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근대철학 일차문헌

루소(1762), 「2부」, 『에밀』

현담 2022. 4. 15. 14:53

아래 내용에는 근대서양정치사상(서울대학교 2022-1 김주형) 강의 및 토론 내용, 개인적 생각 등이 섞여 있음

 

pp.176-287.

 

그 같은 방법으로부터, 당신은 그가 약속과 그 유용성에 대해 어떤 관념을 가지게 되리라고 생각하는가? 이미 버린 아이가 아니고서야 그 같은 시련을 겪고도 의도적으로 다시 창문을 깨려는 아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내 방법이 잘못되었을 것이다. [...] 우리는 이렇게 해서 도덕적인 세계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176-177)

 

아이는 아직 사회의 능동적인 구성원이 아닌데, 그런 도덕 관념이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에게 자유와 소유와 계약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주어라.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이 왜 자기 것인지,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이 왜 자기 것이 아닌지를 안다. 그 이상은 전혀 모른다. 의무니 복종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 그에게 이야기해보라. 그는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른다.” (287)

 

cf) “‘유용한이라는 말의 관념을 우리 학생에게 가르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곧 그를 지도하는 데서 더 큰 실마리를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그 말은 그에게 자기 나이에 적합한 말로만 보일 뿐이며 그 말에서 그의 현재의 안락한 생활과의 관련을 명확히 보기에 그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319. 3)

 

*유용성 혹은 목전의 이익 :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문법. 여기서 벗어나 도덕의 언어를 함부로 써서 아이를 가르치려 하면, 아이에게는 아는 체’, ‘허영심’, ‘기만’, ‘외부의 의견이 주입됨.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친구와 나누어 사용하지 않으려 할 때, 어른은 아이에게 그건 비도덕적인 행위야.”라고 말하기보다는 너 자꾸 그러면 나중에 저 친구 집에 가서 장난감 못 가지고 논다.”, “이제 저 친구가 너랑 안 놀아준다.”라고 말하는 게 맞음. 다만, 유용성이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계속해서 어떤 목표나 도덕적 판단 기준으로 설정되는 것은 아님. 아이는 유용성을 통해 사물과 사람을 체험하면서 이후의 정당성’, ‘약속’, ‘의무’, ‘책임등의 개념을 사용하는 사회적·도덕적 문법을 제한된 방식으로 조금씩 이해하고 그러한 문법을 본격적으로 배울 시기를 예비하고 있음.

 

pp.214-215.

 

겉으로 자유를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예속만큼 완전한 예속은 없다. 그렇게 당신은 그의 의지까지도 사로잡을 수 있다. [...] 물론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하기를 당신이 원하는 것만 그는 원할 것이다.”

 

cf) “눈치채지 못하게 그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감시해야 하며, 그가 가질 모든 생각을 미리 예착하여 가져서는 안 되는 것들은 멀리하도록 해야 하며, 자기가 하는 일에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그 일의 유용성을 확실히 이해함으로써 그 일에 즐겁게 몰두하도록 해야 한다.” (337, 3)

 

*아이의 선생에 대한 예속 : 에밀에서 선생은 주변 사람들을 섭외해 아이는 절대 눈치채지 못하게 아이를 치밀하게 짜인 일종의 연극에 계속해서 참여시키고 아이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만듦. 또한 선생은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면서 아이의 바로 옆에서 아이를 “25년 동안 지도”(88). 이러한 교육방식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완전한 예속이라는 표현과 의지까지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표현은 굉장히 섬찟함. 계몽주의적 판타지나 현대로 치면 가스라이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듦. 그렇지만 이러한 선생의 교육법은 루소의 특이한 자유 개념에서 비롯됨. 루소는 자유의 완벽한 통제를 통해 자유가 비로소 완벽해진다고 봄. 이는 사회계약론에서 정치종교가 국가의 모든 종교를 완벽하게 장악함으로써 오히려 관용을 통해 종교의 완전한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으며, 시민이 공동체에 모든 것을 완전히 양도함으로써 오히려 모든 의존으로부터 벗어나 완벽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에서도 볼 수 있음.

 

p.290.

 

그에게서는 재능과 경험이 권리와 권위를 대신한다. 당신 좋을 대로 그에게 의복과 칭호를 주어라,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그는 전반적으로 월등할 것이다. 어디를 가나 다른 아이들의 우두머리가 될 텐데, 그들은 자신들보다 그가 우월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는 명령하고 싶지 않아도 우두머리가 될 것이며, 그들은 복종하면서도 복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약한 아이와 강한 아이 : 약한 아이는 자기의 분수(능력과 욕망의 균형)를 모르고 명령하거나 복종하며, 자기 자신 밖의 지위에 기댐. 그러나 강한 아이는 자기의 분수를 알고 부탁하거나 거절하며, 자신의 지위에 상관없이 자기 자신에게만 의존하며 독립적으로 행동. 그 결과 강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동등하게 여기지만 다른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복종시키는 우두머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