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고대철학 일차문헌

[에피쿠로스] DL, X, 「핵심 교설(Kyriai doxai)」 전반부

현담 2023. 6. 5. 13:51

DL, X, 139 신과 죽음

 

핵심 교설 1) 신 논변

 

(1. 분노에 사로잡히거나 호의에 이끌리는 자는 자신이 문젯거리를 갖거나 다른 것에 그것을 제공한다.)

2. 복되고 불멸하는 것[]은 자신이 문젯거리를 갖지도 않고 다른 것에 그것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3. 그러므로, 그는[신은] 분노에 사로잡히지도 않고 호의에 이끌리지도 않는다. (=신은 인간에게 벌주거나 상주거나 하지 않는다.)

 

+ 그런 일은 허약한 자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 분노에 사로잡히거나 호의에 이끌리는 자는 자신이 문젯거리를 갖거나 다른 것에 그것을 제공한다.

2. 허약한 자는 자신이 문젯거리를 갖거나 다른 것에 그것을 제공한다.

3. 그러므로 허약한 자는 분노에 사로잡히거나 호의에 이끌린다.)

 

핵심 교설 2) 죽음 논변

 

1. 분해된 것은 감각이 없다.

(1`. 생명체였다가 분해된 상태는 감각이 없는 상태이다.)

2. 감각이 없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2`. 감각이 없는 상태는 우리에게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닌 상태이다.)

(3. 죽음은 우리가 분해된 것이다.

3`. 죽음은 생명체였다가 분해된 상태이다.)

4. 따라서,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4`. 따라서, 죽음은 우리에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상태이다.)

 

DL, X, 139-140 쾌락 (1)

 

핵심 교설 3) 고통의 부재로서 쾌락

 

쾌락의 크기의 한도는 모든 괴로운 것의 제거이다. 쾌락이 있는 곳에는, 그리고 그것이 있는 동안에는 육신의 괴로움이나 마음의 고통, 또는 두 가지 것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핵심 교설 4) 육신의 괴로움

 

육신 속의 괴로움은 끊임없이 계속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극단적 괴로움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거기에 있다. 육신의 즐거움을 단순히 넘어서는 정도의 괴로움은 여러 날 동안 머물러 있지 않는다. 장시간에 걸친 질병은 육신 속에 괴로움보다 즐거움을 더 많이 허락하기조차 한다.

 

(에피쿠로스가 육신의 괴로움이 언젠가 중단된다는 점을 강조하여 핵심 교설 중 하나로까지 넣은 이유는 아마 그가 육신의 괴로움을 더 괴롭게 하는 것이 육신의 괴로움이 중단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이라고 보았기 때문인듯하다. 누군가 너무 아파할 때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은 어쩌면 조금만 버티자, 얼마 안 가면 괜찮아질 거야.’일지도 모르겠다.

  장시간에 걸친 질병은 어떻게 육신의 괴로움보다 즐거움을 더 많이 허락하는가?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1) 육신의 괴로움의 역치를 높여서 웬만한 육신의 괴로움은 안 괴롭게 만들어서, 2) 자연스럽게 식욕이나 성욕 등을 감소시켜서, 정도가 있을 수 있겠다.)

 

핵심 교설 5) 유쾌한 삶의 필요충분조건

 

a. 분별있게, 그리고 훌륭하고 정의롭게 살지 않는 사람은 유쾌하게 살 수 없고,

= 분별 있는, 그리고 훌륭하고 정의로운 삶을 결여한 사람은 유쾌하게 살 수 없다. (반복)

(유쾌하게 살기 위해서는 분별있게, 그리고 훌륭하고 정의롭게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b. 유쾌하게 살지 않는 사람은 분별 있게, 그리고 훌륭하고 정의롭게 살 수 없다.

= 유쾌한 삶이 결여된 사람은 분별 있게, 그리고 훌륭하고 정의롭게 살지 못한다. (반복)

(분별 있게, 그리고 훌륭하고 정의롭게 살기 위해서는 유쾌하게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DL, X, 141 안전 (1)

 

핵심 교설 6) 다른 사람들로부터 안전

 

다른 사람들로부터 안전을 확보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게 해줄 수 있는 수단들은 모두 자연적인 선(좋은 것)이다.

 

(안전 중에서도 특히 다른 사람들로부터안전을 강조하는 이유는 인간의 자연본성과 자연상태가 인간들 사이의 충돌을 야기할 것이라 상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홉스와 같은 근대계약론자들이 이러한 아이디어를 많이 발전시킨 듯하다.)

 

핵심 교설 7) 유명해지고 주목받기

 

요약 : 일부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유명해지고 주목받는 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들이 그 목적을 달성한다면 자연적인 선을 획득한 것이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자연에 친근한 것에 따라 처음부터 열망했던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굳이 대구를 맞추어 자연적인 선을 획득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끝내지 않고 자연에 친근한 것에 따라 처음부터 열망했던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라고 장황하게 이야기한 이유는 유명해지고 주목받고자 하는 욕망이 자연에 친근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욕망의 충족은 자연에 친근한 것, 곧 쾌락이지만 그 쾌락은 처음부터 열망했던 목적, 즉 안전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에피쿠로스가 핵심 교설 14)에서 가장 순수한 안전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벗어난 평온함과 온기에 의해 달성된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여기서 그는 암묵적으로 후자의 경우를 참으로 여기고 있다.)

 

DL, X, 141-142 쾌락 (2)

 

핵심 교설 8) 쾌락들을 산출하는 것

 

어떤 쾌락도 그 자체로는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쾌락들을 산출하는 것은 쾌락들 자체보다 몇 배나 더 많은 괴로움들을 가져온다.

 

핵심 교설 9) 쾌락들 간 동등성

 

만약 모든 쾌락이 밀도 있게 압축된다면, 즉 시간적으로 그렇게 될 뿐 아니라 집합체 전체에, 또는 우리 본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도 그렇게 된다면, 쾌락들 간에는 서로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시공간적으로 분산된 쾌락들을 동시에 육신 혹은 정신의 한 군데에 압축한다면 쾌락들 간의 동등성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음. 분명 뷔페 초밥 먹을 때의 쾌감과 고급 초밥 전문점 초밥 먹을 때의 쾌감이 다른 것처럼 보이고, 사전에서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찾았을 때의 쾌감과 어려운 철학 텍스트의 요지를 파악했을 때의 쾌감이 다른 것처럼 보이는데, 에피쿠로스는 같다고 말한다. 여기서는 아마 동적 쾌락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모든 육체적 동적 쾌락은 육체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한에서, 모든 정신적 동적 쾌락은 정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한에서 같다고 보는 듯하다. 예컨대, 어떤 초밥을 먹든 그것이 배를 채우는 한에서 같은 쾌락을 주고, 어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든 그것이 궁금증을 해소하는 한에서 같은 쾌락을 준다는 것이다. 인간 욕망과 쾌락에 질적인 기준들을 인정하고 도입할 때 인간이 자연적 필요의 충족을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결핍을 느끼고 갈구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서 이런 식의 주장이 비롯된 것 같다.)

 

핵심 교설 10) 방탕한 자들 편에서 쾌락을 산출하는 것들

 

요약 : 방탕한 자들 편에서 쾌락을 산출하는 것들이 천체현상/죽음/괴로움에 대한 생각의 두려움을 해소해주고, 욕망의 한계를 가르쳐 준다면, 그래서 그들이 자신들의 쾌락들로 충만해지고 괴로움과 고통을 갖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을 비난할 이유가 없다.

 

(방탕한 자들은 스스로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기에 우리는 그들을 비난한다.)

 

DL, X, 142-143 연구, 안전 (2)

 

핵심 교설 11) 자연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

 

요약 : 천체현상에 대한 우려, 천체현상에서 비롯되는 죽음에 대한 우려, 괴로움과 욕망의 한계를 잘 이해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자연에 대한 연구를 필요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핵심 교설 12) 신화에 대한 단순 의심의 불충분성

 

요약 : 우주의 본성을 분명히 이해하지 못하고 신화적 설명들을 의심하는 사람은 가장 중요한 문제[죽음?]에 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자연에 대한 연구[를 통한 우주의 본성의 분명한 이해]가 없이는 쾌락을 순수한 상태[마음의 평정]로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핵심 교설 13)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안전의 불충분성

 

요약 : 자연현상에 관해 우리가 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한, 다름 사람들로부터의 안전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핵심 교설 14) 가장 순수한 안전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안전은 물리치는 힘과 물질적 번영에 의해 어느 정도까지 달성되지만, 가장 순수한 안전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벗어난 평온함과 은거에 의해 달성된다.

 

DL, X, 144-146 헤아림의 능력(logismos)

 

핵심 교설 15) 자연이 요구하는 부

 

자연이 요구하는 부는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쉽게 얻어진다. 그러나 헛된 의견들이 요구하는 부는 무한정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핵심 교설 16)

 

(우연)은 사소한 정도로만 현자에게 간섭한다. 반면에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들은 헤아림의 능력이 관리해왔고 그의 생애 전반에 걸쳐 지금도 관리하고 앞으로도 관리할 것이다.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들 : , 죽음, 천체현상을 포함한 자연현상, 괴로움과 욕망의 한계)

 

핵심 교설 17) 정의로운 사람

 

정의로운 사람은 동요가 가장 적지만, 부정의한 사람은 극도의 동요로 가득 차 있다.

 

(정의와 관련해서는 핵심 교설 31) ~ 38) 참고)

 

핵심 교설 18) 쾌락의 한계

 

a. 육신의 쾌락의 한계 : 일단 결핍에 따른 괴로움이 제거되면 증가하지 않고 다양화됨

b. 사유의 쾌락의 한계 : 사유에 가장 큰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들[, 죽음, 자연현상] 및 이것들과 같은 종류의 것들에 대한 이성적 헤아림에 의해 달성

 

핵심 교설 19) 시간과 쾌락

 

무한한 시간과 한정된 시간은 같은 크기의 쾌락을 준다. 우리가 헤아림의 능력으로 쾌락의 한계들을 측정한다면.

 

(()한 정적 쾌락은 시간이 무한정 늘든 한정되든 한결 같다. 01을 곱하든 무한을 곱하든 0인 것처럼.)

 

핵심 교설 20) 완벽한 삶

 

20-1) 육신은 쾌락의 한계들을 무한정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무한한 시간이 쾌락을 제공해줄 것이다.

 

(핵심 교설 15)에서 헛된 의견들이 요구하는 부는 무한정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헛된 의견들은 쾌락의 한계들을 무한정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육신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20-2) 사유는 육신의 목적과 한계를 깊이 헤아려서 내세의 두려움을 몰아내고 완벽한 삶을 제공한다. 그리하여 무한한 시간이 더 이상 전혀 필요하지 않게 된다.

But the intellect, by making a rational calculation of the end and the limit which govern the flesh, and by dispelling the fears about eternity, brings about the complete life, so that we no longer need the infintie time. (LS 24C2)

 

(국역이 다소 납득이 되지 않아 영역을 가지고 왔다. “육신의 목적과 한계를 헤아리면 내세의 두려움이 몰아내지는가? 영역은 육신의 목적과 한계를 헤아려서, 그리고 내세의 두려움을 몰아내서라고 병렬적으로 번역한다. 사유는 우리로 하여금 육신이 자연적이면서 필수적인 것만 충족되어도 육신의 쾌락의 한계에 도달하고 행복이라는 목적을 성취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함으로써, 그리고 육신이 분해되면 우리가 없기 때문에 내세도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함으로써, 무한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게 만든다.)

 

20-3) 사유는 쾌락을 회피하지도 않고, 사정에 의해 삶을 떠나게 되었을 때도 최선의 삶에 뭔가 모자라는 것처럼 삶을 마감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유는 육신의 요구와 정반대로 삶에 주어지는 쾌락을 회피하는 것도 아니며, 육신의 요구처럼 한정된 삶에서 주어지는 쾌락이 모자라도 생각하며 죽음을 맞이하지도 않는다.)

 

핵심 교설 21) 삶의 한계

 

삶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결핍으로 인한 괴로움을 제거하는 것과 전 생애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안다. 그러므로 경쟁을 포함하는 행위들은 조금도 필요하지 않다.

 

(그 결핍이 자연적이고 필수적인 수준에 머물면 그 결핍을 충족시켜 정적 쾌락에 도달하는 것은 굉장히 쉽다. 경쟁이 요구될만큼 결핍의 충족이 힘들고 치열하다는 것은 거꾸로 삶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2』, 김주일 외 역, 나남, 2021, pp.395-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