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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자연법과 천상의 자연법 : 키케로와 아우구스티누스

지상의 자연법과 천상의 자연법 : 키케로와 아우구스티누스 본고의 목적은 『법률론』 1권 14-18절과 『자유의지론』 1권 7-15절에 언급되는 인정법과 자연법의 괴리에 대한 키케로와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장을 비교한 후 비판하는 것이다. 양자 모두에게서 자연법은 인정법의 정당한 준거이며 두 법 사이의 괴리는 전자를 기준으로 좁혀져야 하지만, 인간의 자연본성에 기반한 법으로서 키케로의 “지상의 자연법”이 인정법과 근본적 차원의 괴리를 가지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섭리에 기반한 법으로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천상의 자연법”은 인정법과 근본적 차원의 괴리를 가진다. 필자는 이 근본적 차원의 괴리가 무엇인지 규명하고, 각자 입장에서 성립하는 괴리의 성격에 따라 키케로와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서로 다른 비판을 제기해보고자 한..

[니체] 「구원에 대하여」 후반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20장)

그대들도 종종 자문했었지. ‘우리에게 차라투스트라는 누구지? 우리는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하지?’ 그러고는 나처럼 그대들도 질문으로 대답하곤 했다. // 그는 언약하는 자인가, 아니면 성취하는 자인가? 정복자인가, 아니면 상속자인가? 가을인가, 아니면 쟁기인가? 의사인가, 아니면 건강을 되찾는 자인가? // 그는 시인인가, 아니면 진실된 자인가? 해방자인가, 아니면 구속하는 자인가? 선한 자인가, 아니면 악한 자인가? And you also asked yourselves often: "Who is Zarathustra to us? What shall he be called by us?" And like me, did you give yourselves questions for answers. // Is h..

[니체] 「구원에 대하여」 전반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20장)

어느 날 차라투스트라가 큰 다리를 건너고 있을 때, 불구자와 거지들이 그를 둘러썼다. 곱사등이 하나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WHEN Zarathustra went one day over the great bridge, then did the cripples and beggars surround him, and a hunchback spoke thus to him: Als Zarathustra eines Tags über die grosse Brücke gieng, umringten ihn die Krüppel und Bettler, und ein Bucklichter redete also zu ihm: : 〈마태오복음(마태복음)〉 15장 30절 이하의 장면을 패러디하면서 니체는 예수의 구원에 의문부호를..

[니체] 「왜소하게 만드는 덕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부 5장)

*왜소하게 만드는 덕(the virtue that makes small, der verkleinernden Tugend) :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에 비해 너무나도 왜소해져 버린 인간들을 목도한다. 그들을 왜소하게 만든 것은 선의, 연민, 정의 등을 덕목으로 삼는 현대 도덕이다. (J3 발제문)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과 극복해야 할 덕의 특징이 제시되는 텍스트다. 인간을 건강하게 만들려는 의도에서다. 건강해야 영원회귀 사유 앞에서 위버멘쉬로 살기로 결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텍스트는 건강하게 만드는 덕을 “의욕할 수 있는(wollen können) 자가 되어라!”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존재가 되어라!”의 형태로 제시하고, 건강성을 파괴해 인간을 왜소하게 만드는 덕을 ‘무리-대중’의 덕으로 제시한다..

[니체] 「환영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후반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부 2장 2절)

그때 내 몸을 가볍게 해주는 일이 일어났다. 난쟁이, 그 호기심 많은 자가 내 어깨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그러고는 내 앞의 돌 위에 쪼그려 앉았다. 그런데 우리가 멈추어 선 바로 그곳에는 성문이 하나 있었다. Then happened that which made me lighter: for the dwarf sprang from my shoulder, the prying sprite! And it squatted on a stone in front of me. There was however a gateway just where we halted. Da geschah, was mich leichter machte: denn der Zwerg sprang mir von der Schulter, der Ne..

[니체] 「환영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전반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부 2장 1절)

*뱃사람들(sailors, Schiffsleute) : 차라투스트라는 제2부 제2장에 등장한 ‘지복의 섬’을 떠나며, ‘지복의 섬’의 어떤 남자와 함께 배에 오른다. 배에 올라 먼 길을 여행하는 자들, 즉 위험 없는 삶을 좋아하지 않는 자들은 차라투스트라의 설파를 들을 자격이 있는, 진리를 향한 인생의 모험가들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승선 직후 처음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들이 자신의 설파를 들을 자격이 있음을 깨닫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차라투스트라가 여기서부터 영원회귀사상을 이야기한다. (J3 발제문) 앞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자기 사상을 사람들에게 설파했지만 사람들이 못 알아들었기에, 여기서 그는 실망한 상태로 배에 올랐다. 그래서 그는 배에서 아무 말 안 하고 있다가, 뱃사람들의 위험한 이야기들을 듣고..

[니체] 「학자들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16장)

*학자들(scholars, Gelehrten) : 니체의 학문비판을 담은 텍스트다. 당대 인문·사회과학의 학문성을 문헌학에 대한 니체의 시각으로 대변하여 문제시한다. 〈고매한 자들에 대하여〉와 〈때묻지 않은 인식에 대히여〉에서 수행되었던 철학(자) 비판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텍스트의 첫 부분은 니체가 바젤대학 문헌학 교수시절 집필했던 『비극의 탄생』에 얽힌 그의 체험이다. 이 책은 문헌학계의 촉망받던 스타였던 그의 첫 저작이었지만, 그가 문헌학계를 떠나는 계기가 된다. 그의 첫 저작에 문헌학계는 조롱당했다고 느꼈으며, 냉소 어린 침묵으로 그들의 실망을 표현했다. 『비극의 탄생』에 대한 유일한 학적 대응은 그의 슐포르타 후배이자 후에 유럽 문헌학계의 얼굴이 되는 빌라모비츠 뮐렌도르프(Ulrich von W..

[니체] 「교양의 나라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14장)

Q : 『반시대적 고찰』 “삶에 대한 역사의 공과”에서도 니체는 현대인의 교양(Bildung)을 고대 그리스와 대조하며 비판한 바 있다. 약 10년 간이 지난 이 글에서도 그러한 비판의식은 반복되는데, “삶에 대한 역사의 공과”에서의 Bildung에 대한 관점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내에서의 Bildung에 대한 관점이 구체적인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H2 발제문) A : 『반시대적 고찰』과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현대의 교양은 지식의 주입에 불과하니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니체 당시 독일에서는 김나지움 단계에서부터 고전 문헌들을 읽으면서 라틴어와 희랍어를 많이 익혔다. 그런 문헌들을 읽히고 교양을 쌓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니체가 문제삼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문헌들에 나오는 삶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