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현상학 일차문헌

[후설] 『사물과 공간』 옮긴이 해제

현담 2023. 9. 8. 22:26

1. 사물과 공간연구의 맥락

. 1904/05년 겨울학기 : <현상학과 인식론 개요> 강의

  ⓐ 시간의 현상학 →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1893~1917)(Hua 10, 1966)

  ⓑ 상상의 현상학 → 『상상, 이미지의식, 기억(Hua 23, 1980)

  ⓒ 지각과 주목의 현상학 → 『지각과 주목(1893~1912)(Hua 38, 2004)

  1)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 강의>(1904/05)

      ㄱ) 하이데거가 1928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 강의라는 제목으로 출판(Jahrbuch für Philosophie und phänomenologische Forschung Band IX, 1928, p.367-498) (편집자 서문)

      ㄴ) 문제 전개를 서술하기 위한 보충 텍스트들을 포함하여 이 강의들은 1966년 이래로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1893~1917)이라는 제목으로 후설전집10(Hua 10, 1966)으로 출판됨 (편집자 서문)

      ㄷ) 객관적 시간을 배제하고 내적 시간의식으로 돌아감이라는 일종의 현상학적 환원이 수행되고 있지만, 이는 현상학적 환원에 대한 자각 없이 여러 측면에서 불완전하게 수행됨

 

. 1905년 여름 : 현상학적 환원의 발견

  - 후설의 증언에 따르면, 현상학적 환원의 발견은 1905년 여름 티롤의 제펠트에서 이루어졌지만, 처음에는 그것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었음 (편집자 서문)

  - 현상학적 환원은 이른바 제펠트 초고(1905)에서 발견되고 현상학의 이념에서 체계적으로 서술됨

 

. 1906년 일기 : 이성비판

  1) 후설의 이성비판의 필요성 인식

      ㄱ) 후설은 자신이 진정 철학자이기 위해서는 먼저 이성비판, 즉 철학적 사유의 토대를 이루는 이성의 권리에 대한 비판적 정초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함. 이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는 자신이 참으로 진정하게살 수 없다는 것.

      ㄴ) 후설은 이성비판을 통해 그 이전 여러 해 동안의 수많은 개별 분석들을 보완하는 어떠한 통일적인 이론적 단초를 찾고자 함

  2) 칸트와 후설의 이성비판 비교

      ㄱ) 칸트에서와 마찬가지로 후설에서도 이성비판은 이른바 순수 이론이성에 대한 비판적 검토임

      ㄴ) 그러나 칸트의 이성비판이 과학적 인식을 뒷받침하는 이성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면, 후설의 이성비판은 바로 일상적 경험을 뒷받침하는 이성에 대한 비판적 검토

  3) 과학적 세계(학문적 이론의 세계)의 토대로서 생활세계(자연스러운 경험의 세계)

      ㄱ) 학문적 태도에 의해 드러나는 모든 과학적 세계가 자신의 대상들과 그 대상들의 의미를 길어내는 원천이 바로 우리가 자연스러운 태도로 마주하는 생활세계

      ㄴ) 과학적 인식은 일상적 인식의 토대 위에서 이념화(Idealisierung)에 의해 구축(Aufbau)되는 것이고, 근본적 이성비판은 바로 이러한 과학적 인식을 해체(Abbau)하고 생활세계에서의 인식으로 돌아가 시작해야 함

      ㄷ) 생활세계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질서를 지니며, 지각, 기억, 상상, 이미지 의식 등의 다양한 의식작용에 의해 인식됨. 후설은 일기에서 일차적으로 연구할 문제들로 지각, 상상, 시간, 사물 및 공간의 현상학들을 열거. 지각, 상상, 주목, 시간의 현상학은 1904/05 겨울학기 <현상학과 인식론 개요> 강의의 연구주제였음. 1907년 강의에서 드디어 사물 및 공간의 현상학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는 것.

 

. 1906/07년 겨울학기 : <논리학과 인식비판 입문> 강의

  → 『논리학과 인식이론 입문(Hua 24, 1985)

  - 모든 이성비판에 있어 결정적인 심리학과 인식론의 관계에 대한 물음을 던짐 (편집자 서문)

  - 이 물음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현상학적 환원의 원칙은 결정적 의미를 얻음 (편집자 서문)

 

. 1907년 여름학기 : <현상학과 이성비판 개요> 강의

  ⓐ 입문(다섯 강의들) : 최초로 현상학적 환원을 정식화 → 『현상학의 이념(Hua 2, 1950)

  본문(사물강의) : 현상학적 환원을 사물 구성이라는 구체적 문제에 적용 → 『사물과 공간(Hua 16, 1973)

  ⇒ 이성비판이라는 연구기획 아래 현상학적 환원이라는 연구방법을 활용하여 사물 구성이라는 연구주제를 탐구한 결과, 키네스테제(Kinästhese)라는 연구성과에 도달

 

2. 현상학적 환원과 사물 구성의 문제

. 현상학의 이념사물과 공간

  : 사물과 공간에서 현상학적 환원은 명료한 방법론적 자각 아래에서 수행되며, 최초로 분명하고 온전하게 적용됨. 따라서 사물과 공간현상학의 이념에서 제기하는 현상학적 환원과 관련하여 살펴보아야 그 진의가 드러나며, 역으로 현상학의 이념역시 그것이 입문으로서 이끌어가려고 했던 사물과 공간과 관련하여 살펴보아야 그 풍부한 의미가 선명하게 드러남

 

. 현상학의 이념에서 현상학적 환원

  1) 데카르트적 길

      ㄱ) 현상학적 환원은 회의주의에 맞서 인식의 궁극적 정초를 철학적으로 모색하는 방법

      ㄴ) 후설의 초중기 현상학에서 두드러지는 이러한 데카르트적 길은 어떠한 회의주의도 의심하고 반박할 수 없이 절대적으로 주어지는 영역을 찾고자 함

  2) 데카르트의 성찰을 넘어서기

      ㄱ) 후설은 데카르트의 성찰이 위와 같은 올바른 동기에서 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진행과정에 있어 애초의 동기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지적

      ㄴ) 후설은 데카르트의 동기를 공유하면서도 여기에서 더 깊이 파고들고자 하는데, 이를 위한 방법이 바로 현상학적 환원

  3) 현상학적 환원의 방법

      ➀ 우리 체험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초재적 대상과 맺는 관계(초재의 영역)를 일단 괄호 침을 통해 의식작용 자체를 내재의 영역으로 확보. 이런 대상의 존재 자체는 의심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의식작용 자체가 주어져 있음은 의심할 수 없기 때문.

      ➁ 확보된 순수현상들에 대한 반성을 통해 의식작용을 기술하고 그 본질을 포착

 

ㄷ. 사물 구성의 문제

  1) 외부지각과 초재적 사물

      ㄱ) 사물은 의식작용이 지향적 관계를 맺는 대상, 그중에서도 특히 공간 속의 대상

      ㄴ) 이러한 초재적 대상으로서의 사물이 가장 근원적으로 드러나는 의식작용이 바로 외부지각

  2) 초재의 수수께끼

      ㄱ) 외부지각의 대상인 사물은 의식작용을 넘어서 있는 초재적 대상으로 주어질 뿐 의식작용 자체 안에 내실적으로 주어지지 않으므로, 의식작용과 같은 절대적 의미에서 주어지는 것은 아님

      ㄴ) 여기서 초재적 대상인 사물에 대한 지각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이른바 초재의 수수께끼가 생겨남

  3)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의식작용으로 돌아가기

      ㄱ) 위와 같은 인식론적인 초재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현상학적 환원은 의식대상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일단 보류

      ㄴ) (시간적 순서가 아니라 논리적 순서에 따르면,) 의식작용이 우리에게 먼저 주어지는 것이고, 의식대상은 오직 의식작용이 구성하는 상관자로서 우리에게 나중에 주어지는 것임

      ㄷ) 따라서, 현상학적 환원에 의거하여 우리는 먼저 주어지는 의식작용으로 돌아간 다음, 이에 기초하여 그 상관자로서의 의식대상에 대해 기술해야 함

  4) 사물 구성의 문제

      : 현상학적 환원의 배경 위에서 사물 지각의 문제는 외부지각에 의한 사물 구성의 문제로 재구성됨. , 사물 자체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이 사물이 외부지각에 의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분석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

 

3. 사물 구성

. 존재현상학

  1) 연구주제 : 사물 자체의 실재 여부가 아니라 사물 및 사물 존재의 나타남(현출)

  2) 연구물음 : “사물의 현출은 어떻게 가능한가?”(“사물은 어떻게 의식에 나타나는가?”)

      ㄱ) 경험의 가능 조건을 묻는 초월론적 물음

      ㄴ) 사물 현출을 위해 어떠한 의식의 활동이 전제되어야 하는지 묻는 구성의 물음

  3) 구성의 의미

      ㄱ) 어떤 대상이 의식에 지향적으로 주어지도록 하는 의식의 다양한 역능

      ㄴ) 의식이 대상을 구성한다 함은 의식이 대상 현출의 가능성의 조건으로 작동함을 의미

      ㄷ) 따라서 구성은 실재적인 의미에서 대상을 창조하거나 생성시키는 것과 다름

 

. 분석의 진행

  ➀ 허구적 상황

      : 완전히 불변하고 정지한 환경 안에 있는 완전히 불변하고 정지한 사물을 전혀 움직이지 않는 하나의 눈이 본다는 허구를 상정

  ➁ 일상적 경험에 가까운 상황

      : 사물은 움직이거나 멈추고 질적으로 변하거나 변하지 않으며, 주체도 사물을 두 눈으로 보면서 움직이거나 멈춤

  ⇒ 후설의 분석은 허구에서 시작하여 일상적 경험에 가까운 상황으로 차츰 다다가면서 마침내 삼차원 공간성에 대한 구체적 경험의 분석이 이루어짐

 

. 성층의 방법론

  1) 과학적 실재 구성의 해체

      ㄱ) 이념화에 의해 구축된 상층의 과학적 실재 구성을 일단 해체하고 그 토대가 되는 하층의 일상적 사물 구성으로 돌아감

      ㄴ) 그러나 이러한 사물 구성도 단 하나의 층위가 아니라 여러 층위로 이루어져 있음

  2) 일상적 사물 구성의 해체

      ㄱ) 생활세계의 자연스러운 태도에 드러나는 온전한 의미의 사물은 다른 사물들과 인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실체로서의 사물

      ㄴ) 이러한 높은 층위의 인과적 관계를 방법적으로 사상하면 이보다 낮은 층위의 사물이 드러나는데, 이것은 아직 실체적이거나 인과적 속성들은 지니지 않고 단지 감성적 질들로 채워진 형태이며, 이러한 순수한 연장실체를 물상(Phantom)이라고 부름

      ㄷ) 순수한 공간 사물로서의 물상의 구성은 바로 공간의 구성을 전제함

      ㄹ) 칸트의 공간은 직관의 형식이지만, 후설의 공간은 사물의 형식이며, 따라서 공간 구성은 사물 구성의 가장 낮은 층위. 후설의 이성비판은 이러한 공간 사물 구성이라는 가장 낮은 층위로 돌아가 치밀하게 분석하는 데에서 시작.

  3) 선경험적 영역

      ㄱ) 경험적 사물은 선경험적 사건들의 흐름에서 비로소 현출

      ㄴ) 일상적 경험의 대상인 사물이라는 통일체 아래에서, 이 통일체를 구성하는 선경험적 사건들이라는 다양체들을 들춰냄

      ㄷ) 이 다양체들은 지각 주체의 능동적 활동 이전에 이미 수동적 종합에 의하여 통일되어 경험적 사물로 구성됨

 

. 감각내용

  1) 사물의 음영

      ㄱ) 사물은 외부지각에 의해 몸소(원본적으로) 주어지지만, 결코 충전적으로 일거에 모든 면이 온전하게 주어지지는 않음. , 사물은 언제나 음영을 지닌 채 주어짐.

      ㄴ) 하나의 면만을 드러내는 사물을 우리가 다양한 관점들에서 본다면, 이 사물은 하나의 동일한 대상이면서도 각 관점마다 서로 다른 감각내용을 보여줌

  2) 감각내용의 유형

      ⓐ 질료화하는 질 : 사물의 공간 형식을 채우는 일차질료이며 이를 통해 구체적 사물을 형성

      ex) 시각적 감각, 촉각적 감각

      ⓑ 수반하는 질 : 를 통해 일단 대상이 구성되면 그 다음에 대상이 수반할 수 있는 이차질료

       ex) 청각적 감각, 후각적 감각, 미각적 감각

      ⇒ 공간적 사물의 구성에 대한 분석은 우선 에 집중해야 함

  3) 키네스테제의 필요성

      ㄱ) 질료화하는 질이 공간 형식을 채운다고 해서, 그것이 공간 형식을 대상에 내어주거나 공간 체계 자체를 구성할 수는 없음

      ㄴ) 공간 체계의 구성은 오로지 질료화하는 질과 키네스테제의 협응에 의해 가능하며, 따라서 공간은 키네스테제에 의해 주어지며 시각이나 촉각에 의해 채워진다고 말할 수 있음

 

4. 키네스테제

. 키네스테제란?

  1) 키네스테제의 어원

      : 운동(희랍어, kinesis) + 감각(희랍어, aisthesis) = 운동감각(Kinästhese, Bewegungsempfindung)

      cf) 현대의 생리학, 심리학, 신경과학 등에서는 주로 자기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근육감각이나 관절감각을 뜻함

  2) ‘키네스테제의 의의

      - 후설은 기존의 생리학이나 심리학의 논의와 자신의 현상학적 논의를 구별하기 위해 운동감각이라는 표현 대신 키네스테제라는 표현을 굳이 고수함

      ㄱ) 현상학적 환원에 의거하여 모든 초재적 가정들을 차단하고, 우리에게 나타나는 순수현상으로서의 키네스테제에 주목하며 이것이 사물과 공간을 구성하는데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기술

      ㄴ) 단지 운동에 대한 지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 운동과 대상 지각의 불가분한 결합, 나아가 대상 지각에 있어서 주체 운동의 결정적 역할을 의미

 

. 암묵지로서의 키네스테제

  1) 감각과 지각의 차이

      ㄱ) 사물은 언제나 보는 자의 관점에 상응하여 하나의 면만을 내보일 뿐이다.

      ㄴ) 하지만, 우리는 사물의 한 면만 감각함에도 불구하고, 사물 전체를 지각한다.

      ) , 사물의 보이지 않는 면들까지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지각 범위에 들어온다.

      ex) 우리는 이 집의 앞면을 보면서도, 이 집이 뒷면을 가짐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음

      한 면만 보이는 사물의 다른 면은 어떻게 우리의 의식에 들어오며 어떻게 지각될 수 있는 것일까?”

  2) 키네스테제를 통한 지각

      ) 보는 자는 자기 몸의 움직임과 사물의 나타남의 관계, 즉 운동-감각에 대한 암묵지를, 즉 키네스테제를 지니고 있다.

      ) , 보는 자는 자신의 몸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으며 만일 내가 이렇게 움직이면, 사물이 이렇게 나타날 것이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이에 기초하여 보는 자는 지금 이 순간 이 관점에서 사물의 한 면만 감각되더라도 사물 전체를 지각할 수 있는 것이다.

      보는 자인 우리는 눈, 머리, 상반신, 온몸 등을 움직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면이 보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물 전체를 지각할 수 있다.”

  3) 암묵지로서 키네스테제

      ) 침전된 습관성

          (1) 영아는 보이지 않는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2) 따라서, 이러한 지식은 일종의 발생을 통해 우리 의식에 침전된 습관성이라고 할 수 있다.

      ) 몸의 투명성

          (1) 주체의 의식에서 키네스테제는 암묵적 배경의식으로 물러나고, 사물의 감각만이 명시적으로 주어지며, 이는 곧 이는 곧 몸의 투명성을 뜻한다.

          (2) 만일 사물의 감각과 동시에 키네스테제도 명시적으로 나타난다면, 이는 사물의 감각을 방해할 따름이다.

          (3) 따라서, 키네스테제는 운동-감각 협응이 장애를 겪을 때에야 비로소 명시적으로 드러난다.

 

. 시각의 측면에서 키네스테제의 공간 구성

  1) 시각장의 구성

      ) 허구의 차원에서 시각장이 구성되는데, 이 시각장은 점적 감각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어떤 구조를 지닌다.

      ) 그러나, 시각장에 드러나는 통일체들은 주체 앞에 펼쳐져 있고, 특히 양안시에서는 양안시차에 의해 어떤 깊이를 지니기도 하지만, 아직 온전하게 구성된 대상이 아니다.

      ) 따라서, 시각장은 선경험적 공간성을 지니며, 이 공간성은 일상적인 경험적 공간성의 토대가 된다.

  2) 운동을 통한 몸체의 현출

      ) 공간 몸체의 현출

          (1) 허구의 차원에서처럼 주체와 대상이 모두 움직이지 않을 때, 대상은 하나의 면만을 내보임

          (2) 대상의 공간 몸체 자체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주체 혹은 대상의 운동이 필요

      ) 주체 혹은 대상의 운동

          (1) 대상의 운동 : 대상과 대상을 제외한 장 사이의 관계가 변화

          (2) 주체의 운동 : 시각장 전체가 변화

      ) 키네스테제 감각의 필요성 : 변화(운동)의 주체 결정

          (1) 하나의 대상과 관련해서 이 대상의 운동이나 주체의 운동은 동일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ex) 내가 앞으로 걸어가든, 내 옆의 자동차가 후진하든, 이 자동차의 현출은 동일하게 변화할 수 있다.

          (2) 따라서, 시각장의 현출 변화만으로는 이 변화가 주체의 운동에 기인하는지, 아니면 대상의 운동에 기인하는지 결정할 수 없으며,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키네스테제 감각이 필요하다.

          ex) 그러나 나는 키네스테제 감각을 통해 이 변화의 주체가 나의 운동인지 대상의 운동인지 결정할 수 있다.

  3) 키네스테제 감각과 주체의 운동

      눈 운동은 시각장을 수평 차원과 수직 차원을 지닌 평면인 안구운동장으로 변화시킨다.

      cf) 안구운동장에서 키네스테제 감각의 변화는 시각적 감각의 변화를 동기화하는데, 이러한 동기화는 수동적 종합의 원리인 연상에 의해 일어남

      머리 운동은 (이차원적) 반구면의 장을 구성한다.

      온몸 운동에 의해서 비로소 사물과 주체의 다양한 거리들을 포괄하는 삼차원 장이 구성된다.

          주체가 사물로 다가가거나 멀어짐에 따라 사물은 커지거나 작아지며, 이때 개별 사물이나 한 사물의 개별 부분은 다른 사물이나 사물 부분에 의해 가려지거나 드러난다.

          주체가 사물 주위를 돎에 따라 사물의 가려진 면이 드러나고 드러난 면은 가려지며, 이 회전운동이 완성되면 사물 몸체의 완전한 구성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온몸 운동으로 구성된 장은 일차원적인 선형 크기변화 변양과 이차원적인 순환 선회 변양의 벡터 조합이다.

      온몸 운동에 의해 구성된 삼차원 장은 과학적 태도에서 드러나는 고전 물리학의 공간, 즉 무한하고 균질한 삼차원 절대 공간이라는 이념의 토대가 된다.

 

. 후설에 의한 키네스테제의 철학적 정초

  1) 후설 이전 공간 지각에 있어 신체 운동이 지니는 역할에 대한 철학적 통찰들

      : 버클리는 새로운 시각 이론에 관한 시론(1709)에서 눈 운동과 촉각적 탐색으로부터 거리 지각을 도출해냈으며, 이러한 통찰은 19세기 후반 로체, 헬름홀츠, 분트 등에 의해 계승된다. 특히 영국 철학자 알렉산더 베인은 공간 구성이 근육감관에 의해 가능해진다고 보았으며, 이는 후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2) 후설에 의한 키네스테제의 철학적 정초

      : 그러나 후설은 현상학적 환원에 의거하여 이러한 통찰들이 지닌 생리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의미를 탈각하고, 외부지각의 본질에 대한 엄밀한 기술을 통해 사물과 공간 구성의 가능성의 조건으로서의 키네스테제를 철학적으로 정초한 것이다.

 

5. 이성비판의 결론

. 현출들의 무한연쇄의 합리성

  키네스테제와 현출의 관계, 나아가 현출과 대상의 관계는 어떤 법칙적 연관을 이룬다.

  그러므로, 종합에 의해 어떤 사물을 현시하는 현출들의 가능한 무한연쇄는 임의적이지 않다.

 

. 현출들의 무한연쇄의 비합리성

  그러나, 현출들의 가능한 무한연쇄는 다수의 가능한 무한연쇄 중 하나일 뿐이다.

  바로 이 특정한 무한 연쇄가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는 이성적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세계, 즉 사물들로 이루어진 실재하는 세계가 있어야 한다는 절대적 필연성은 증명되지 않은 것이다.

 

. 사물과 세계의 합리성과 비합리성

   결국, 사물 통일체 및 세계 통일체는 어떤 합리성에 의해 가능하지만, 이 합리성 자체는 비합리적 사실이다.

  따라서, “세계는 그 있음과 어떠함에 있어서 비합리적 사실이다.

 

*옮긴이 해제에 대한 코멘트

- 3. . 2)에서 일상적 사물이 다른 사물들과 인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실체로서의 사물이며 그 층위를 해체하여 사물과 공간의 분석이 진행된다는 옮긴이의 설명은 옮긴이가 이념들시리즈에서야 등장하는 후설의 사물 구성 체계를 그 체계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사물과 공간에 적용한 설명. 후설은 물상(Phantom)과 인과적(kausal)이라는 표현을 딱 한 번씩만 사용하며 이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도 자세하게 설명하지도 않음. 사물과 공간에서 인과적 실체의 단계는 그 단초만 희미하게 보일 뿐 아직 등장하지 않으며, 사물과 공간내에서 일상적 사물의 단계는 몸체성을 가진 물리적 사물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

- 4. . 3)에서 침전된 습관성몸의 투명성에 해당하는 설명은 사물과 공간에서 등장하지는 않음. 하지만 후설은 동기력은 선험적으로 같은 정황에서 같은 대상성이 나타나는 사례들의 수에 의존한다.”(§39)경험은 끊임없이 새로운 힘을 스스로에게서 길어내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로 통합하는 하나의 힘이다.”(결어) 등의 대목에서 키네스테제적 정황에 의한 동기화가 그것을 충족하는 경험들을 통해 강해지는 것으로 서술하기는 함. 또한 우리는 마치 자아가 눈만 있고 몸은 없는 유령인 양 다루었다.”(§83)라고 말하며 그전까지의 분석에서 자신이 몸을 투명하게 여겼다는 점을 지적함. 그러나 여전히 옮긴이가 서술한 수준의 설명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