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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2020), 「루소의 사회계약 이론에 대한 역사적 독해」, 『역사비평』 131

현담 2022. 6. 3. 00:56

<목차>

 

1. 서론 : 사회계약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445-448)

2. 주권과 자유 (448-453)

3. 민주주의의 현실성 (453-459)

4. 결론 : 루소의 회의주의와 사회계약론의 전망 (459-461)

 

1. 서론

 

*저자의 질문

: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논문 제목)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Du contrat social)(1762)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루소는 그 책을 저술함으로써 18세기 맥락에서 어떤 언어적 행위를 한 것인가? 한마디로 사회계약론은 어떤 사건이었는가?” (445)

 

*문제 상황 (비판 대상)

- 루소를 직접민주주의의 옹호자로 간주하는 독법 (류청오)

- 루소가 유토피아적이고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를 비전으로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해석 (오영달)

- 사회계약론은 근대사회의 부패를 일소하고 민주주의를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는 현대 학자들의 지배적인 해석 (Francois Laruelle)

← 『사회계약론에 자신들의 관심사를 종종 비역사적/시대착오적으로 투사하여 해석하여 발생한 문제

 

*저자의 작업/주장

: 사회계약론에 드러나는 주장이 다음의 네 가지라는 점을 확인

1) 상업으로 타락하고 유약해진 서구의 문명이 내적 부패와 용맹한 동방인의 침공에 의해 몰락할 것이다.

2) 인간이 사회 속에서 정치체를 이루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일은 군주정에서든 귀족정에서든 민주정에서든 거의 불가능하다.

3) 그나마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조건을 갖출 수 있는 미미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은 한 번도 타락한 법에 노출된 적이 없는 인민이 살고 있으며 대체로 토지가 평등하게 분배된 농업 소국이다.

4) 결국 그런 국가는 상업에 기초한 강대국의 먹이가 될 것이므로 현실에서 인간에게 펼쳐진 자유의 가능성의 지평은 좁디좁아서 한없이 무에 가깝다.

 

*작업 방식

- 18세기 지식인들이 맞닥뜨린 난제에 대해 루소가 내놓은 대답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

- 사회계약론텍스트와 당대인들의 반응에서 충분하게 뒷받침된다는 사실을 보일 것

 

*작업 방식의 강점

- 당대인의 독해이자 지금도 18세기 유럽의 지성사를 주 연구분야로 삼는 학자들의 독해

- 시대착오적인 현재주의적 해석을 경계하고 당대의 맥락에 충실한 결론을 도출

 

2. 주권과 자유

 

*18세기 유럽 정치사상의 자유국가(Êtat libre) 문제

: “다수의 인간이 사회를, 나아가 국가를 이루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유를 수립하거나 보존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경우가 있었던가? 있었다면 어떻게 복원할 수 있는가? 만일 없었다면 과연 앞으로는 가능할 것인가?” (자유국가를 규정하고 그것의 실현에 필요한 이행기제를 모색하는 문제)

루소 : 자유국가는 정당하고 확실한 운영원칙을 보유한 정치질서

 

*권리, 주권자, 공화국, 일반의지

- 강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오직 지속적이고 이성적인 합의와 동의에서 도출된 권리만이 권리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음 (선배 자연법학자들의 논리 거부)

- 주권자는 권리를 도출하는 합의의 주체들

- 정치체(공화국)는 주권자로서 결합한 인민의 사회적 집합체로서 인민체(corps)이자 공적 인격

- 일반의지는 인민들이 하나의 정치체로서 갖는 의지,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의지

- 시민으로서의 한 개인이 국가공동체의 입장에 서서 이성적으로 고민한 결과 형성하게 되는 의지에 따라 법과 국가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일반의지는 입법의 토대

 

*주권의 특징

- 주권이란 개인에게 있지 않고 전체적 집합으로서의 인민에게만 존재하기에 결코 양도할 수 없음 (주권의 양도불가능성)

- 의지가 법을 정초할 때 의지는 법 위에 군림하기에 주권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힘

 

*자유국가의 수립 : 입법자

- 위대한 입법자가 사회상태에서 욕망, 오만, 자기애에 물들어서 판단력이 흐려진 타락한 인간 대신 하나의 주권적 단체를 구성하고 국가를 창설하여 현명한 기본법 체계를 확립

- 입법자는 법을 통해 타락한 인간의 상태를 덕성으로 향하게 만들어야 하고 각 개인을 인민으로 만들어야 함

 

*자유국가의 수립과 유지 : 자격을 갖춘 인민

- 군사적으로 훈련되어 있고 용맹한 인민

- 모든 구성원이 서로 알고 있는 인민

-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고 자립할 수 있는 인민

경제적 불평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소규모 사회에서만 자유국가를 수립할 수 있다는 주장

+ 자격을 갖춘 인민조차 욕망과 정념에 지배를 받는 인간이기에 지상에 세운 자유국가는 결국 시간이 가져오는 부패의 풍화작용 앞에서 힘없이 스러져가고야 만드는 근대 초기 공화주의의 세계관을 루소도 공유하고 있음

 

3. 민주주의의 현실성

 

*18세기 유럽 정치사상의 대국과 소국 구분

- 영토의 넓이(영토)와 인민의 수(인구)라는 두 가지 기준을 종합하여 대국과 소국으로 국가를 측정

- 당대의 문제 : “프랑스, 오스트리아, 영국, 러시아 같은 대국에서 계몽과 자유를 수립하고 보존하는 것이 가능한지, 과연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지?”

루소 : 자유국가는 대국에서는 불가능하고, 오직 소국에서만, 그것도 엄격한 조건을 모두 갖춘 인민이 사는 소국에서만 겨우 수립할 수 있을 것이며, 그조차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확률이 높음

 

*대국의 극복할 수 없는 단점

- 주민들이 서로를 다 알 수 없음

- 상업과 불평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여 사치와 타락이 지배하게 됨

- 인민 전체가 분할되지 않은 상태로 주권자로서 지속적으로 회합할 수 있어야 함

- 의지를 양도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대국에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대의제를 실시하는 순간 루소 입장에서 주권은 파괴됨

- 한번 나쁜 법의 족쇄를 찬 인민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자유에 부적합하므로, 개혁이나 혁명을 통해 자유를 확립하거나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 루소는 믿지 않음

 

*귀족정과 군주정의 자유국가 불가능성

- 귀족정 : 불평등을 조장하고 그것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x

- 군주정 : 계속해서 어리석은 왕과 아첨하ᅟᅳᆫ 대신들의 통치라는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x

 

*18세기 정치사상에서 소국 민주정의 한계

- 다른 모든 지역에서는 민주정이 지탱될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기능

- 소국은 대국과 싸워 이길 수 없고, 소극은 대국에 종속되므로 그것의 내적 자유는 외적 종속에 결부됨 (코르시카 애국파의 독립전쟁 실패, 제네바 혁명가들의 민주적 개혁 실패)

루소 : “아주 작으면 정복되고 말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사회계약론마지막 장에서 대외관계”(만민법, 교역, 전쟁법, 정복, 공법, 동맹, 협상, 협약)를 다룰 후속 저작을 예언했으나 끝내 그 책을 쓰지 못함. 남아 있는 그의 수고를 볼 때, 시간이 없거나 관심이 떨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고, 이 작업을 시도했으나 만족할만한 답을 찾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임.

 

4. 결론 : 루소의 회의주의와 사회계약론의 전망

 

*사회계약론의 의의

- 국가의 차원에서 자유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결론적으로 절망과 실패의 서사시

- 개혁가들은 루소의 회의주의와 무기력을 극복해야만 사회의 진보와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함. 루소와 혁명을 등치시키는 단순한 도식적 구도를 버리기 전에는 루소도 혁명도 이해할 수 없을 것.

 

논문 평가

 

1. 논문의 성취

- 사회계약론을 당대의 문제의식에 대한 루소의 대답으로 이해하고, 당대의 논의 맥락, 당대의 루소 해석, 당대의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사회계약론을 해석하려는 작업 방식 자체가 다양한 사상가들에 의해 제멋대로 해석되는 사회계약론에 객관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닻을 제공

 

- 연관된 역사적 논의를 나열하고 사회계약론텍스트에 소홀해지면서 자칫 논지가 흐려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작업 방식이었지만 깔끔하게 논지 전개에 필요한 만큼 역사적 논의와 텍스트를 다루면서 논지가 굉장히 명료함

 

- 김영욱(2017)과 다른 회의주의적 해석의 근거를 제공하면서 회의주의적 해석 전체의 설득력을 높임

 

2. 논문의 한계

- 일반의지가 입법의 토대라는 말은 곧 시민으로서의 한 개인이 국가공동체의 입장에 서서 이성적으로 고민한 결과 형성하게 되는 의지에 따라 법과 국가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450) 은 일반의지에 대한 라디카식 해석에 가까움. 저자의 전체 논의에서 이런 식으로 일반의지를 해석하는 것이 유리한데, 인민에게 이성적으로 고민할 짐을 지움으로써 인민의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기 때문. 그러나 이러한 일반의지 해석은 같은 회의주의적 해석가인 김영욱(2017) 또한 회의적이며 많은 비판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텍스트를 끌어와서 설명을 추가하거나 적어도 각주로 이러저러한 해석이 있는데 이런 입장을 채택하였고 그 이유는 무엇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음.

 

- 저자는 주로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루소를 읽는 학자들을 비판하면서 민주정이 루소에게 있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요원한 정치체인지를 밝힘. 그러나 루소에게 있어 민주정 개념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정부형태의 일종이고, 저자의 말마따나 현실적으로 성립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정부형태임. 오히려 루소에게서 찾을 수 있는 민주주의적 요소는 민주적 주권, 민회와 투표, 입법부의 절대적 권위 등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비판이 있어야 루소에게서 민주주의를 찾으려는 해석자들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을 것. 그러나 저자는 민주정만 주구장창 때림. 허수아비 때리기가 아닐까 의문.

 

- 자유국가를 민주정으로만 한정시키고 귀족정을 불평등을 조장하는정부형태로 읽는 독해는 굉장히 의문스러움. 사회계약론35장에서 귀족정에 대한 루소의 서술은 오히려 민주정보다 더욱 호의적임. 귀족정은 두 가지 권력을 구별한다는 장점에 정부 구성원들을 선택한다는 장점까지 겸비한다. [...] 이 수단[선거]을 통해 정직, 지식, 경험, 그리고 공적으로 존경받고 선호될 만한 다른 모든 이유들 하나하나가, 우리가 지혜로운 통치를 받을 것이라는 새로운 보증이 된다.”(사회계약론, 87)

 

- 루소는 사회계약론4권의 절반 이상은 성공적인 공화국의 사례로 대국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로마 제국을 분석함. 저자는 사회계약론내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텍스트만 골라서 회의주의적인 역사적 논의에 끼워 맞추는 것 같고, 자신에게 불리한 텍스트에 대해서는 해명은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음. 루소는 대국에 대해서도, 그리고 귀족정에 대해서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유국가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 당대 루소 독자 중 하나인 들레르가 스파르타와 로마가 700년밖에 견디지 못했다고 말했다는 부분(460)에서 (들레르의 글을 직접 읽어봐야겠지만 정말 그가 700년을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스파르타와 로마 공화정을 비판했다면,) 들레르는 아주 멍청한 소리를 했다고 생각. 700년이라는 기간은 오히려 루소가 그렸던 이상적 공화정의 오랜 존속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근거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현실 정치에서 말도 안 되게 긴 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