서 본질적으로 새로운 집합의 초재, 즉 심리적 초재를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후에 고찰해야 할 것이다. 만일 그것이 맞는다면, 우리는 물리적 감각들과 심리적 감각들을 구별하여 이야기해야 하며, 이 구별은 외감과 내감이라는 애매한 표현에 적어도 어느 정도는 상응할 것이다. (외부지각에서 감각내용의 본질 / 구별 : 물리적 현상과 심리적 현상, 물리적 감각과 심리적 감각. 외감과 내감. / 추가 연구 가능성 내감 개념. §15 현시내용과 파악(직각))

*파악은 외부지각을 위한 감각내용(‘물리적 감각’)으로 기능할 수는 없으나, 우리가 이 파악 자체에 다시 반성적 시선을 향한다면, 물론 이 반성이나 내부지각을 위한 어떤 토대로 기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때 이 파악이 (감각내용이 외부지각을 위한 토대로서 기능할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파악(반성의 파악)을 겪고 이를 통해 어떤 (심리적) 초재를 구성할 수 있는 일종의 감각내용’(‘심리적 감각’)으로 간주될 수 있을지, 그래서 (‘외감에 평행하게) ‘내감이라는 용어가 유의미할지는 하나의 난제로서 여기에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고 있다. (역주)

 

물리적 자료는 보통 생기부여하는 파악과 결합되어 있다. 이들을 자현의 대상으로 삼을 때, 물리적 자료와 파악의 통일체 전체를, 즉 직각 전체를 대상으로 취할 수도 있다. 아니면 파악은 도외시(absehen)하고 물리적인 것만 응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추상(Abstraktion)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즉 가령 음 높이 등을 추상한 음 세기처럼, 분리 불가능한 계기를 특수주목(Sonderbeachtung)하는 추상은 아닌 것이다. 어떤 물리적 자료가 반드시 파악을 요청한다고, 그러니까 반드시 현시내용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따라서 양자가 전체를 이루는 분리 불가능한 계기들이라고] 선험적으로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구별 : 도외시와 파악 / 추가 연구 가능성 초월론적 현상학적 환원의 가능성. 명상의 가능성. §15 현시내용과 파악(직각))

 

전체지각은 물리적 내용과 (물리적 내용에 대한) 파악을 내재적으로 포함하는데, 물리적 내용은 이러한 전체지각이 이것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체험됨(erlebt)’이라는 말은 (심지어 파악에 있어서도) 이것이 어떤 내실적으로 내재하는 지각의 대상임을, 즉 자현의 대상임을 뜻하지 않는다. 체험됨은 알려짐의 어떤 의미를 취하더라도, 그 자체가 곧바로 의식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후설 비판의 가능성 - 감각내용의 애매성 : 알려지지만 의식은 아닌 것. §15 현시내용과 파악(직각))

 

그렇지만 앞서 암시한 구별, 즉 본래적으로(eigentlich) 지각되는 것, 곧 정확히는 본래적으로 직각되는 것과 비본래적으로(uneigentlich) 직각되는 것의 구별을 본다면, 현출의 좁은 개념[본래적 지각에서의 현출]이 즉시 두드러진다. 우리는 집을 본다고 말하지만, 본래적으로는 그 앞면만 보는 것이다. 대상의 특정 규정들, 즉 바로 앞면이라는 명칭 아래 포괄되는 규정들만 본래적으로 지각된다.

[...] 본래적 현출의 상관자는 본래적 의미에서 지각되는 대상면, 현실적으로 현시되는 대상면이다. 비본래적 현출은 본래적 현출에 덧붙은 부록으로서, 이것의 상관자는 대상에서 [본래적으로 현출되는 것을 뺀] 나머지이다. 비본래적 현출은 그것의 대상성을 어떤 식으로든 의식하게 하지만, 대상성을 현실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돌아앉은 중의 어느 한 계기에 주목한다면, 이렇게 따로 취한 이 계기를 눈앞에 가진다거나 본다거나 지각한다고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현시되는 것만 보이고 직관적으로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래적 현출과 비본래적 현출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넓은 의미의 현출에서 하나가 된다. (구별 : 좁은 의미의 현출과 넓은 의미의 현출 / 구별 : 본래적 현출과 비본래적 현출. §16 현상으로서의 파악 대상. 본래적 현상)

 

우리는 또 다른 특유한 점들을 깨닫는다. 하나의 지각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불완전할 수 있다. 대상의 [앞면 중에서도] 한 단편만 지각하면서도, 전체적이고 완전한 대상을 포착한다고 상정하는 것이다. [...] 지각의 일면성이란 지각에는 사물의 한 면만 본래적으로 현시된다는 것이고 사물은 현출의 양각을 매개로만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각의] 근본적 불완전함이다. 이는 우리가 물리적 사물의 지각이나 외부지각이라는 명칭으로 포괄하는 지각 자체의 본질이다. (지각의 본질 : 지각의 일면성(근본적 불완전함). §16 현상으로서의 파악 대상. 본래적 현상)

 

그러나 어떤 보충하는 면(또 다른 비독립적 규정들의 연관)들이 파악에서 항상 구성되어야 함은 필연적이다. 그래야 현출하는 면에서 애당초 하나의 대상이 현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개별 외부지각이 지닌 본질적 비충전성은 이 [일면성] 때문이다. 이런 지각은 공간사물에 대한 지각이며 그 자체로 일면적일 수밖에 없다. 삼차원적 직관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사물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과 계기에서, 외부와 내부에서, 앞면과 뒷면에서 사물의 온전한 내용을 단번에 현시하는 본래적 직관인 삼차원 직관은 불가능하다. (지각의 본질 : 보충하는 면의 구성의 필연성, 본질적 비충전성, 삼차원적 직관의 불가능성. §16 현상으로서의 파악 대상. 본래적 현상)

 

[삼차원] 공간직관은 비본래적 직관일 수밖에 없다. [...] 이는 적어도 우리에게 현상학적으로 주어진 현시매체 및 현시형태와 관련해서는 옳은 것이다. 즉 현상학적 직관에서 발견되며 외부지각이라는 우리의 관념을 한정하는, 그러한 물리적 내용들과 물리적 파악형식들의 종별적 본질에 있어서는 옳다. [그러나] (현시하는 지각의 감각 토대인) 물리적 내용들이 필연적으로 일면적인 사물지각만을 정초할 수 있음이 물리적 내용 일반의 본질이라고 과감히 주장할 수는 없다. (지각의 본질 : 삼차원 공간직관의 필연적 비본래성 / 구별 : 우리에게 주어지는 물리적 내용들과 가능한 다른 주체에게 주어지는 물리적 내용들 §16 현상으로서의 파악 대상. 본래적 현상)

 

그러니까 이러한 [감각자료와 대상 규정의] 유사성 관계가 기본적으로 뜻하는 바는, 물리적 자료의 어떤 종류들과 이에 상응하는 대상 규정의 종류들이 그 본질에 있어서 서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즉 음이라는 종류에 속하는 물리적 자료는 색이라는 종류의 대상 특성을 현시할 수 없고, 색이라는 물리적 자료는 온도라는 종류의 대상 특성을 현시할 수 없다는 등이다. 이처럼 서로 공속하는 종류들은 현시 기능에 있어 본질적으로 상호 연관되며,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감각자료와 대상 규정의 관계 : 현시 기능에 있어 본질적으로 상호 연관 / 추가 연구 가능성 - 공감각 문제. §17 감성적 자료의 특정 유들과 대상 규정의 특정 유들 사이의 본질적 공속)

 

상상현출이 사물을 현출시키는 것도 사물을 현시함에 의해서, 그것도 (지각현출과 똑같이) 반드시 일면적으로 현시함에 의해서 이루어질 뿐이다.

이제 지각되는 사물에서 (사물의 내면이나 뒷면 등) 비본래적으로 현출하는 계기들을 상상 현시가 드러낸다고 보아도 좋을까? [...] [우리가 어떤 사물을 상상한다면] 상상현출이 사물을 현시할 때, 앞면은 본래적으로 현시하고 뒷면은 비본래적으로 현시한다. 그렇다면 이 뒷면은 어떻게 현시되는 것인가? 또다시 [상상 속의] 상상을 통해서 현시한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면 [앞면과 뒷면 모두 상상에서 현시되므로] 차이는 사라질 것이다. (비본래적 현출은 상상 현출이 아님. §18 비본래적으로 현출하는 규정들의 소여방식)

 

직각은 찬 지향(파악 빛살)과 빈 지향(파악 빛살)의 복합체이다. 찬 지향 혹은 찬 파악은 본래적으로 현시하며, 빈 지향은 바로 어떤 현시 재료도 없이 비어 있다. (구별 : 찬 지향과 빈 지향. §18 비본래적으로 현출하는 규정들의 소여방식)

*빛살(Strahl) : 지향성이 주체로부터 대상으로 나가는 선을 뜻하는 Strahl빛살, 이들의 통일체를 뜻하는 Strahlenbündel빛다발로 옮긴다. (역주)

 

이제 우리는 방금 이야기한, 지각 내부에서의 찬 파악과 빈 파악의 구별에 또 하나의 구별을 덧붙인다. 그것은 규정적 파악과 미규정적 파악이라는 구별이다. [...]

투명한 공기 중에서 햇빛을 받고 있는 집을 내가 보고 있다면, 나를 향해 있는 면의 색은 내게 규정적으로 현출한다. 이 집을 어둠이나 안개 속에서 본다면, 이 색은 어느 정도 미규정적으로 현출한다. [...] 미규정은 파악에 내재한 성격이다. [...] 미규정은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범위가 있는 미규정이다. 내가 뒷면의 모양이 어떤지 정확히 모르더라도, 이 모양은 하나의 모양이고 이 물체는 하나의 물체이다. 색채, 거칢과 매끄러움, 따뜻함과 차가움에 있어서 이 사물이 어떤지 모르더라도, 이 사물이 어떤 색채와 표면 규정 등을 가진다는 것은 사물 파악의 의미에 속한다. [...] 미규정성의 본질에는 규정가능성이, 즉 공간형상, 색채 등과 같이 고정적 범위를 지닌 일반적 구역 내부에서의 규정가능성이 속한다. [...] 여기에서 [이후의] 규정적 색 파악은 [이전의] 미규정적 색 파악과 함치 통일체를 이루는데, 이 미규정적 색 파악의 대상성은 이를 통해 규정을 얻는 것이다. (구별 : 규정적 파악과 미규정적 파악. / 지각(파악)의 본질 : 미규정성. §18 비본래적으로 현출하는 규정들의 소여방식)

 

4장 현출하는 것의 시간적 연장과 공간적 연장의 구성

 

[...] 우리 분석 자체가 완전한 분석이 아니었음을 명심한다. 우리는 시간적 연장이라는 계기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 계기를 고찰의 범위 안으로 끌어들이면, 모든 지각의 본질에 일종의 지각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지각의 본질에는 어떤 연장이 속한다. [...] 시간이라는 단어가 대상적 시간이라는 의미에서 이해된다면, 우리는 이런 [현상학적 자료로서의] 연장을 시간적 연장이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현상적 시간성과 대비하여, 선현상적 시간성이나 초월론적 시간성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에 비해 현상적 시간성은 대상성에 덧붙는 것으로 해석되는 시간성이며, 사물 파악에 의해서 사물의 시간으로 구성되는 시간성이다.

그러니까 각 사물지각은 선현상적 전체인데, 이는 선현상적 시간성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여러 지각들로 나뉠 수 있다. 즉 지각은 지각들로 분할될 수 있다. 한 사물에 대한 지각은 단절되지 않은 통일체이지만, 지각 단편들의 연속적 통일체이자 지각 위상들의 연속적 통일체이다. (구별 : 현상적 시간성과 선현상적 시간성 / 지각의 본질 : 선현상적 전체. §19 현출의 시간적 연장. 선경험적(선현상적) 시간성)

 

사물은 어떤 시간을 가로질러 신장하며, 자신의 내용적 존재(inhaltliches Sein)으로 이러저러한 시간구간을 채운다. 그러니까 시간은 (채워진) 형식인데, 이때 채우는 것은 우리가 방금 사물의 내용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러나 지각에서 사물이 한갓된 사물내용으로 현출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한낱 추상임은 명증하다. 오히려 사물은 시간적으로 이러저러하게 펼쳐진 사물로, 시간을 이러저러하게 채우는 사물로 현출한다. 사물은 (완전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시간적으로 늘어난 사물이고, 어떤 시간을 사물내용으로 채우는 구체화이다. 사물내용은 선현상적 현출 연장의 각 위상에서 현상학적으로 구성된다. (사물의 본질 : 시간을 사물내용으로 채우는 구체화. §19 현출의 시간적 연장. 선경험적(선현상적) 시간성)

 

이러한 [직관 형식 또는 지각 형식이라는] 표현은 오로지 지각현출 자체의 내재적 연장에 들어맞는다. 우리에게는 직관이라는 말이 직관되는 것을 뜻하거나, 지각이라는 말이 지각되는 것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형식은 형식이 주어지는 것에 통일성을, 그것도 질서정연한 통일성을 준다. 따라서 시간적 지각 형식은 모든 위상에서의 감각내용과 파악위상에 하나의 통일성을, 그것도 연속적 계열들로 이루어진 통일성을 준다. (비판적 의문 - 공간적 지각 형식은 없는가? §19 현출의 시간적 연장. 선경험적(선현상적) 시간성)

 

무엇이 지금막 지나간사이의 경이로운 차이를, 늘 새롭게 산출되는 지금과 늘 새롭게 과거로 가라앉는 지금의 영원한 드라마를 이해하게 만드는가? 이때 모든 지금과 모든 과거는 영원한 운동에 사로잡혀 있고, 그것은 계속 점점 더 뒤로 가라앉으며, 과거로부터 더 먼 과거로 가라앉는다. 그리하여 시간은 모든 시간적인 것을 과거의 심연으로 추락시키는 영원한 흐름으로 현출하면서도, 다른 한편 영원하게 응고된 형식이기도 하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자신의 시간 위치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과거 사건들의 시간위치 자체는 신조차 변경할 수 없다.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 프롤로그. §19 현출의 시간적 연장. 선경험적(선현상적) 시간성)

*시간위상에서는 상이한 계기들, 즉 시간점과 (비시간적) 내용(‘시간채움’)이 함께 구성된다. 한편 한 번 구성된 이 시간점(혹은 시간위치)은 과거로 밀려가더라도(과거라는 위상에서 현출하더라도) 불변하는 개체성을 지닌다. 이 시간점의 개체성이 곧 객관적 시간성을 구성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역주)

 

시간적 연장은 공간적 연장의 자매이다. [...] 시간성과 같이 공간성도 현출하는 사물성의 본질에 속한다. 현출하는 사물은 불변하든 변화하든 간에, 지속한다. 이 사물은 하나의 시간을 채우고, 또한 하나의 공간을, 자신의 공간을 채운다. (사물성의 본질 : 시간성과 공간성. §20 현출의 공간적 연장. 일차질료와 이차질료)

 

우리는 우선 공간형식과 질료를 대비했다.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몸체형상(Körpergestalt)과 이 형상의 (, 꼭짓점, 모서리 등의) 규정들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공간을 덮고 채우는 질(Qualität)들이 있다. 면 위에서 신장하고 모서리들에서 끊기는 색채가 그것이고, 매끄러움, 거칢, 끈적끈적함 같은 촉각 규정과 온도 규정 등이 그것이다. (구별 : 공간형식과 질료(공간채움) §20 현출의 공간적 연장. 일차질료와 이차질료)

 

[...] 물체의 신장은 어떤 규정들에 의해서는 일차적이고 본래적 의미에서 질료화되는데, 이 규정들의 복합이 일차질료(materia prima)이다. 이에 의해 이미 온전한 사물적 대상이 구성된다. 이에 의해 이미 우리는 공간을 채우는 통일체를 가진다. 그러나 이제 여기에 덧붙여서 또 다른 규정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대상에 수반하는 규정들로서 어떤 의미에서는 이차질료(materia secunda)를 이룬다.

[...] 질료화하는 규정과 한낱 수반하는 규정이라고 표현할 것이다. 질료화하는 규정은 공간형식의 일차질료로서 공간형식을 채우고, 근본적 의미에서 구체적 사물을 형성한다. [...] 구체적 사물은 이미 구성된 다음에 (소리, 소음, 냄새, 심지어 무게나 여타 경험적 특징들 같은) 수반 규정들을, 고유하고 원초적인 감각내용으로 환원되지 않는 수반 규정들을 취할 수 있다. 사물에서 덧보이는우연적 활동’, 상태, 능동과 피동의 특징은, 이미 다른 식으로 현출에서 구성된 사물을 전제해야만 바로 이 사물에서 덧보일 수 있다. (구별 : 일차질료(질료화하는 규정)과 이차질료(한낱 수반하는 규정). / 후설 비판의 가능성 - “이미 온전한 사물적 대상이 구성된다.” 지금 단계에서는 온전한 사물적 대상이 구성되지 않음. §20 현출의 공간적 연장. 일차질료와 이차질료)

*덧보이다(angesehen) : ansehen덧보다, angesehen werden덧보이다로 옮긴다. 원래 한국어에서 덧보이다보이는 것 위에 겹쳐 보이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는 보이는 것’, 즉 질료화 규정들 위에 겹쳐 보이는 수반 규정들의 지각을 지칭하기 위해 이 용어를 차용한다. (이는 이후에는, 시각 규정과 촉각 규정이라는 질료화 규정들 중에서 하나의 규정이 결여되더라도 비본래적으로 현출되는 것, 가령 촉각적 규정들을 눈으로 보는 듯하는 지각도 의미한다.) (역주)

 

청각적 규정들은 어떤가? 이들은 지각에서 대상과 관계하며 그 의미에 있어 이 대상에 속하지만, 대상을, 즉 이 대상의 공간을 일차적이고 본래적 의미에서 채우지는 않는다. [...] 하나의 대상이 현상적으로 이미 있어야, 음이 이 동일 대상에 관계할 수 있다. 여기에는 어떤 매개성(Mittelbarkeit)이 표현되고 있다.

[...]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음이라는 질이 채우는 공간은 (듣기에서나 지각 일반에서나) 지각되지 않고 지각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 음의 덮음이나 여타 음의 채움은 어디에서도 현출하지 않는다. 음이 퍼진다거나 공간을 채운다고 말하는 것은 비유일 뿐이다. (이차질료로서 청각적 규정. §20 현출의 공간적 연장. 일차질료와 이차질료)

 

색 자료들은 여기저기 흩어진 채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라, 견고한 통일성과 견고한 형식을, 즉 선현상적 공간성의 형식을 가진다. 이 감각자료들이 본래적으로 공간을 채우는 질을 현시하는 내용이라면 모두 그렇다. 여기에서도 선현상적으로 충족된 신장이 분할됨에는 객관적으로 채워진 신장이 분할됨이, 사물이 공간적으로 분할됨이 상응한다. (구별 : 선현상적 공간성과 객관적 공간성. §21 사물 질 및 현시내용의 공간적 확장)

 

질료화하는 규정들은 공간을 연속적으로 충족할 수도 있고 이산적으로 충족할 수도 있다. [...] 예를 들어 공의 현출이 균질하게 노란 공의 현출이라고 전제한다면, 선경험적 색은 특수한 질이라는 견지에서 도약과 불연속 없이 연속적으로 음영진다. 이에 비해 공이 (서로 다른 색들로, 서로 꽤 상이한 색들로 채워지는) 여러 장으로 나뉜다면, 우리는 이 공의 현출에는 불연속성의 선인 현상적 경계선들을 발견한다. (구별 : 연속적 충족과 이산적 충족. §21 사물 질 및 현시내용의 공간적 확장)

 

이때 두 가지 연속성을 구별해야 한다.

1) 공간적 연장 자체에 속하는 연속성. [...] 우리는 [이 연속적 공간적 연장에서는] 점에서 점으로, 선에서 선으로 넘어간다.

2) [공간적 연장을] 충족하는 규정들 자체의 연속성. 예를 들어 가령 빨간색이 심홍색을 거쳐서 보라색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질이 질로 흘러 넘어감.

[...] 공간적 연장의 연속성 또는 대상적 연장의 연속성은 도약과 틈을 허용하지 않는 한결같은 연속성인 반면, 채움의 연속성은 비연속성에 의해 단절될 수 있는 연속성이다. (구별 : 공간적(공간형식의) 연장의 연속성과 [공간]채움(질료)의 연속성. §21 사물 질 및 현시내용의 공간적 확장)

 

그러나 우리는 [일차적으로 질료화하는] 근본채움에 제한하여 논의하도록 하자. 그러니까 이러한 규정은 모두 그 규정이 속한 종류 덕분에 그 자체로 연장되고 따라서 연속한다. 이러한 규정은 그 자체로 신장되고, 사물이 분할되면 분할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하나의 사물에서] 색채 연장과 거칢 내지 매끄러움의 연장(나아가 촉각적 질료 일반의 연장)은 동일한 [사물의] 연장이다. 다양한 종류의 질료화 규정들의 통일성은 몸체의 동일한 통일성에, 곧 사물 공간의 동일한 통일성에 토대를 둔다. 이 몸체는 색과 촉각 규정으로 충족되는 것이다. (근본채움으로서(일차질료로서) (시각 규정)과 촉각 규정. §22 본래적 소여와 비본래적 소여에 있어서의 공간채움의 상이한 의미. 현출의 시각적 요소와 촉각적 요소)

 

우리가 만지지 않는다면, (불변하는 지각을 얻기 위하여) 가령 손을 종이 위에 가만히 올려놓아 두꺼움 감각, 저항 감각, 매끄러움 감각 등을 얻지 않는다면, 이 지각은 단순한 시각적 지각이다. (비판적 의문 촉각에 속하는 두꺼움 감각, 저항 감각, 매끄러움 감각은 하나로 묶기엔 뭔가 서로 이질적임. 만지는 양상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등장하는 감각들인가? 그런데 두꺼움 감각은 정확하게 어떤 감각인지 모르겠음. §22 본래적 소여와 비본래적 소여에 있어서의 공간채움의 상이한 의미. 현출의 시각적 요소와 촉각적 요소)

 

그러니까 우리는 혼합된 채움을 가지지만, 본래적으로 현출하는 동일 평면 부분들에는 언제나 한 종류의 채움만 속한다. 이 현출하는 평면은 객관적으로 단 하나인데, 국부적으로는 [보이는 부분에서는] 시각적으로 덮이고 국부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는] 촉각적으로 덮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종류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이 채움들은 뒤섞여서 단 하나의 일차질료로 융합한다. 이는 이들이 서로에게 연속적으로, 즉 공간적으로 연속적으로 나란히 접합되는 한에서 그렇다. 이들은 바로 이 현출하는 면 전체를 덮는다. 다른 한편, 시각적 덮음이 말하자면 촉각적 덮음을 관통하고, 그 역도 성립한다.

[...] 이 층위들[시각적 층위와 촉각적 층위]은 서로의 위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침투 또는 침습한다. 몸체 공간의 동일성 덕분에 이 층위들은 철두철미 서로 합치한다. (서로 다른 근본채움들의 융합 / 비판적 의문 융합(혼합, 관통, 침투, 침습, 합치)의 조건은 단지 공간적으로 연속적으로 나란히 접합됨일 뿐인가? 아니 연속적으로 나란히 있다는 것을 조건으로 삼는 것 자체가 선결문제의 오류를 범하는 것 아닌가? §22 본래적 소여와 비본래적 소여에 있어서의 공간채움의 상이한 의미. 현출의 시각적 요소와 촉각적 요소)

 

[...] 상상 직관이, 그리고 이 상상 직관과 (이에 평행하는 층위의) 시각적 직관의 합치가 이 사태를 남김없이 해명한다고 공언하고 싶지 않다. 여기에서도 상상 재현은 필수불가결한 사태일 수 없다. 그리고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종이의 매끄러움과 줄의 거칢에 대한] 공동지각은 뒷면에 대한 공동지각보다 명료한데, 이러한 명료함에는 또 다른 원천들이 있을 것이다. 비유적으로 말해 보자. [보이는 층위와] 평행하는 이 층위[촉각적 층위]는 보이는 층위로부터 어떤 힘을 길어 올리는데, 이 힘은 뒷면이 앞면으로부터 길어 올리는 힘보다 훨씬 더 크다.

[보이는 층위와 촉감이 덧보이는 층위 간의] 층위 평행성은 공간적 침투를 요청하는데, 이러한 공간적 침투가 지닌 힘은 공간적 인접성에는 없다. 이는 신화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 배후에는 (현상학적 사태에 침잠할 때 그야말로 볼 수 있는) 어떤 현상학적인 것이 놓여 있다. (추가 연구 가능성 시각에 의한 촉각의 덧보임, 현대식으로 말하면 촉지적 시각은 어떻게 가능한가? (적어도 후설은 본질적 관련성은 없다고 보는듯. 아래 인용 참고.) 그리고 시각촉각 덧보임촉각시각 덧만짐중 후자는 덜 명료함. 이러한 비대칭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2 본래적 소여와 비본래적 소여에 있어서의 공간채움의 상이한 의미. 현출의 시각적 요소와 촉각적 요소)

 

그러나 우리는 [시각적 연장이라는] 하나의 연장과 [촉각적 연장이라는] 이와 다른 연장이 그 자체로 서로 어떤 관련을 맺는다고 말할 권리는 전혀 없다. [...] 이때 이들은 가령 하나의 동일한 선경험적 연장으로 조합되지 않는다. [...] 이보다는 다음과 같은 기술이 올바르다. 사물 앞면의 보이는 부분에는 정합적인 시각적 감각 연장이 상응한다. 사물을 만지는 손이 덮은 곳에서도 시각 연장은 끊이지 않는다. 시각 연장은 연속적으로 계속 이어진다. (추가 연구 가능성 시각에 의한 촉각의 덧보임, 현대식으로 말하면 촉지적 시각은 어떻게 가능한가? / 비판적 의문 시간적 연장에서도 그렇고, 촉각적 연장에서도 그렇고 선경험적 연장선현상적 연장을 구별하지 않는 것으로 보임.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 강의에서는 엄밀하게 구별. 왜 여기서는 구별하지 않는가? 여기서도 둘을 구별할 수 있는가? 구별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22 본래적 소여와 비본래적 소여에 있어서의 공간채움의 상이한 의미. 현출의 시각적 요소와 촉각적 요소)

 

그러나 여기에서 이런 백지(白紙)의 지각은 이중지각(Doppelwahrnehmung)인가? 어떤 의미로는 그렇고 어떤 의미로는 그렇지 않다. [이중지각이 아닌 이유는] 올바른 의미에서 하나의 지각이, 감각과 파악의 끊이지 않는 하나의 통일체가 있으며, 여기에서 사물의 자체현존이 구성된다. 다른 한편 [이중지각인 이유는] 통일체 내부에는 그 자체가 정합적인 층위가 둘 있는데, 이 중 한 층위는 시각적 사물에, 다른 한 층위는 촉각적 사물에 대응한다. 그러나 이 사물도 두 개의 사물이 아니라, 여러 겹의 채움을 지니는 유일한 사물이다. 즉 동일한 공간이 여러 겹으로 채워지거나 덮이는 것이다. (이중지각의 이중적 의미 : 시각적 사물과 촉각적 사물에 대한 이중지각과 동일한 사물에 대한 단일지각. §22 본래적 소여와 비본래적 소여에 있어서의 공간채움의 상이한 의미. 현출의 시각적 요소와 촉각적 요소)

 

그러나 이 두 현출은 (아직 좀 더 자세히 연구해야 할) 어떤 고유한 방식으로 서로 침투하고 합치한다. 이러한 침투가 뜻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감각재료의 질서는 그에 고유한 선경험적 신장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으로는 시각적 재료와 촉각적 재료가 더불어 질서를 이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촉각적인 것 사이에 시각적인 것이, 시각적인 것 사이에 촉각적인 것이 질료적으로 끼워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에 끼워짐(Zwischensetzen)은 감각이 아니라 파악이 하는 일이다. 이는 시각적 감각의 연장적 계기에 현출하는 공간성이라는 가치(Wert)를 부여하고, 촉각적 감각의 연장적 계기에도 공간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는 파악에 의한 것이다. [...] 이러한 구성이 상세하게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는 여기에서 커다란 문제를 제기한다. 여기에서는 이것이 이미 결정된 것으로 설정되었다. 우리는 최소한 이 해법의 단편이나 단초라도 얻을 수 있는 길을 이후에 찾고자 할 것이다. (앞선 비판적 의문에 대한 후설 나름의 해명. §22 본래적 소여와 비본래적 소여에 있어서의 공간채움의 상이한 의미. 현출의 시각적 요소와 촉각적 요소)

 

일차질료와 이차질료의 구별에 의해, 대상의 현출하는 면의 엄밀한 의미를 규정할 수 있다. 본래적으로 현출하는 규정들의 복합체 내부에서, 사물의 몸체(물상[物像, Phantom])에 관계하는 규정 및 이것을 채우는 질료에 관계하는 규정들을 추출할 수 있다. 이들은 그 자체로 정합적인 유일한 통일체를 이루거나, 그 자체로 정합적인 다수의 통일체들을 이룬다. 그리고 이들은 현출하는 시각적 면과 현출하는 촉각적 면으로 구분된다. (본래적으로 현출하는 면 : 시각적 면과 촉각적 면. §23 본래적 현출()과 수반 규정)

*물상(物像, Phantom) : 사물과 공간이념들Ⅱ』에서, (다른 사물과의 인과 연관을 도외시하고) 연장성의 견지에서만 사물을 가리키는 개념으로서, 사물이 구성될 때의 한 층위를 뜻한다. 사물은 시간적 사물(res temporalis), 연장적 사물(res extensa), 물질적 사물(res materialis)의 세 층위를 가지는데, 사물 구성에 있어 앞의 층위가 뒤의 층위의 토대가 된다. 사물은 시간에서의 일정한 위치와 지속을 가지고(시간적 사물), 공간에서의 일정한 위치와 크기 및 형태를 지니며(연장적 사물), 나아가 다른 사물과의 인과연관 속에서 현출한다(물질적 사물). ‘물상은 이 중에서 두 번째 층위인 연장적 사물을 뜻한다. (역주)

*사물 규정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역주)

1. 물상 규정 = 크기, 형태

2. 채우는 질료 규정

2.1. 본래적 규정 (일차질료)

2.1.1 시각적 규정 =

2.1.2. 촉각적 규정 = 촉감

2.2. 수반 규정 (이차질료) = 청각적 규정, 온도 등

 

중요한 점은 면이 하나의 충족된 신장이라는 것이고, 그것도 (삼차원적으로 충족되는) 몸체의 경계를 이루는 평면신장이라는 것이다. 몸체는 오로지 충족된 평면들을 통해서만 현출한다. 이때, 경우에 따라서 홀로 충족되어 등장하는 이나 도 평면이라는 명칭으로 아우른다. 물론 여기에서 수학적인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면과 물상. §23 본래적 현출()과 수반 규정)

 

몇몇 이차적 규정에는 진정한 채움이 있음을 인정할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인다. 일차질료의 본질적 특성은 채움 일반이 아니라 [면을, 사물성을] 구성하는 채움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에서 [구성하는 채움은 아니지만 진정한 채움인 수반 규정으로서] 온도 규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나는 지난 시간 강의에서 이를 (어떤 식으로든 언급했다면) 질료화 규정들과 더불어 언급하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 물체에 대해 구성적인 촉각적 규정은 변하지 않는 채로 [온도 규정을 사물에] 정위하는 기초가 된다. 그러니까 따뜻함과 차가움은 공간을 충족하며, 물체의 현행적으로 현출하는 촉각 공간 위를 말하자면 흐르면서 이 공간을 덮는다. 이러한 표현은 어느 정도는 선경험적 지대를 이미 넘겨보는 것이다. 선경험적 연장은 촉각계기에 속하며, 이러한 효력 범위가 이른바 이전되어야 비로소 온기와 냉기 계기에 속한다. 통증 감각도 비슷하다. 이 감각은 칼날이나 칼끝 위에 정위되지만, 본래적으로 그리고 그 자체로 어떤 장소적 계기나 어떤 연장을 지니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수반 규정들에 이차적 의미에서라도 공간채움을 귀속시킬 수 있다면, (이 규정들이 실제로 펼쳐져 있으면) 면이라는 개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적용은 여전히 매개적인데, 면 개념 형성의 토대가 (일차질료가 현출한다면) 일차질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 개념을 원래의 연장을 정확히 뒤따르는 규정[가령 온도 감각]뿐만 아니라, 다만 느슨하게 그것과 정위 관계에 놓이는 규정[가령 소리 감각]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더 멀리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북소리가 북 가죽과 연관되어, 이제 북 가죽과 더불어 현출하는 경우이다. (일차질료의 본질 : 면을 구성하는 채움 / 이차질료의 구별 : 진정한 채움 규정으로서 온도 규정과 다만 느슨하게 면과 정위 관계에 놓이는 규정으로서 청각 규정 / 비판적 의문 통증 감각이 온도 감각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칼날이나 칼끝 위에 정위된다는 말이 이상함. 뜨거운 것은 사물이지만, 통증은 내가 아픈 것이기 떄문. / 비판적 의문 뱀은 온도 감각으로, 박쥐는 청감각으로 공간을 구성함. 어떤 감각이 일차적인지 수반적인지는 꽤 우연적인 듯. §23 본래적 현출()과 수반 규정)

*지난 시간 강의 : “다른 한편으로 공간을 덮고 채우는 질들이 있다. 면 위에서 신장하고 모서리들에서 끊기는 색채가 그것이고, 매끄러움, 거칢, 끈적끈적함 같은 촉각 규정과 온도 규정 등이 그것이다. 사물에서 이들은 시각적 지각에서는 보이고 촉각적 지각에서는 만져지며 대상을 더듬을 때는 공간을 채우는 것으로 발견된다.” (20)

 

이제까지 연구를 규정하던 사례 범위를 넓히기 전에, 지각되는 사물을 고찰할 때의 어떤 절연을 제거하고, 이와 연관하여 지각에서 시도했던 어떤 추상을 제거하고자 한다. [...] 지각되는 사물은 결코 홀로 있지 않고, 어떤 직관적 사물들이 이루는 둘레 가운데에서 우리 눈앞에 있다. [...] 사물의 둘레[사물과] 마찬가지로 지각된다. ‘가운데라는 단어와 둘레라는 [공간적] 용어가 뜻하는 것처럼, 특별히 사물을 공동지각되는 다른 사물들과 합일시키는 것은 공간적 연관이다. 방금 우리가 특변한 의미에서 지각되는 것이라고 부른 이 사물에는 그것의 공간이 있다. 그러나 이 공간, 이 몸체는 더 포괄적인 전체공간 안에 배속되며, 이 전체공간은 모든 사물 몸체들을 내포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공동 지각되는 이러한 사물성 중에는 언제나 내 몸(Ichleib)도 있다. (연구 지대 재획정 : 사물의 둘레, 공간적 연관과 전체공간, 내 몸. §24 사물둘레와 지각 연관)

 

내 몸은 자신의 몸체를 지닌 채 역시 공간 안에, 전체지각의 공간 안에 있다. 내 몸은 언제나 준거점으로 머물며, 모든 공간적 관계는 이와 관계 맺으며 현출한다. 내 몸은 현출에 있어 오른쪽과 왼쪽을, 앞과 뒤를, 위와 아래를 규정한다. 그러니까 내 몸은 지각적으로 현출하는 사물 세계에서 탁월한 위치를 차지한다. (지각과 몸의 관련성. §24 사물둘레와 지각 연관)

 

더 나아가 확실한 점은, 우리가 지각되는 사물에 있어서 (사물현출의 통일체로 합일되는) 현시하는 물리적 내용들과 파악을 구별한다면, 이와 동시에 다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현출[사물현출]은 따로 절연된 것이 아니라 현출 연속체에 감입된 것인데, [현출과 마찬가지로] 이 현출 연속체도 다시 파악내용들과 파악으로 구별할 수 있고 전체현출의 통일체로 융합된다는 것이다. (지각의 본질 : 전체지각으로 융합됨. §24 사물둘레와 지각 연관)

 

전체지각, 배경지각, 특별지각은 같은 종류의 지각인가? 아니면 이 단어들은 이들에게 여러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본질적이고 현상학적인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는가? [...] 그렇다면 하나의 통일적 사물의 구성에서는 [주의] 어떠한가? 그리고 하나의 전체공간으로 둘러싸여 있으나 (하나의 개별 사물에서처럼, 자신의 공간이 질료로 채워지는) 하나의 전체사물은 아닌 다양한 사물성의 구성에서는 [주의] 어떠한가? [...] 그러나 지금은 이 세계가 [학문적 사유가 아니라] 지각함에서 단적으로 무엇으로 있는지, 세계가 이러한 지각함의 의미에서 무엇인지가 문제이다. (후설의 다양한 문제 제기 : 전체지각, 배경지각, 특별지각, 통일적 사물의 구성에서 주의의 역할, 다양한 사물성의 구성에서 주의의 역할, 지각 작용에서 세계의 의미. §24 사물둘레와 지각 연관)

 

시각적 전체현출에서 현시하는 내용들은 연속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이 연관을 시각장이라고 부른다. 이 장은 하나의 선경험적 신장이며, 이러저러하게 규정되는 시각적 채움을 지닌다. [...]

물론 이는 [시각장과 마찬가지로] 사물성에 대해 일차적으로 구성적이며 [시각장에] 평행하는 또 다른 장에 대해서도 타당하다. 이것은 촉각장이다. (비판적 의문 시감각장과 촉감각장으로서 시각장과 촉각장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은가? §25 시각장과 촉각장)

 

하나의 사물 파악의 내적 성격이 무엇인지가, (전체현출에 감입되어 있으나 그 자체의 범위는 제한된) 하나의 사물현출의 내적 성격이 무엇인지가 또다시 문제이며, 이를 넘어서 (모든 물체를 내포하지만 그 자신은 물체가 아닌) 전체공간의 통일체가 지각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가 또다시 문제이다.

더 나아가, (사물 및 전체 환경의 상관자이자 준거중심인) 자아의 저 경이로운 특수지위가 현상학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가 하나의 문제이자 [앞의 문제를] 보충하는 문제이다. 공간적 둘레로서의 사물둘레에는, 또는 (지각되는 사물의 몸체가 그 안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한, [한 사물에 대한] 모든 특수지각에서 공동지각되는) 하나의 온 공간(All-Raum) 구성 문제에는 이와 평행한 [시간성 구성의] 문제가 있다. 이 평행하는 문제는 시간적 둘레 및 하나의 시간의 구성을 드러낸다. (후설의 다양한 문제 제기 : 하나의 사물현출의 내적 성격, 전체공간의 통일체의 구성, 자아의 구성, 시간성의 구성. §25 시각장과 촉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