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근대철학 이차문헌

『사회계약론』 「2권」 논평

현담 2022. 4. 5. 15:55

일반의지에서 개별의지의 차이의 합에 대한 이해


  루소는 사회계약론 2권 3장에서 일반의지(volonté general)를 모두의 의지(volonté de tout)와 다음과 같이 구별한다. “일반의지는 오직 공동이익에 몰두한다. 모두의 의지는 사적인 이익에 몰두하며 개별의지(volonté particulière)의 합일 뿐이다. 그런데 이 개별의지들에서 서로 상쇄되는 더 큰 것들과 더 작은 것들을 빼면, 차이들의 합계로 일반의지가 남는다.”(39) 여기서 일반의지는 개별의지들을 더하고 뺀 결과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말 일반의지가 단순히 개별의지들의 덧셈 뺄셈에 불과할 경우, 루소의 정치사상에서 “정치체에 구성원들에 대한 절대적 권력”(41)인 주권을 지휘하는 일반의지는 정치체와 구성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개념이 된다. 다음의 두 위험한 상황을 상정해보자.

  첫째, 일반의지가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의지를 압살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소수민족 A와 다른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정치체에 A가 정치체에 해가 되기 때문에 제거되어야 한다는 의제가 상정되었다고 하자. 당연히 A의 개별의지는 제거에 반대하겠지만 제거에 찬성하는 개별의지들이 A의 개별의지를 모두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압도적이라 일반의지가 A의 제거로 계산될 수 있다. 공익을 명목으로 소수가 탄압받는 이러한 상황을 일반의지의 횡포 상황이라 하자. 둘째, 거대한 개별의지가 여타 개별의지를 압살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다수민족 A와 다른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정치체에 이웃국가 Z가 정치체를 위협하기 때문에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의제가 상정되었다고 하자. Z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평화적인 해결책을 원하는 다른 여러 민족의 개별의지들은 Z와의 국경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A가 전폭적으로 전쟁을 지지하여 일반의지가 Z와의 전쟁으로 계산될 수 있다. 공익을 명목으로 소수가 득세하는 이러한 상황을 일반의지의 잠식 상황이라 하자.

  위와 같은 일반의지의 횡포 상황과 일반의지의 잠식 상황은 루소의 정치체가 일반의지의 전제정으로 귀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루소의 일반의지를 개별의지의 단순 계산으로 보았을 때의 귀결이며, 나는 루소의 일반의지에서 개별의지의 차이의 합에 대한 이해를 달리하면 루소의 일반의지를 옹호하고 루소가 바라는 정치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루소는 스스로 “엄청나게 많은 수의 작은 차이들로부터 언제나 일반의지가 도출될 것”(39)이며, “차이들의 수가 줄어들수록 결과의 일반성도 감소한다”고 말한다. 계산의 관점으로 일반의지를 바라볼 때 이 구절은 이해하기 힘들다. 계산의 관점에서는, 차이들이 많다면 서로를 상쇄시켜 그 합이 작을 뿐만 아니라 도출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차이들이 적다면 서로 상쇄하였을 때의 그 합이 클 뿐만 아니라 도출하기도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루소의 일반의지가 많은 차이에서 비롯됨은 일반의지에서 차이의 합이 차이들의 덧셈 뺄셈이 아니라 보편을 향한 일종의 추상화임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소수민족인 A가 정치체에 해가 되기 때문에 제거되어야 한다는 의제를 다시 돌아봤을 때, A를 제거해야 하는 나름의 개별적 이유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쩌면 A의 제거 자체도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체”이고 정치체에 해가 됨, 정치체의 안전과 번영의 따짐이 중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체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A의 이익에 대한 고려는 상쇄되기보다는 추상화되어 고려된다. 차이들이 많을수록 일반의지에 가까워지는 이유는 수많은 차이들의 사이에서 공통의 것을 길어올리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A와 B 사이에는 A의 이익과 B의 이익 간의 제한적인 추상화만이 가능하지만 A~Z 사이에서는 그들 사이의 이익을 추상화했을 때의 풍부한 추상화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