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현대대륙철학 일차문헌 32

[니체] 「환영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전반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부 2장 1절)

*뱃사람들(sailors, Schiffsleute) : 차라투스트라는 제2부 제2장에 등장한 ‘지복의 섬’을 떠나며, ‘지복의 섬’의 어떤 남자와 함께 배에 오른다. 배에 올라 먼 길을 여행하는 자들, 즉 위험 없는 삶을 좋아하지 않는 자들은 차라투스트라의 설파를 들을 자격이 있는, 진리를 향한 인생의 모험가들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승선 직후 처음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들이 자신의 설파를 들을 자격이 있음을 깨닫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차라투스트라가 여기서부터 영원회귀사상을 이야기한다. (J3 발제문) 앞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자기 사상을 사람들에게 설파했지만 사람들이 못 알아들었기에, 여기서 그는 실망한 상태로 배에 올랐다. 그래서 그는 배에서 아무 말 안 하고 있다가, 뱃사람들의 위험한 이야기들을 듣고..

[니체] 「학자들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16장)

*학자들(scholars, Gelehrten) : 니체의 학문비판을 담은 텍스트다. 당대 인문·사회과학의 학문성을 문헌학에 대한 니체의 시각으로 대변하여 문제시한다. 〈고매한 자들에 대하여〉와 〈때묻지 않은 인식에 대히여〉에서 수행되었던 철학(자) 비판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텍스트의 첫 부분은 니체가 바젤대학 문헌학 교수시절 집필했던 『비극의 탄생』에 얽힌 그의 체험이다. 이 책은 문헌학계의 촉망받던 스타였던 그의 첫 저작이었지만, 그가 문헌학계를 떠나는 계기가 된다. 그의 첫 저작에 문헌학계는 조롱당했다고 느꼈으며, 냉소 어린 침묵으로 그들의 실망을 표현했다. 『비극의 탄생』에 대한 유일한 학적 대응은 그의 슐포르타 후배이자 후에 유럽 문헌학계의 얼굴이 되는 빌라모비츠 뮐렌도르프(Ulrich von W..

[니체] 「교양의 나라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14장)

Q : 『반시대적 고찰』 “삶에 대한 역사의 공과”에서도 니체는 현대인의 교양(Bildung)을 고대 그리스와 대조하며 비판한 바 있다. 약 10년 간이 지난 이 글에서도 그러한 비판의식은 반복되는데, “삶에 대한 역사의 공과”에서의 Bildung에 대한 관점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내에서의 Bildung에 대한 관점이 구체적인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H2 발제문) A : 『반시대적 고찰』과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현대의 교양은 지식의 주입에 불과하니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니체 당시 독일에서는 김나지움 단계에서부터 고전 문헌들을 읽으면서 라틴어와 희랍어를 많이 익혔다. 그런 문헌들을 읽히고 교양을 쌓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니체가 문제삼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문헌들에 나오는 삶과 ..

[니체] 「자기극복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12장)

최고로 지혜로운 자들이여, 그대들을 몰아대고 열렬히 타오르게 하는 것을, 그대들은 “진리의지”라고 부르는가? //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유가능하게 만들려는 의지. 나는 그대들의 의지를 이렇게 부른다! "WILL to Truth" do you call it, you wisest ones, that which impells you and makes you ardent? // Will for the thinkableness of all being: thus do I call your will! "Wille zur Wahrheit" heisst ihr's, ihr Weisesten, was euch treibt und brünstig macht? // Wille zur Denkbarkeit alles Seien..

[니체] 「타란툴라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7장)

*타란툴라(tarantulas, Taranteln) : 타란툴라는 남유럽 지중해 연안에 서식하는 독거미다. 물리면 심한 통증과 현기증 끝에 정신착란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탈리아 동남부 타란토 사람들은 타란툴라에 물렸을 때 땀을 많이 흘리면 해독이 된다고 믿어 격하게 춤을 추었다고 한다. (S2 발제문) 유럽에서는 이미 수 백 년 전부터 무도병이 알려져 왔다. 11~17세기에 집단적으로 ‘광란의 춤’을 추며, 몇 날 며칠을 쉬지도 않고 이리저리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죄다 무도병 환자라 여겼다. 그들은 왜 그렇게 미친 듯 춤을 추고 떼지어 다녔을까? 타란튤라tarantula라는 이름의 독거미에 물리면 그렇게 된다는 사람도 있고, 거미의 독을 빼기 위해 그렇게 춤을 추어야 된다는 ..

[니체] 「잡것들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6장)

*잡것(rabble, Gesindel) : Gesindel(불량배, 천한 놈, 잡놈, 잡것)은 누군기를 평하하는 단어다(『차라투스트라』에서는 Pöbel(천민)이라는 단어도 사용되기에 Gesindel은 ‘잡것’으로 번역한다), 니체는 인간을 설명할 때 대립법주를 사용하기를 즐기며, 니체의 이런 경향성은 『차라투스트라』가 본격적으로 구상되고 집필되던 시점부터 두드러진다. 그 대립 범주는 ‘건강한(gesund)-병든(krank) 사람’, ‘위대한(groß)-왜소한(klein) 사람’, ‘좀 더 높은(höher)-조야한(verkleiner) 사람’, ‘정신적 귀족(Adel)-천민(Pöbel)’, ‘주인(Herr)-노예(Sklave)’, 제대로 되어 있는(gut-wegkommen)-제대로 되어 있지 못한(schl..

[니체] 「동정하는 자들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3장)

내 벗들이여, 그대들의 벗에게 이렇게 빈정대는 말이 다가선 적이 있다. “차라투스트라를 보라! 그가 짐승들 사이를 거닐듯 우리들 사이를 거닐고 있지 않은가!” //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깨우친 자가 짐승인 인간들 사이를 거닐고 있다.” // 깨우친 자에게는 사람 자체가 붉어진 뺨을 갖고 있는 짐승이다. MY FRIENDS, there has arisen a satire on your friend: "Behold Zarathustra! Walks he not among us as if among animals?" // But it is better said in this wise: "The discerning one walks among men as among animals." ..

[니체]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21장)

*자유로운 죽음(voluntary death, frien Tod) : 앞 텍스트에 이르기까지 수태와 양육, 신체, 여성과 남성, 혼인, 도덕과 국가와 법 등의 소재로 창조자로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었다면, 그 마지막 여정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다룬다. 이렇게 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삶에 대한 자신의 지혜를 완성시키려는 것이다. 여기서 죽음은 삶과 적대적인 대립이 아니라, 양극적 대립 (Polarität)로 제시된다. 남극과 북극, 음과 양처럼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없고 서로를 보완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그러니 죽음은 삶의 적대자도, 삶을 파괴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죽음을 텍스트는 삶을 완성시키는 ‘죽음’이자 자유로운 ‘죽음’이라고 부른다. 이 죽음의 정체는 더 이상 위버벤쉬로 살 수 없을 때,..

[니체] 「벗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14장)

“내 주위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 더 있다.” 홀로 있는 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언제나 하나에 하나를 곱하는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둘이 된다!” // 나와 나는 언제나 너무 열심히 대화를 나눈다. 한 사람의 벗도 없다면 내 어찌 견디겠는가? // 홀로 있는 자에게 벗은 언제나 제3의 존재다. 제3의 존재는 둘 사이 대화가 깊게 가라앉지 않게 해주는 코르크다. "One is always too many about me" - thinks the anchorite. "Always once one - that makes two in the long run!" // I and me are always too earnestly in conversation: how could it be endured, if the..

[니체] 「새로운 우상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11장)

*새로운 우상(the new idol, neu Götze) : 니체의 시대비판론의 일환으로 국가에 대한 비판을 담는다. 니체는 권력국가(‘괴물’)가 19세기 유럽에서 새로운 우상이 되었고, 이런 사태 자체가 유럽인의 병리성의 표출이자 유럽인의 병증을 가속화시킨다고 한다. 텍스트는 특히 국가가 개인의 창조적 삶에 위협이 되는 모습에 집중한다. (역주) 국가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우상이 되었다. 현재 여러 이념 중에서도 인류 대부분을 지배하는 건 민족주의가 아닌가. 민족주의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를 신처럼 숭배하는 이념이다. 한국인조차 상당히 맹목적인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교수님) 이하에서 니체는 민족을 긍정적으로 서술한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민족주의의 민족은 국가가 자신의 통치를 용이하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