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고대철학 일차문헌

[에피쿠로스] DL, X, 「핵심 교설(Kyriai doxai)」 후반부

현담 2023. 6. 9. 22:29

DL, X, 146-148 행위와 의견의 기준

 

핵심 교설 22) 쾌락과 감각

 

실질적 목적과, 우리가 가진 의견을 조회할 명증한 모든 것을 잘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불확실과 혼란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실질적 목적은 쾌락을, “의견을 조회할 명증한 모든 것은 감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행위가 좋은지 나쁜지는 그것이 쾌락을 가져다주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고, 어떤 의견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그 내용이 의존하는 감각에 달려 있다.)

 

핵심 교설 23, 24) 진리의 절대적 기준으로서 감각

 

23) 만일 당신이 모든 감각을 상대로 싸운다면 감각들 가운데 거짓되다고 주장하는 것조차 무엇과 관련시켜서 거짓이라고 판정하는 것인지 그 기준을 갖지 못할 것이다.

 

(감각이 거짓이라는 주장은 자신의 진리 기준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다.)

 

24-1) 요약 : 만약 확증을 기다리는 것에 대한 의견과 감각/감정/지각에 의해 이미 주어져 있는 것[=확증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 사이의 구별을 하지 않고 의견의 근거로서 감각을 무시한다면, 결국 혼란스럽게 될 것이고 모든 기준을 내버릴 것이다.

 

(감각을 진리의 절대적 기준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회의주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것은 23)에서 묘사한 귀결과 다른데, 모든 의견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진리의 기준 자체를 내버리게 되기 때문에 참거짓을 얘기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24-2) 요약 : 만약 의견에 근거한 관념들 가운데 확증을 기다리는 것 모두, 그리고 확증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 ... 양쪽 모두를 확실한 것으로 여긴다면, 결국 오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24-2에서는 24-1에서 등장한 확증을 기다리는 것에 대한 의견의견에 근거한 관념들 가운데 확증을 기다리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확증을 기다리는 것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멀리서 둥글게 보이는 사각탑이 있다. 그런데 확증을 기다리는 것이 꼭 의견에 근거한 관념들일 필요는 없다. 에피쿠로스는 의견에 근거한 관념들로 타르타로스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수 있겠다. 타르타로스를 참이라 여기는 오류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 두려움에 의해 고통받게 될 것이다.)

 

핵심 교설 25) 자연의 목적에 행위를 조회하기

 

만일 당신이 어느 때라도 당신의 행위 하나하나를 자연의 목적에 조회하지 않고, 갑자기 멈추어서 회피하든 추구하든 다른 목적으로 향하게 된다면, 당신의 행위들은 당신의 설명들과 일관되지 못할 것이다.

If you fail to refer each of your actions on every occasion to nature’s end, and stop short at something else in choosing or avoiding, your actions will not be consequential upon your theories. (LS 21E2)

 

(당신의 설명들/이론들(theories)이 무엇인지 불분명하지만, 자연의 목적에 개별 행위를 조회하지 않으면 행위가 그것들과 일관되지 못할 것/그것들에 따르는 것이 아닐 것(will not be consequetial upon)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적 설명들 혹은 지금 여기의 핵심 교설들일 수 있겠다. 뒤따르는 핵심 교설 26), 29), 30)에서 자연적이고 필수적인 욕망들을 다른 욕망들과 구별하는 것을 고려할 때, 자연의 목적은 자연적이고 필수적인 욕망의 충족에서 비롯되는 쾌락 혹은 궁극적 목적으로서 정적 쾌락으로 좁혀서 이해해볼 수 있겠다.)

 

DL, X, 148-149 욕망들의 종류와 우애

 

핵심 교설 26) 필수적인 것이 아닌 욕망

 

욕망들 가운데서 충족되지 않아도 우리를 괴로움으로 이끌어가지 않는 것들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얻기가 어렵거나, 해를 가져온다고 여겨질 때는 충족의 열망이 쉽게 해소되는 욕망들이다.

 

핵심 교설 27) 지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우애

 

전 생애에 걸친 지복을 위해 지혜가 요구하는 것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애의 획득이다.

 

핵심 교설 28) 안전을 형성하는 우애

 

어떤 두려움도 영구적이지 않으며 장시간 계속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동일한 인식이 한정된 삶의 조건들 속에서의 안전은 우애에 의해 가장 확실하게 형성된다는 것도 알게 해준다.

Confidence that nothing terrible lasts for ever or even for a long time is produced by the same judgment that also achieves the insight that friendship’s security within those very limitations is perfectly complete. (LS 22E2)

 

(핵심 교설 14에서 가장 순수한 안전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벗어난 평온함과 은거에 의해 달성된다.”라고 말했지만, “한정된 삶의 조건들을 고려할 때 우리는 우애를 형성하고 친구를 곁에 두어야 한다. 에피쿠로스도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사회를 구성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인간 본성을 의식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기하는 위협 또한 의식하여 그 사회의 범위를 친구들의 사회로 굉장히 축소시켰다.

  “어떤 두려움도부분이 전체 내용과 다소 아귀가 안 맞는 것처럼 보인다. 두려움은 욕망의 축소나 미신적인 것들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제거되는 것이다. 이미 발생한 고통이나 고통을 초래하는 결핍에 해당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영역에서는 어떤 끔찍한 것도로 번역했는데 전체 내용에 더 부합한다. 에피쿠로스는 친구가 나를 유사시에 챙겨줄 것이라는 든든함과 어떤 끔찍한 것도 곧 해소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같다고 말하고 있다.)

 

핵심 교설 29) 욕망들의 종류

 

a. 자연적인 것이자 필수적인 것

b. 자연적인 것이면서 필수적인 것은 아닌 것

c. 자연적인 것도 아니고 필수적인 것도 아닌 것이며 근거 없는 의견에서 생겨난 것

 

핵심 교설 30) 열의가 강렬한 자연적인 것이면서 필수적인 것은 아닌 욕망

 

자연적이지만 충족되지 않아도 괴로움으로 이끌어가지 않는 욕망들[핵심 교설 29b.] 중에서 열의가 강렬한 것들은 근거 없는 의견으로 말미암아 생겨났으며, 그것들이 완화되지 않는 것은 자신의 본성 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근거 없는 의견 때문이다.

 

DL, X, 150-153 정의

 

핵심 교설 31) 자연의 정의

 

자연의 정의는 서로 해를 끼치지도 않고 해를 입지 않도록 상호 이익을 보증하는 것이다.

 

핵심 교설 32) 계약을 맺을 능력

 

요약 : 서로 해를 끼치지도 않고 해를 입지도 않기 위한 계약을 맺을 능력이 없는 동물들이나 사람의 종족들에게는 정의도 없었고 불의도 없었다.

 

핵심 교설 33) 계약으로서 정의

 

정의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언제 어떤 곳에서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때 해를 끼치지도 않고 해를 입지도 않기 위한 일종의 계약이다.

 

핵심 교설 34)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서 성립하는 불의

 

불의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그와 같은 불의를 처벌하는 임무를 맡은 자들의 눈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두려움에서 성립하는 것이다.

 

(계약이 없는 곳에서는? 불의는 없겠지만 누군가에게 해를 끼쳤다면 그 사람이나 그 사람의 친구들에게 보복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여전히 성립할 것이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누군가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항존한다. 그러니 계약을 맺어 정의를 설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에피쿠로스의 계약론 사상은 근대 계약론자들에 의해 계승된다.)

 

핵심 교설 35) 계약을 몰래 어기는 사람

 

요약 : 계약을 몰래 어기는 사람은 지금껏 발각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여전히 성립시키고 심적 고통을 야기하기 때문에 불의한 짓을 저지르면 안 된다. (cf. 핵심 교설 17) “부정의한 사람은 극도의 동요로 가득 차 있다.”)]

 

핵심 교설 36) 정의의 보편성과 특수성

 

정의의 보편성 :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때 이익이 되는 어떤 것

정의의 특수성 : 지역이나 기타 원인에 의한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같은 것이 모든 사람에게 정의로운 것으로 귀결되지 않음

 

핵심 교설 37) 에피쿠로스적 자연법 사상 (1)

 

요약 : 법에 의해 정의롭다고 인정되는 행위들 중 상호 교류할 때 이익이 되는 것으로 입증된 것은 정의롭다. 그러나 법에 의해 정의롭다고 인정되는 행위라할지라도, 상호 교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않다고 입증되지 않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그것이 일정 기간 동안 지각[감각에 기초한 상호 교류의 이익의 관념]에 적합하다면 그 기간 동안 그것은 정의롭다.

 

핵심 교설 38) 에피쿠로스적 자연법 사상 (2)

 

요약 : 상황 변화가 없어도 정의롭다고 여겨졌던 행위[정의롭다고 간주되어 법으로 제정된 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지각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 행위는 정의롭지 않다. 상황 변화가 있어 정의롭다고 규정된 행위가 더 이상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그 전에 이익이 될 때는 정의로웠지만, 나중에 이익이 되지 않을 떄는 정의롭지 않은 것이다.

 

DL, X, 154 현자의 삶

 

핵심 교설 39) 친숙하게 만들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외부 상황들에서 주어지는 불안거리를 가장 잘 다스렸던 이 사람은[현자는]

 

자신과 친숙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 : 친숙하게 만듦

자신과 친숙하게 만들 수 없는 것들 : 적어도 낯설게 만들지는 않음. 어울리는 것을 피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득이 되는 것들은 모두 자신의 삶에서 몰아냄.

 

핵심 교설 40) 가장 즐거운 삶

 

40-1) 이웃들로부터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힘을 가장 확실하게 가진 자들은 모두 그렇게 함으로써 가장 확고한 안전의 보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즐거운 삶을 산다.

 

(에피쿠로스는 앞에서 다른 사람들”, “많은 사람들로부터의 안전을 강조했는데 여기서는 자신과 근거리에 사는 이웃들로부터의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아래에 벗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웃들로부터의 안전을 가장 확실하게 가지는 방법은 이웃들을 내 벗으로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40-2) 그리고 가장 충만한 친교를 가졌기에 친한 벗이 먼저 죽어도 그의 죽음을 불쌍한 자를 대하듯이 슬퍼하지 않는다.

 

(죽음은 인간에게 아무것도 아니기에 죽음은 죽은 친구에게 나쁜 것이 아니므로 슬퍼할 필요가 없고,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친구는 당장 내일 서로가 죽어도 여한이 없는 충만한 친교를 가졌기에 친구의 부재를 아쉬워하며 슬퍼할 필요도 없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2』, 김주일 외 역, 나남, 2021, pp.399-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