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153

[니체] 「잡것들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6장)

*잡것(rabble, Gesindel) : Gesindel(불량배, 천한 놈, 잡놈, 잡것)은 누군기를 평하하는 단어다(『차라투스트라』에서는 Pöbel(천민)이라는 단어도 사용되기에 Gesindel은 ‘잡것’으로 번역한다), 니체는 인간을 설명할 때 대립법주를 사용하기를 즐기며, 니체의 이런 경향성은 『차라투스트라』가 본격적으로 구상되고 집필되던 시점부터 두드러진다. 그 대립 범주는 ‘건강한(gesund)-병든(krank) 사람’, ‘위대한(groß)-왜소한(klein) 사람’, ‘좀 더 높은(höher)-조야한(verkleiner) 사람’, ‘정신적 귀족(Adel)-천민(Pöbel)’, ‘주인(Herr)-노예(Sklave)’, 제대로 되어 있는(gut-wegkommen)-제대로 되어 있지 못한(schl..

[니체] 「동정하는 자들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3장)

내 벗들이여, 그대들의 벗에게 이렇게 빈정대는 말이 다가선 적이 있다. “차라투스트라를 보라! 그가 짐승들 사이를 거닐듯 우리들 사이를 거닐고 있지 않은가!” //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깨우친 자가 짐승인 인간들 사이를 거닐고 있다.” // 깨우친 자에게는 사람 자체가 붉어진 뺨을 갖고 있는 짐승이다. MY FRIENDS, there has arisen a satire on your friend: "Behold Zarathustra! Walks he not among us as if among animals?" // But it is better said in this wise: "The discerning one walks among men as among animals." ..

[니체]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21장)

*자유로운 죽음(voluntary death, frien Tod) : 앞 텍스트에 이르기까지 수태와 양육, 신체, 여성과 남성, 혼인, 도덕과 국가와 법 등의 소재로 창조자로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었다면, 그 마지막 여정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다룬다. 이렇게 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삶에 대한 자신의 지혜를 완성시키려는 것이다. 여기서 죽음은 삶과 적대적인 대립이 아니라, 양극적 대립 (Polarität)로 제시된다. 남극과 북극, 음과 양처럼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없고 서로를 보완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그러니 죽음은 삶의 적대자도, 삶을 파괴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죽음을 텍스트는 삶을 완성시키는 ‘죽음’이자 자유로운 ‘죽음’이라고 부른다. 이 죽음의 정체는 더 이상 위버벤쉬로 살 수 없을 때,..

[니체] 「벗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14장)

“내 주위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 더 있다.” 홀로 있는 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언제나 하나에 하나를 곱하는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둘이 된다!” // 나와 나는 언제나 너무 열심히 대화를 나눈다. 한 사람의 벗도 없다면 내 어찌 견디겠는가? // 홀로 있는 자에게 벗은 언제나 제3의 존재다. 제3의 존재는 둘 사이 대화가 깊게 가라앉지 않게 해주는 코르크다. "One is always too many about me" - thinks the anchorite. "Always once one - that makes two in the long run!" // I and me are always too earnestly in conversation: how could it be endured, if the..

[니체] 「새로운 우상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11장)

*새로운 우상(the new idol, neu Götze) : 니체의 시대비판론의 일환으로 국가에 대한 비판을 담는다. 니체는 권력국가(‘괴물’)가 19세기 유럽에서 새로운 우상이 되었고, 이런 사태 자체가 유럽인의 병리성의 표출이자 유럽인의 병증을 가속화시킨다고 한다. 텍스트는 특히 국가가 개인의 창조적 삶에 위협이 되는 모습에 집중한다. (역주) 국가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우상이 되었다. 현재 여러 이념 중에서도 인류 대부분을 지배하는 건 민족주의가 아닌가. 민족주의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를 신처럼 숭배하는 이념이다. 한국인조차 상당히 맹목적인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교수님) 이하에서 니체는 민족을 긍정적으로 서술한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민족주의의 민족은 국가가 자신의 통치를 용이하게 하..

[니체]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9장)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the preachers of death, Prediger des Todes) : ‘죽음의 설교’는 삶보다는 죽음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삶에 대한 부정의식을 일으키는 사유 일체를 지칭한다. 철학적/종교적 이원론 및 염세주의, 그리스도교 도덕뿐만 아니라 노동과 삶에 대한 프로테스탄트 윤리 같은 19세기의 새로운 가치들이 그 예들로 등장한다, 인간이 온전한 자유정신이자 창조자가 되기 위해 벗어나야 하는 것들이다. (역주) 이 장에서 다루어지는 ‘죽음을 설교하는 자’ 혹은 그러한 ‘설교를 들어 마땅한 자’들은 3장에서의 배후세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자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부류의 인간들을 포함하는 범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의 유형” 참고) ..

[니체] 「배후세계론자들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3장)

*배후세계론자(believers in an afterworld, Hinterweltler) : Hinter(뒤) + Welt(세계) + ler(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어), 직역하면 ‘이 세계 뒤편의 또 다른 세계’를 믿거나 말하는 사람, 형이상학적 이원론자를 지칭한다. (역주) 일찍이 차라투스트라도 모든 배후세계론자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저편에 대한 망상을 품었었다. 그때에는 세상이 고통받고 번민하는 신의 작품으로 보였던 것이다. // 그때 세상은 내게 꿈이자 어떤 신이 꾸며낸 허구로 보였다. 불만족한 신의 눈앞에 피어오르는 오색 연기로 보였던 것이다. Once on a time, Zarathustra also cast his fancy beyond man, like all believers in an af..

[니체] 「이웃사랑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16장)

그대들은 이웃 주위로 몰려간다. 그런 행동에 대한 미사여구도 갖고 있다. 그러나 내가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그대들의 이웃사랑은 그대들 자신에게는 좋지 못한 사랑이다. // 그대들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여 이웃으로 달아난다. 그러고는 거기서 덕 하나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그대들의 “자기 상실”의 정체를 꿰뚫고 있다. // ‘너’는 ‘나’보다 더 오래되었다. 너’는 신성하다고 불리지만 ‘나’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러면서 사람들은 이웃으로 몰려간다. You crowd around your neighbor, and have fine words for it. But I say to you: your neighbor-love is your bad love of yourselves. // You f..

[니체] 「창백한 범죄인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6장)

보라, 창백한 범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위대한 경멸이 서려 있구나. // “나의 자아는 극복되어야 할 무엇이다. 나의 자아는 내게 인간의 위대한 경멸이다.” 이렇게 그의 눈은 말하고 있다. // 그 스스로 자신을 판결했다는 것, 이것이 그의 최고 순간이었다. 그러니 이 고매한 자를 다시 그의 저열함으로 되돌리지 마라! Behold. the pale criminal has bowed his head: out of his eye speaks the great contempt. // "My ego is something which is to be overcome: my ego is to me the great contempt of man": that is what his eyes say. // ..

[니체] 「환희와 열정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5장)

내 형제여, 그대에게 덕 하나가 있고, 그것이 그대의 것이라면, 그대는 그 덕을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다. [...] 그런데 보라! 이제 그대는 그 덕의 이름을 대중과 공유하게 되었고, 그대의 덕으로 그대는 대중이 되고 가축떼가 되어버렸다! My brother, when you have a virtue, and it is your own virtue, you have it in common with no one. [...] And behold, you have its name in common with the people, and have become one of the people and the herd with your virtue! Mein Bruder, wenn du eine Tugend hast..